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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이 어디서 뭘 했는지 알고 있다”…중국, 안면인식 기술로 시민 감시 중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건널목 앞. 차가 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 빨간불에 슬쩍 길을 건너려 누군가 도로로 발을 딛는다. 그 순간, 근처 전광판에 그의 얼굴과 신상 정보가 뜨며 경고음이 울린다.    
안면 인식기와 전광판이 설치된 중국 선전시 [사진 선전무역관 제공]

안면 인식기와 전광판이 설치된 중국 선전시 [사진 선전무역관 제공]

안면 인식기와 전광판이 설치된 중국 선전시 [사진 선전무역관 제공]

안면 인식기와 전광판이 설치된 중국 선전시 [사진 선전무역관 제공]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요즘 중국 상하이(上海)ㆍ선전(深圳) 등 중국 주요 도시 곳곳에서 목격되는 장면이다. CCTV(폐쇄회로 TV)로 무단횡단하는 사람의 얼굴을 촬영한 뒤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통해 신상을 특정하는 시스템으로, 이렇게 확보한 정보를 얼굴 사진ㆍ동영상 등과 함께 주변 전광판에 띄워 위법 사실을 알린다. 도로 위의 ‘무인 경찰’인 셈이다. 
 
이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은 다양하다. 크게 조심파, 찬성파, 반대파 등으로 나뉜다. 선전에 사는 왕(王) 모씨는 "이 장치가 설치된 이후에는 무단횡단을 하다가는 자칫 창피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리(李) 모씨는 "선전시 교통경찰의 조치를 지지한다"며 "안전과 관련된 행위이기에 교통규칙 위반은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陈)모씨의 생각은 다르다. "사소한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람의 얼굴까지 공개한다는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이런 논란에 불구, 중국 정부는 날로 진화하는 ‘안면 인식 기술’을 이용해 위법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사람들이 직장과 공공 장소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면밀히 감시해 2020년까지 모든 시민의 ‘사회적 신용’에 등급을 매기겠단 계획까지 세웠다. 중국판 '빅브라더' 인 셈이다. 빅 브라더는 조지 오웰『1984년』에 나오는 용어로 사회 구성원들을 철저하게 감시하는 체계를 말한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이런 계획은 국민을 감시ㆍ통제하는 도구가 될 수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에서 부는 안면 인식 기술 열풍을 전하며 “서구 사회에 비해 권위적인 중국 정부는 개인 정보 보호 등의 문제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이런 감시 시스템을 구축중이며 이미 방대한 감시망을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안면 인식 기술의 활용이 점점 늘어나고는 있지만, 인권 침해 논란 때문에 적용에 소극적인 데 비해 중국은 과감하게 도입하고 관련 기술에 투자하며 이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안면 인식은 눈동자의 색깔과 피부색 등 얼굴의 주요 특징을 잡아낸 다음, 거대한 사진 데이터베이스(DB)와 대조해 신상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부 기관과 기업에서 수집한 사진뿐 아니라 7억 명이 넘는 중국 인터넷 사용자가 SNS에 스스로 업로드한 엄청난 데이터도 활용될 수 있다.
 
초기 안면 인식 기술은 얼굴이 정확히 찍힌 1~2장의 사진만 비교할 수 있었지만, 인공 지능(AI)이 딥러닝으로 학습하기 시작하며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신문은 “얼굴만 보고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있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미소 짓거나 찡그리는 표정으로도 인물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했다”고 전했다.
 
이미 중국 민간 부문에는 깊숙이 들어와 있다. 베이징에 있는 KFC 매장에선 고객의 얼굴을 스캔한 다음 성별과 연령대를 파악해 그에 맞는 메뉴를 제안한다. 화장지 절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베이징의 한 공원에선 공공 화장실에 안면 인식 카메라를 설치해, 유난히 자주 찾는 사람의 출입을 막고 있다. 중국초상은행은 약 1000대의 ATM기에서 고객이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도 돈을 인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위법 행위자를 가려내고 있는 경찰 [사진 바이두]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위법 행위자를 가려내고 있는 경찰 [사진 바이두]

정부의 계획은 더욱 야심 차다. 산둥(山東), 푸젠(福建), 장쑤(江蘇), 광둥(廣東) 등 주요 지역에 이미 안면 인식기와 스크린이 설치됐고 지난 5월엔 상하이에서도 시작됐다. 상하이 융싱로 사거리에 처음 설치된 후, 벌써 300여 곳의 위험구역에 추가로 설치됐다. 당국은 이 ‘무인 경찰’을 건널목뿐 아니라 지하철, 공항 등 주요 공공장소로 확대하겠단 계획이다. 지난해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국가적 행사 ‘일대일로 포럼’ 등에서도 보안을 위해 이 기술을 활용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기관 IHS Markit은 중국이 이미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1억 7600만대의 감시 카메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4억 5000만대의 카메라를 새로 설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 설치된 카메라 중 얼마나 많은 카메라가 안면 인식 기술을 탑재하고 있는지 파악하긴 힘들지만, 고화질 카메라는 앞으로 이 시스템과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알리바바의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은 시장 선점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 중 하나로, 사용자들이 카메라에 얼굴을 촬영하는 것만으로 온라인 지갑에 로그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무려 4억5000만 명이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타트업 페이스++의 기술은 1억 명 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바일 결제 앱 ‘알리페이’에 적용됐다. 
 
검색엔진으로 유명한 바이두는 사무실 출입 시스템에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고, 한 대학 연구소에선 시속 120㎞로 달리는 차 안의 운전자를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의 테스트까지 마쳤다. 안면 인식 기술이 중국 내 가장 ‘핫’한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안면 인식 기술 업체 센스타임의 홈페이지 화면 [사진 센스타임 홈페이지 캡처]

중국 안면 인식 기술 업체 센스타임의 홈페이지 화면 [사진 센스타임 홈페이지 캡처]

중국 안면 인식 기술 업체 센스타임의 홈페이지 화면 [사진 센스타임 홈페이지 캡처]

중국 안면 인식 기술 업체 센스타임의 홈페이지 화면 [사진 센스타임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부작용을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주요 교회와 이슬람 사원, 절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할 것을 지시한 것이 그 예다. 지정된 장소에서 공인받은 성직자에 의해서만 종교활동을 할 수 있는 중국에서, 종교 장소에 카메라를 설치한다는 것 자체가 ‘종교 활동을 하지말라’는 이야기와 같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중국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정보기관들의 권한과 정보수집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국가정보법안이 의결된 이후, 감시의 폭은 더 넓어졌다. 국가안보와 테러 방지를 목적으로 했다지만, 중국 반체제 인사는 물론 일반 시민에 대한 감시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는 이유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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