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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버스기사 과로 방치한 56년 된 법규, 6년 전 개정 문턱서 무산

지난 9일 발생한 경부고속도로 8중추돌 사고 현장의 모습. [독자 제공]

지난 9일 발생한 경부고속도로 8중추돌 사고 현장의 모습. [독자 제공]

 
6년 전 노사가 합의했다면 어땠을까. 

2011년 근로시간 개선위 보고서
버스기사 73.9% 피로 호소
연장근로 상한선 평행선 달리다 무산
"합의됐다면 연장근로 제한 생겼을 것"

 
지난 9일 2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부고속도로 사고 원인으로 버스기사의 과도한 노동시간이 지적되면서 과거 연장근로 관련 법 개정 상황이 뒤늦게 거론되고 있다.
 
사고를 낸 버스기사 김모(51)씨는 이틀에 30시간, 일주일에 62시간 가량 근무했다. 버스기사는 근로기준법 59조 특례규정에 따라 노사 서면합의만 있다면 법적으로 무제한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1961년 제정된 특례규정은 1997년에 ‘행정관청의 승인’이 ‘노사 서면합의’로 바뀌고 ‘공익 또는 국방상 필요한 때’라는 사유가 사라지는 등 일부 요건이 개정됐다. 그러나 적용대상 업종은 56년째 그대로이며 연장근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가 근로시간특례업종개선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설치해 연장근로 한도 설정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례규정 폐지"vs"무제한 허용" 노사 평행선 
 
2011년 8월부터 2012년 1월까지 5개월 가량 활동한 위원회는 우편업 등 일부 업종은 특례업종에서 제외하고, 버스운전사 등은 특례업종으로 남겨두지만 근로시간 상한을 설정하는 방안을 토론했다.
 
노동계는 한국노총이, 경영계는 경총 등 사용자 단체가 참여했다.
 
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시간 특례업종 범위의 조정에는 노사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특례업종 연장근로 상한 설정을 놓고 노사는 평행선을 달렸다. 
 
중재에 나선 공익위원들은 1961년 제정된 12개의 특례업종을 시대변화에 맞게 한국표준산업분류표 기준에 따라 26개 업종으로 세분화하고 ‘특례인정업종’ 10개, ‘특례제외업종’ 16개로 분류했다.
 
2011년 근로시간특례업종개선위원회 당시 핵심 쟁점에 대해 노사, 공익위원들이 낸 입장. [위원회 활동보고서]

2011년 근로시간특례업종개선위원회 당시 핵심 쟁점에 대해 노사, 공익위원들이 낸 입장. [위원회 활동보고서]

 
특례인정업종에 대해 연장근로 상한을 설정하고, 무제한 연장근로 요건인 노사 서면 합의도 대상업무ㆍ주당연장시간 한도ㆍ특례실시 방법·후속조치 등을 명시하는 중재안도 나왔다. 일정시간 연장근로는 허용하되, 주당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를 정해놓자는 내용이었다.
 
당시 공익위원으로 위원회에 참여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순 교수는 “노동계는 연장근로 한도설정 이외에 ‘특례규정 폐지’라는 명분을 포기하지 않았고, 경영계는 ‘무제한 연장근로를 제한해선 안된다’는 주장을 꺾지 않았다. 접점은 찾아지지 않았고, 이후 공익위원안도 수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정이 적극 합의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올라갔다면 특례규정이 개정돼 특례업종 연장근로 제한선이 생겼을 것이다”고 말했다. 
 
운송업계의 한 관계자는 "역사에 가정은 통하지 않지만, 당시 연장근로 제한선이 생겼다면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의 참사를 예방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오늘은 사고 없는 날'이란 문구가 붙어 있는 오산교통 차고지. 여성국 기자

'오늘은 사고 없는 날'이란 문구가 붙어 있는 오산교통 차고지. 여성국 기자

 
최근 문제가 된 집배원의 과도한 연장근로 역시 특례규정에 원인이 있다. 우편업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통신업에 포함돼 운수업과 마찬가지로 특례규정 적용 대상 업종이다. 올해 들어 집배원 5명이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2명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지난 6일 오전에는 21년차 집배원 원모(47)씨가 자신이 근무하던 경기도 안양시 안양우체국 앞에서 분신한 뒤 병원치료를 받다가 이틀만에 숨졌다. 
 
동료들은 과도한 우편물량과 업무강도를 원씨의 자살 원인으로 꼽았다. 집배노조에 따르면 집배원들의 주당노동시간은 55.9시간 이다. 
 
박 교수는 특례업종중 운수업에 대해서는 “운수업 노동시간 문제는 노동부와 국토교통부가 함께 풀어야할 뜨거운 감자”라며 “유럽의 경우 노동법이 아니라 운송사업법 등의 특별법으로 다룬다. 관계부처가 서로 눈치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원회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버스기사 119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8.7시간, 일부 시외버스는 주당 67.7시간이었다. 응답자의 73.9%는 과도한 노동시간으로 인한 피로를 호소했다.    
 
우리나라가 특례규정 입법시 참고한 일본의 경우 1981년 특례규정에 해당하는 규정(일본 노동기준법 시행규칙 제26조)을 삭제했다. 이후 상한이 설정된 연장근로와 변형근로시간제를 활용했다. 1987년에는 법 개정을 통해 주 40시간인 법정근로시간을 특례업종에 한해 주 44시간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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