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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90명 산골마을을 한 해 1만2000명이 찾는다, 왜?

행복마을②용인 학일마을
 
경기도 용인 남동쪽 산골에 재미난 마을이 있다. 에버랜드나 한국민속촌 같은 용인의 대표 관광지에서 한참 떨어진 원삼면 학일마을이다. 유서 깊은 문화재나 입이 쩍 벌어지는 비경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인구 90명에 불과한 이곳에 2016년에만 1만2000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오로지 농촌체험을 즐기기 위해서다. 학일마을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행복마을 ‘소득체험’ 부문 입선 마을로 선정됐다. 

용인 학일마을 주민 똘똘 뭉쳐 청정마을 가꿔
모내기·염색 등 체험프로그램만 40가지
체험·특산물 판매 수익 한 해 3억원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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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 학일마을에서 염색체험을 하는 안산 별망초등학교 학생들. 김경록 기자 

경기도 용인 학일마을에서 염색체험을 하는 안산 별망초등학교 학생들. 김경록 기자 

경기도 용인 학일마을에서 염색체험을 하는 안산 별망초등학교 학생들. 김경록 기자 

경기도 용인 학일마을에서 염색체험을 하는 안산 별망초등학교 학생들. 김경록 기자 

학일마을은 작다. 인구는 90명이 전부인데 그나마도 60대 이상이 80%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한다. 이 수치만 봐도 딱 그림이 그려진다. 
실제로 2000년대 들어 마을 주민들은 고민에 빠졌다. 벼농사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농촌체험 프로그램이었다. 한데 2008년까지는 지지부진했다. 방문객이 1000명을 넘어서며 탄력을 받기 시작한 건 2009년부터다. 마을과는 어떤 연고도 없는 한 사람이 귀촌하면서다. 현재 마을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시연(61)씨 이야기다. 국방부에서 일하다 은퇴한 김씨는 유유자적 살고 싶었지만 마을 주민들이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는 사소한 것부터 챙겼다. 문서를 다듬고 마을 운영시스템을 정비했다. 체험 프로그램을 체계화하고 소극적이었던 주민들의 참여도 끌어냈다. 김씨는 “30년 이상 공직생활하면서 몸에 밴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학일마을은 확실히 달라졌다. 2013년 이후 한 해 방문객이 1만 명 이상 찾고 있고, 체험 프로그램 수익은 1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직접 담근 메주를 들어보이고 있는 학일마을 주민들. 오른쪽 두번째가 김시연 위원장이다. [사진 학일마을]

직접 담근 메주를 들어보이고 있는 학일마을 주민들. 오른쪽 두번째가 김시연 위원장이다. [사진 학일마을]

7월 12일 아침 양지IC를 빠져나와 시골길을 약 30분 달리니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이어 대형버스 3대가 마을 입구에 섰다. 안산 별망초등학교 1학년 학생 80명이 현장체험학습을 나왔다. 김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학일마을은 공장과 축사가 없는 청정마을이에요. 대신 반딧불이·가재·도롱뇽이 많아요. 농약을 안 써서 뱀도 많지요. 말 안듣고 까부는 아이들만 골라서 문대요~.” 아이들이 꺅 소리를 지르더니 천방지축 행동을 멈췄다.
이들이 한 첫번째 프로그램은 염색체험. 하얀 천을 받아든 아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고무줄을 이리저리 묶은 천을 황톳물에 담가 15분간 주물럭거렸다. 고무줄을 푸니 그럴싸한 문양이 새겨진 손수건이 완성됐다. 아이들은 빨랫줄에 손수건을 널며 서로 제 것이 예쁘다고 으스댔다. 
12일 오전 별망초등학교 학생들이 고추따기 체험을 하기 위해 고추밭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12일 오전 별망초등학교 학생들이 고추따기 체험을 하기 위해 고추밭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두번째 체험은 고추따기. 개망초 만개한 논길 약 200m를 걸어 고추밭으로 이동했다. 아이들은 고추를 따서 봉지에 담기 바빴다. “너희들 매운 고추 먹을 줄 알어?” 체험을 돕기 위해 나온 주민 오경환(68)씨는 기특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지켜봤다. 남예성(8)군은 “전 못 먹어요. 근데 엄마 아빠 드리려고 많이 따는 거예요”라고 답했다. 난생 처음 농사 체험을 해본 아이들은 마을 부녀회에서 준비한 농가비빔밥을 우걱우걱 야무지게 먹었다.
고추따기 체험을 하는 아이들. 김경록 기자

고추따기 체험을 하는 아이들. 김경록 기자

고추따기 체험을 하는 아이들. 김경록 기자

고추따기 체험을 하는 아이들. 김경록 기자

학일마을은 사계절 통틀어 약 40가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모내기, 벼 수확이 가장 인기여서 봄, 가을이 바쁘다. 농촌체험마을치고는 드물게 청소년 수련활동 인증도 받았다. 다른 마을과 차별화한 오지 생존 체험, 별자리 관측 등 이색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별망초교 배민경 교사는 “체험프로그램이 다양한 데다 다른 지역에 비해 덜 상업적인 느낌이어서 학일마을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체험객 80%가 어린아이지만 종종 기업에서도 찾는다. 신세계·삼성전자 등 대기업에서도 마을을 찾았다. 자매결연을 맺은 기업과 단체만 17곳에 달한다.
농촌 체험 말고도 학일마을이 자랑하는 게 있다. 바로 특산물이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담근 된장·고추장 등 장류와 가래떡은 용인시에서도 맛 좋기로 소문이 났다. 특산물 판매액만 한 해 1억원이 넘는다.
학일저수지에서 내려다본 학일마을. 김경록 기자

학일저수지에서 내려다본 학일마을. 김경록 기자

농사만 짓던 마을 주민들은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2016년에는 독일식 농촌 별장 ‘클라인 가르텐’ 단지를 조성했다. 텃밭 100㎡(30평)와 복층형 별장을 1년씩 빌려주는데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17동을 운영 중이다. 2015년에는 마을 주변에 걷기 길도 조성했다. 고려·조선시대 가마터, 천주교 성지를 품은 3개 코스(배내미길·광대바위길·족금산길)를 만들었다. 인구 100명도 안되는 산골마을에서는 유례없는 일이다. 
 
◇여행정보=학일마을은 교통이 좋지 않아 자가용을 운전해서 가야 한다. 서울시청에서 학일마을까지는 68㎞, 약 1시간 30분 걸린다. 모든 체험프로그램은 20명 이상부터 가능하다. 체험비는 내용에 따라 1인 6000~2만2000원. 마을에는 식당과 숙소가 없다. 식사가 포함된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순 있다. 텐트 등 캠핑장비를 챙겨가면 야영체험도 가능하다. 야영도 개인은 안되고 20명 이상이어야 한다. 031-334-7991. 
 
용인=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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