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광섬유·탄소섬유·LED소자로 빚어낸 자연미

조명 설치작품 ‘파라볼라 파라디소’가 자리한 전시장. 광섬유에 비즈와 LED소자를 꿰어 만들었다.

조명 설치작품 ‘파라볼라 파라디소’가 자리한 전시장. 광섬유에 비즈와 LED소자를 꿰어 만들었다.

어둑한 공간에 실을 늘어뜨린 듯 위로부터 아치를 이룬 선들이 신비롭게 빛난다. 빛나는 선은 광섬유 가닥에 작은 비즈와 LED소자를 꿰어 만든 것이다. 반대로 아래에서 솟아난 아치도 있다. 중력이 빚어낸 포물선을 뒤집은 이 형태는 탄소섬유를 재료로 다단계 작업을 거쳐 만들어낸 것이다. 이 역시 빛나는 선, 이번에는 직선으로 감싸 빛의 간섭효과까지 더한다.
 
‘파라볼라 파라디소(Parabola Paradiso, 포물선 천국, 2017)’로 이름 붙은 이 조명 설치작품은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노일훈(39·사진) 작가의 솜씨다. 그의 국내 첫 개인전 ‘물질의 건축술’이 서울 논현동 플랫폼-엘 콘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영국에서 건축과 산업디자인을 전공, 현지 건축 사무소에서 여러 해 일한 그는 2010년 자신의 이름을 딴 스튜디오를 만들어 개인 창작을 시작했다. 첨단소재를 포함한 다양한 재료와 전통기법을 결합한 벤치, 의자, 탁자, 조명 스탠드 등 그의 독특한 가구 형태 작품은 밀라노 가구 박람회, 따잔 옥션 등 해외에서 먼저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프랑스 퐁피두 센터는 2013년 작품인 ‘라미 벤치’를 소장하기로 지난달 말 결정했다. 강철보다 훨씬 강하고 가벼운 탄소섬유를 나뭇가지처럼 엮어 만든 것이다. 그는 “대나무공예나 짚공예에서 힌트를 얻고 이를 제 나름으로 재해석하려 노력한 것”이라며 “이를 유럽에서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는 발전된 버전인 ‘라미 벤치 서울’을 선보인다.
 
재료와 방법에 대한 그의 탐구와 실험은 2013년 한국에 돌아온 이후로도 다양하게 이어져왔다. “탄소섬유는 유럽에 계속 있었다면 접근이 쉽지 않았을 거에요. 만드는 나라가 몇 안 되는 데 그 중 하나가 한국이에요.” 탄소섬유 활용에는 지승공예에서 얇은 한지를 가늘게 잘라 꼬는 기법도 참조했다. 탄소섬유는 실이 아니라 옷감형태로 생산된다. 그는 이를 잘라 수작업으로 꼬아 끈처럼 만든다. 탄소섬유는 열을 가하면 오히려 딱딱해지는 것도 특징이다. 그래서 작품 전체를 거대한 오븐에 구워내기도 한다.
 
노일훈 작가의 가구들. 알루미늄 테이블 ‘TABLE REX08’

노일훈 작가의 가구들. 알루미늄 테이블 ‘TABLE REX08’

가는 광섬유로 ‘빛나는 실’을 만든 것도 지승공예에서 착안했다. “광섬유는 본래 이쪽에서 저쪽까지 빛을 전달하는 것인데 일정 각도 이상 꺾으면 빛이 새어 나와요.” 특히 수작업으로 꼬면 각도를 꺾는 효과와 더불어 실의 흐름을 따라 조금씩 강도가 다른 빛을 얻는 효과도 얻는다.
 
그는 “전통공예에 대한 관심이 새로운 건 아니다”라며 산업혁명 시기 유럽에서 벌어진 아트앤크라프트를 예로 들었다. “기계가 발전하며 쇠퇴한 수공예를 되살리려는 움직임 중 하나죠. 아트앤크라프트는 신기술에 저항하진 않았어요.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되 사람이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죠.”
 
그가 하이테크 시대에 수작업을 활용하는 건 단지 여러 세대를 이어온 ‘전통’이라서만은 아니다. 탄소섬유로 실을 꼬아 3차원 곡선의 안락 의자 같은 형태를 만드는 건 기계가 할 수 없단다. 더구나 “탄소섬유는 결 방향이 중요하기 때문에 3D프린팅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달리말해 그가 탄소섬유를 쓰는 건 수공예의 오랜 전통을 충분한 명분을 갖고 이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업을 위해 그는 지승공예 전승자는 물론 국내 대학의 물리학자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배우기도 한단다.
 
유리섬유와 레진으로 만든 조명 스탠드.

유리섬유와 레진으로 만든 조명 스탠드.

이 복잡한 작업을 통해 그가 지향하는 바는 단순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자연의 패턴, 물의 파동, 번개, 나뭇가지가 뻗친 형상, 생명체 모양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아요. 관람객이 제 작품에서 표면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끼기보다 그 뒤에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보신다면 영광이죠.”
 
특히 중력을 활용해 만드는 포물선은 앞서 안토니 가우디나 프라이 오토 같은 건축가들이 오래 고민하고 실현하고자 했던 것과도 맥이 닿는다. “제 작업을 보는 분들마다 건축으로, 가구로, 디자인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보실 거고 그러시길 바라요. 저는 철학, 시, 디자인, 패션 등이 모두 건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시는 9월 18일까지. 
 
글·사진=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