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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말 세탁 전날 최순실-삼성 만났다” 증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 이른바 ‘말 세탁’ 전날 최씨와 삼성 관계자들이 만났다고 증언했다. 정씨는 최씨가 삼성이 제공한 말을 '네 것처럼 타라'고 했다는 발언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12일 오전 10시부터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의 재판에 정씨는 증인으로 나왔다. 
 
셔츠 차림으로 법정에 선 정씨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질문에 비교적 차분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하나씩 답했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특검팀에 따르면 이 부회장 등은 2015~2016년 국가대표 승마팀 훈련 지원 프로그램을 가장해 최씨와 정씨에게 말 구입 비용 등 78억원 상당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언론 등을 통해 이같은 정황이 드러나자 처음 사준 마장마술용 말 살시도·비타나V·라우싱1233 등 세 필을 ‘블라디미르·스타샤’로 바꾸는 이른바 '말 세탁'을 한 혐의도 있다.
 
정씨는 “한국에 들어와 마지막 검찰 조사를 받은 지난 6월, 승마 코치인 크리스티앙 캄플라데에게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말을 교환하기로 한 바로 전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엄마(최씨)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무 세 분이 만났다’는 말을 들었다”며 “녹음 파일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삼성 측은 최씨가 말 교환을 독단적으로 했고 교환 사실을 알지도 승인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정씨는 “엄마가 말을 바꿔야 한다고 하면서 ‘삼성이 바꾸라고 한다’고 했다”며 “어떻게 (삼성이 말 세탁을) 모를 수 있었는지가 더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또 “승마 코치인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드가 말 블라디미르·스타샤를 교환했는데 삼성이 차액을 안 보내줘 짜증을 낸 적 있냐”는 특검팀 질문에도 “그렇다. 안드레아스가 영어로 ‘삼성 니즈 투 페이 미(삼성이 내게 돈을 줘야 한다)’라고 한 게 기억난다”고 답했다.
 
정씨의 적극적인 증언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들은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최씨가 말세탁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최씨는 이전 재판에서 말세탁과 관련한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정씨는 삼성의 승마훈련 지원과 관련해 최씨가 한 발언도 폭로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삼성은 최씨가 독일에 설립한 코어스포츠와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대비해 승마 유망주 6명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지만 2015년에 독일 전지훈련을 간 선수는 정씨 한 명이었다.  
 
특검팀이 “어머니에게 ‘나만 지원받냐’고 물으니 ‘그냥 조용히 있어. 때가 되면 (다른 선수들도) 오겠지. 왜 계속 묻냐’며 화를 낸 사실이 있냐”고 질문하자 정씨는 “그렇다. 엄마가 ‘다른 선수가 오기 전에 삼성에서 너만 지원해준다고 소문나면 시끄러워진다’고 했다”고 인정했다.  
 
“살시도를 삼성으로부터 사달라고 하니 어머니가 ‘굳이 돈 주고 살 필요 없다. 그냥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했냐”는 특검 질문에도 “맞다. 그런 말은 들었지만 전 내 말이라고까지 생각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코펜하겐 미팅엔 박 전 사장이 아닌 안드레아스가 있었다"며 정씨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말이 오갔는지 들은 게 없지 않냐"고 반박했다. 
 
정씨의 증언은 앞서 최순실씨의 특검팀의 조사 내용과도 배치된다. 특검팀 조사 내용 중에는 최씨가 삼성전자 황성수 전무에게 "이재룡(이재용 부회장)이 VIP 만나서 말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었느냐"고 말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 출석하고 있는 정유라씨. [연합뉴스]

검찰에 출석하고 있는 정유라씨. [연합뉴스]

 
이날 법정에서는 정씨의 증인 출석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씨의 변호인은 지난 8일 “정씨가 형사 재판을 위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건강 상태도 좋지 않다”며 증인 출석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정씨는 이날 변호인과 상의 없이 법정에 섰다.
 
이에 대해 이경재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특검팀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정씨가 이날 새벽 5시쯤 집을 나가 앞에 대기 중이던 승합차에 승차한 후 종적을 감췄다”며 “심야에 이 같은 방법으로 증인을 인치하고 5시간 이상 사실상 구인·신병확보 후 변호인의 접견을 봉쇄하고 증언대에 세운 행위는 위법이자 범죄적 수법이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정씨의 증언은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하지만 신체적·정신적 피폐 상태에 있고 3차 구속영장 청구의 위협과 검찰 회유가 중첩된 상황에서 이뤄진 진술”이라며 “이날 증언은 압박과 회유 등으로 오염됐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는 증인의 출석 의무를 고지하는 등 합리적인 노력을 했을 뿐 불법적인 출석 강요는 없었다”며 “정씨 본인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출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씨는 “여러 만류가 있었던 것도 나오기 싫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와야 된다고 생각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김선미ㆍ박사라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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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