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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김정은 코드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은은 왜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가. 그는 무엇을 노리며 무엇을 두려워하나. 어떤 대북정책이나 선언을 내놓기 전에 반드시 이 질문에 대한 답부터 찾아야 한다. 만약 김정은의 속내를 관통하는 ‘코드’를 찾아 이용하지 못하면 ‘핵 동결을 입구로, 비핵화를 출구’로 삼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시동조차 걸리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을 핵 협상으로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국가 발전 전략으로 내세웠다. 남한에서는 이를 정치적 프로파간다 정도로만 간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김정은의 치열한 생존 코드다. 핵과 미사일의 ‘2차 타격 능력’이 있으면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제거할 수 있고 경제문제를 해결하면 내부의 도전도 없앨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이 노선으로 장기 독재를 하겠다는 의도다. 그리고 이 코드를 주민의 마음에 주입시켜 핵과 경제가 독재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한 것으로 믿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그 특급 비밀을 누설하는 실책을 범했다.
 
‘핵·경제 병진’은 김정은이 외부로부터의 위협과 내부로부터의 도전을 동시에 두려워함을 보여준다. 사실 전자는 익히 알고 있지만 후자는 감춰진 것이 드러난 것이다. 더 이상 배급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 활동으로 밥벌이를 스스로 해결하는 북한 주민이 계속 정권을 지지하게 만들려면 경제가 나아져야 한다. 2013년에 김정은이 핵·경제 코드를 발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경제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다. 필자의 추정에 따르면 2011~2013년 동안 북한 국내총생산은 연평균 3% 가까이 성장했다. 거기다 광물 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수출 물량 증가, 그리고 해외 파견 근로자의 급증까지 더해져 북한에 외화가 넘쳐난다는 느낌마저 줄 정도였다.
 
우리는 김정은의 아킬레스건인 경제를 공략해 그 자신감을 무너뜨리는 전략을 펴야 한다. 즉 계속 핵 개발과 미사일 실험을 한다면 북한의 무역과 시장이 망가지는 구도를 만들어야 대북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 그동안 돈맛을 본 관료와 세끼 식사를 하게 된 주민은 ‘고난의 행군’으로 순순히 돌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 개발 때문에 경제 위기가 닥쳤음을 이들이 알게 된다면 김정은은 핵을 개발할수록 정권 유지가 어려워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김정은 코드를 이용한 대북정책에는 다음의 세 가지 조치가 포함돼야 한다. 첫째, 대북제재 컨트롤 타워를 만들고 핵 동결 협상 전까지 이를 중심으로 대북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중장기적인 대북정책에는 많은 전문가가 동의할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를 현실화하려면 먼저 제재를 성공시켜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정부 조각은 균형을 잃었다. 더욱이 대통령이 앞장서서 중장기 비전을 강조한다면 관료들은 제재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할 것이다. 다른 나라와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한국이 김을 빼면 제재의 성공 가능성은 더욱 멀어진다.
 
둘째, 미국과 협력해 경제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원유 공급 중단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중국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경우 새로운 유엔 안보리 제재에는 무연탄의 경우처럼 철광석에도 수입 물량과 금액 상한을 적용하는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 올해 3월부터 중국의 북한산 무연탄 수입은 공식적으로 중단됐지만 대신 민생용으로 둔갑한 철광석 수입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 안도 반대한다면 미국 주도로 북한산 광물의 ‘세컨더리 보이콧(3자 제재)’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북한 광물 수출 기업 대부분이 군과 당의 자금줄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재의 근거는 충분하다.
 
셋째, 러시아에 북한 근로자 수를 줄이도록 요청해야 한다. 러시아에 파견된 4만 명 이상의 근로자가 보내는 돈은 북·중 무역에 이어 북한 정권의 가장 큰 외화 수입원이다. 물론 러시아는 대가를 원할 것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 극동개발 참여를 확약하거나 핵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북한 경유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나 원유를 수입하겠다는 의향을 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코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빛바랜 정책을 다시 꺼내 들고 옛날 북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 깊은 고민 없이 예전의 관성에 따라 정책을 펴면 또 실패한다. 이 실패가 정녕 두려운 것은 그렇게 몇 년이 지나가면 한반도는 전쟁을 목전에 둬야 할 수도 있다. 지금은 제대로 제재를 해야 평화가 사는 역설의 기간이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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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