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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에 동네 사진관 “우리 어떻게 먹고살라고 … ”

광주광역시에서 30년 이상 사진관을 운영 중인 채만수(64)씨 명함에는 가족사진·리마인드웨딩·프로필(증명)사진·이미지사진 등 그가 취급하는 사진 종류가 줄줄이 적혀 있었다. 그중에서도 요즘 채씨가 주로 찍는 건 이력서에 쓰는 증명사진이나 여권사진이다. 다른 사진은 손님이 몇 년 새 급격히 줄었다. “요샌 다들 프로예요.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가족사진이든 웨딩사진이든 셀프로 다 잘 찍으니까. 물론 사진관이 쇠퇴하는 시대적 흐름 자체를 부정할 순 없어요. 그렇지만….” 착잡한 표정으로 채씨가 말을 이어 갔다. “이런 환경에서 사진관 주인들은 하루에 증명사진 두세 번 찍는 걸로 먹고살거든요. 이것마저 나라에서 못 찍게 하면 정말 답이 없습니다.”
 
채씨는 13일 새벽 기차를 타고 상경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한국프로사진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채씨 등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침에 항의하기 위해 모였다. 한국프로사진협회는 채씨처럼 전국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8000여 명의 업주로 구성돼 있다.
 
정부는 지난 5일 올 하반기부터 정부기관 채용 때 입사지원서에 얼굴 사진을 붙이는 곳을 없애고 출신 지역·학교를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50여 명의 사진관 주인은 “문재인 정부의 ‘이력서 사진 부착 금지’ 방안은 근근이 생계를 이어 가고 있는 동네 사진관들을 무너뜨리는 행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사진관은 약 1만5000곳이다.
 
이재범(65) 비대위원장은 “10년 전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사진관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공약한 ‘골목상권 살리기’에도 역행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낸 성명서에는 “사진은 신원을 정확히 확인해 대리시험을 방지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참가자들은 “일자리 창출 역행하는 정부는 각성하라”고 마무리 구호를 외쳤다. 그 뒤 한 사람이 “같이 살자”고 소리쳤다. 비대위는 고용노동부 등 블라인드 채용 관련 부처 네 곳에 면담을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요구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대규모 집회 등 강도 높은 행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상장사 918개를 상대로 ‘신입 채용 평가에 이력서 사진이 필요하냐’고 물었을 때 59.4%에 해당하는 기업이 “꼭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력서용 사진 가격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대학생 김모(25)씨는 “사진관에 가면 ‘이력서용 사진’이 따로 있는데 보통 증명사진의 서너 배 값을 받는다. 비정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취업포털 사람인이 취업준비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을 때 응답자의 37.1%가 취업 준비 중 가장 아까운 비용으로 ‘이력서 사진 촬영비’를 택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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