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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은 국가 안보와 직결 … 아동·여성에 의료 무상 제공”

1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본지 주최로 열린 ‘동아시아 4개국 저출산 정책 국제 포럼’에서 폴 입 홍콩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객석 앞줄에서 김종훈 보사연 단장, 스트라우콴 싱가포르 경영대 교수(왼쪽부터)가 발표를 듣고 있다. 이날 포럼에선 한국·홍콩·대만·싱가포르의 저출산 문제가 논의됐다. [신인섭 기자]

1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본지 주최로 열린 ‘동아시아 4개국 저출산 정책 국제 포럼’에서 폴 입 홍콩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객석 앞줄에서 김종훈 보사연 단장, 스트라우콴 싱가포르 경영대 교수(왼쪽부터)가 발표를 듣고 있다. 이날 포럼에선 한국·홍콩·대만·싱가포르의 저출산 문제가 논의됐다. [신인섭 기자]

1.10명(홍콩)-1.17명(한국)-1.17명(대만)-1.20명(싱가포르).
 
마치 도토리 키재기 같은 동아시아 4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이다.
 
이들 국가는 한때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렸다. 범유교권이며 작은 영토에도 불구하고 고도의 경제성장을 일궈 냈다는 공통점에서다. 하지만 동아시아 4룡은 최근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미만)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절벽’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은 2001년(1.3명) 이후 16년간 초저출산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곳도 비슷한 처지다. 앞만 바라보고 달려오던 용이 저출산이란 걸림돌에 ‘이무기’로 떨어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에 각국 정부는 제각각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 1~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06년~), 대만은 인구정책백서(2008년), 홍콩은 인구 전망 및 전략 기획(2007년), 싱가포르는 아기 보너스 제도(2001년) 등을 주요하게 추진했다. 그러나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이중고를 해소하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면 ‘백약이 무효’라는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있을까. 공통의 고민을 안고 있는 4개국의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머리를 맞댔다. 13일 본지 주최로 열린 ‘동아시아 4개국 저출산 정책 국제 포럼’에선 인구 위기에 대한 분석과 대안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이날 발표에 나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종훈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장은 동아시아 4룡의 저출산 양상이 매우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출산율이 저점(低點)에서 안정화되면서 향후 소폭 올라갈 여지를 남기고 있다고 봤다. 특히 약 20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의 인구 변화를 답습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비혼(非婚)과 만혼(晩婚)에 따른 혼인·출산 지연, 점차 줄어드는 가족 규모도 공통적으로 겪는 모습이다.
 
싱가포르에선 ‘자녀 양육비’가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혔다. 싱가포르 경영대의 파울린 테이 스트라우콴 교수는 “싱가포르 청년들에게 아이를 왜 안 낳느냐고 물어 보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답이 돌아온다. 최근 10여 년간 자녀 양육 부담이 커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에선 청년층의 결혼이 갈수록 늦어지는 경향이 저출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 홍콩대 폴 입 교수는 “출산율 감소의 60% 이상이 만혼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만에선 과거 산아 제한을 강조한 가족계획의 그늘이 지금까지 드리워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느끼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대만 위생복리부의 왕청시 사무총장은 “‘저출산은 곧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게 올해 취임한 장관이 내놓은 첫 메시지다. 지난 4월엔 출산율 감소에 대처하기 위한 위원회도 설치됐다”고 말했다. 이강호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도 “우리 사회의 안정적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저출산”이라고 평가했다.
 
서로에게 제안해줄 해결책은 뭘까. 대만에선 셋째 출산 가구에 대한 보조금 지급, 아동·여성 대상 의료서비스 확대 등 현재 실시 중인 정책들을 강조했다. 왕청시 사무총장은 “단순히 ‘결혼을 해야 합니다, 출산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6세 미만 아동을 키우는 건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며 “아동과 여성에 대한 의료서비스가 무상으로 제공된다. 정부가 의료 부문에 있어 여성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 자녀 가구 증가에 따른 과도한 교육열이 문제가 되는 싱가포르에선 ‘교육 시스템 개편’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스트라우콴 교수는 “싱가포르에선 부모들이 자녀로 하여금 선행학습을 통해 경쟁에서 이기게끔 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도 자녀가 대학에 갈 때까지 부모의 압박감이 굉장히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진 자와 가지지 않은 자의 거리를 좁혀야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교육에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전반적인 교육 체계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방안도 나왔다. 폴 입 교수는 33만 명에 달하는 홍콩 내 가사도우미를 예로 들며 이들이 보육서비스를 담당할 수 있다면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될 거라고 밝혔다. 그는 “가사도우미가 아이들을 잘 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교육한다면 부모들이 이들에게 안심하고 보육도 맡길 수 있다”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보다 아이를 키우는 기쁨이 더 크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훈 단장은 “동아시아 4개국에선 당분간 저출산과 고령화가 지속되고 결혼 지연, 청년 세대 부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해결하려면 수혜자를 최우선에 놓는 저출산 정책 설계, 단기 성과에 목매지 않고 긴 안목으로 바라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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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