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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소재로 구현한 자연의 힘과 아름다움...퐁피두 센터도 반했다

노일훈 작가의 조명 설치작품 '파라볼라 파라디소'가 자리한 전시장. 사진=이후남 기자

노일훈 작가의 조명 설치작품 '파라볼라 파라디소'가 자리한 전시장. 사진=이후남 기자

위는 Parabola Chandelier, 2017. 아래는 Parabola Paradiso, 2017사진=김정한

위는 Parabola Chandelier, 2017. 아래는 Parabola Paradiso, 2017사진=김정한

 어둑한 공간에 실을 늘어뜨린 듯 위로부터 아치를 이룬 선들이 신비롭게 빛난다. 빛나는 선은 광섬유 가닥에 작은 비즈와 LED소자를 꿰어 만든 것이다. 반대로 아래에서 솟아난 아치도 있다. 중력이 빚어낸 포물선을 뒤집은 이 형태는 탄소섬유를 재료로 다단계 작업을 거쳐 만들어낸 것이다. 이 역시 빛나는 선, 이번에는 직선으로 감싸 빛의 간섭효과까지 더한다. 
 '파라볼라 파라디소(Parabola Paradiso, 포물선 천국, 2017)로 이름 붙은 이 조명 설치작품은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노일훈(39) 작가의 솜씨다. 그의 국내 첫 개인전 '물질의 건축술'이 서울 논현동 플랫폼-엘 콘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에서 첫 국내 개인전 여는 노일훈 작가
유럽에서 먼저 주목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탄소섬유, 광섬유에 전통 수공예기법 결합

 영국에서 건축과 산업디자인을 전공, 현지 건축 사무소에서 여러 해 일한 그는 2010년 자신의 이름을 딴 스튜디오를 만들어 개인 창작을 시작했다. 첨단소재를 포함한 다양한 재료와 전통기법을 결합한 벤치, 의자, 탁자, 조명 스탠드 등 그의 독특한 가구 형태 작품은 밀라노 가구 박람회, 따잔 옥션 등 해외에서 먼저 큰 주목을 받았다. 
Rami Bench Seoul, 2017. Carbon fiber, W37 x L200 x H45 cm 사진 김정한

Rami Bench Seoul, 2017. Carbon fiber, W37 x L200 x H45 cm 사진 김정한

TABLE R EX08, 2016 ? Aluminium, W90cm x L180cm x H74cm

TABLE R EX08, 2016 ? Aluminium, W90cm x L180cm x H74cm

 특히 프랑스 퐁피두 센터는 2013년 작품인 '라미 벤치'를 소장하기로 지난달 말 결정했다. 강철보다 훨씬 강하고 가벼운 탄소섬유를 나뭇가지처럼 엮어 만든 것이다. 그는 "대나무공예나 짚공예에서 힌트를 얻고 이를 제 나름으로 재해석하려 노력한 것"이라며 "이를 유럽에서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는 발전된 버전인 '라미 벤치 서울'을 선보인다. .   
 재료와 방법에 대한 그의 탐구와 실험은 2013년 한국에 돌아온 이후로도 다양하게 이어져왔다. "탄소섬유는 유럽에 계속 있었다면 접근이 쉽지 않았을 거에요. 만드는 나라가 몇 안 되는 데 그 중 하나가 한국이에요." 탄소섬유 활용에는 지승공예에서 얇은 한지를 가늘게 잘라 꼬는 기법도 참조했다. 탄소섬유는 실이 아니라 옷감형태로 생산된다. 그는 이를 잘라 수작업으로 꼬아 끈처럼 만든다. 탄소섬유는 열을 가하면 오히려 딱딱해는 것도 특징이다. 그래서 작품 전체를 거대한 오븐에 구워내기도 한다. 
국내 첫 개인전을 열고 있는 노일훈 작가. 뒤에 보이는 것은 탄소섬유의 가닥을 꼬아 만든 끈에 무게추를 달아 포물선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이렇게 만든 포물선 전체를 크레인을 이용해 대형 오븐에 넣고 굽는다. 탄소섬유는 열을 가하거나 온도가 올라가면 딱딱해진다.  사진=이후남 기자

국내 첫 개인전을 열고 있는 노일훈 작가. 뒤에 보이는 것은 탄소섬유의 가닥을 꼬아 만든 끈에 무게추를 달아 포물선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이렇게 만든 포물선 전체를 크레인을 이용해 대형 오븐에 넣고 굽는다. 탄소섬유는 열을 가하거나 온도가 올라가면 딱딱해진다.  사진=이후남 기자

 가는 광섬유로 '빛나는 실'을 만든 것도 지승공예에서 착안했다. "광섬유는 본래 이쪽에서 저쪽까지 빛을 전달하는 것인데 일정 각도 이상 꺾으면 빛이 새어 나와요." 특히 수작업으로 꼬면 각도를 꺾는 효과와 더불어 실의 흐름을 따라 조금씩 강도가 다른 빛을 얻는 효과도 얻는다.    
 그는 "전통공예에 대한 관심이 새로운 건 아니다"라며 산업혁명 시기 유럽에서 벌어진 아트앤크라프트를 예로 들었다. "기계가 발전하며 쇠퇴한 수공예를 되살리려는 움직임 중 하나죠. 아트앤크라프트는 신기술에 저항하진 않았어요. 받아들인 건 받아들이되 사람이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죠." 
 그의 생각도 그렇다. "제가 쓰는 프로그램이 굉장히 똑똑해요. 구조가 어디가 약하다, 강하다에서 한 단계 나아가 이 부분이 이 정도 두께가 되야겠다는 완벽한 답까지 줘요. 튼튼한데 그게 결코 아름답지는 않거든요. 디자인 관점에서 작가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우위에 두고 똑똑한 프로그램을 조수로 쓰죠."  
노일훈 작가가 2006년 만든 초기작. 라이크라 같은 옷감을 잡아 늘리고 가위로 구멍을 내서 모양을 만든 뒤 유리섬유와 레진을 붙여 단단하게 만든 조명 스탠드다. 사진=이후남 기자

노일훈 작가가 2006년 만든 초기작. 라이크라 같은 옷감을 잡아 늘리고 가위로 구멍을 내서 모양을 만든 뒤 유리섬유와 레진을 붙여 단단하게 만든 조명 스탠드다. 사진=이후남 기자

노일훈 개인전 '물질의 건축술'전시장 모습.사진 김정한

노일훈 개인전 '물질의 건축술'전시장 모습.사진 김정한

노일훈 개인전 '물질의 건축술'전시장 모습.사진 김정한

노일훈 개인전 '물질의 건축술'전시장 모습.사진 김정한

 이처럼 하이테크까지 활용하는 것은 그의 작품의 숨은 특징이다. 예컨대 LED소자를 쓰는 작품은 여기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한 공기 흐름을 시뮬레이션으로 정교하게 계산하고, 이런 장치를 작품에 결합할 수 있는 작은 크기로 만드는 진화의 과정을 거쳤다. 하이테크 시대에 수작업을 활용하는 건 단지 여러 세대를 이어온 '전통'이라서는 아니다. 탄소섬유로 실을 꼬아 3차원 곡선의 안락 의자 같은 형태를 만드는 건 기계가 할 수 없단다. 더구나 "탄소섬유는 결 뱡향이 중요하기 때문에 3D프린팅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달리말해 그가 탄소섬유를 쓰는 건 수공예의 오랜 전통을 충분한 명분을 갖고 이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실험방식이 곧 제작방식"이라고도 했다. "전시장에 보이는 건 제가 하는 실험의 극히 일부에요. 대부분이 실패하죠. 거기서 다시 시작하는 거고." 작업을 위해 지승공예 전승자는 물론 국내 대학의 물리학자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배우기도 한단다.  
 이 복잡한 작업을 통해 그가 지향하는 바는 단순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자연의 패턴, 물의 파동, 번개, 나뭇가지가 뻗친 형상, 생명체 모양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아요. 관람객이 제 작품에서 표면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끼기보다 그 뒤에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보신다면 영광이죠." 
 특히 중력을 활용해 만드는 포물선은 앞서 안토니 가우디나 프라이 오토 같은 건축가들이 오래 고민하고 실현하고자 했던 것과도 맥이 닿는다. “제 작업을 보는 분들마다 건축으로, 가구로, 디자인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보실 거고 그러시길 바라요. 저는 철학, 시, 디자인, 패션 등이 모두 건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시는 9월 18일까지.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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