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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 할머니 "퇴원하라 할까봐 걱정돼 죽겠어"

뇌졸중 수술을 받고 8년 째 경북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이상진(59)씨가 지난달 29일 병원 주변을 산책한 후 병실로 돌아가고 있다. 이 씨는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언제 또 쓰러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병원을 떠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뇌졸중 수술을 받고 8년 째 경북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이상진(59)씨가 지난달 29일 병원 주변을 산책한 후 병실로 돌아가고 있다. 이 씨는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언제 또 쓰러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병원을 떠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본지 취재진은 사회적 입원 환자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서울·경기·경북 등지의 요양병원 환자를 만났다. 또 전남대 간호학과 김정선 교수가 올해 한국노년학회지에 발표한 '노인의 사회적 입원으로 인한 요양병원에서 삶의 변화' 논문과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이용재 교수가 5월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에 발표한 '의료급여환자의 요양병원 이용에 관한 연구'를 분석했다.
 
  김 교수는 15명의 노인 사회적 입원환자, 이 교수는 3명의 의료급여 입원환자와 가족, 요양병원 종사자 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를 종합하면 사회적 입원이 증가하고 있고, 이들이 나름대로 만족감을 느끼고 있고, 병원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퇴원을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김정선 교수가 인터뷰한 88세 여성 환자는 "집에 가라고 할까 봐 죽겠어"라고 했고, 72세 남성 환자는 "내가 어디에 있든 요양병원 생활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경북의 한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이 물리치료를 받는 모습.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달 29일 경북의 한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이 물리치료를 받는 모습.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의 한 요양병원에서 만난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인 이상진(59·경기도 안산시)씨는 8년째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오른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목발과 휠체어 없이도 곧잘 걷고 양손도 자유롭다. 이씨는 "나이 든 어른이 '이렇게 건강한데 왜 입원했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쓰러질까봐 염려돼 병원을 나가기 무섭다"며 "나가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병원이 집이 되면서 일종의 커뮤니티도 생긴다. 고관절 치환수술을 받은 67세 여성 환자(2년 입원)는 "내 옆 노인들이 퇴원하지 말라고 한다. 여기서 더불어 사는데 집에 가면 혼자인 게지"라고 말한다. 그는 치매 환자가 입원해서 힘들어 할 때 같이 노래 부르고, 병원 프로그램에 일일이 데리고 다닌 적이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감사원은 지난 2013년 감사 보고서에서 요양병원 입원 환자 3만1075명이 사회적 입원의 범주에 든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당시에는 입원기간을 따지지 않았는데, 6개월 이상으로 제한하면 지난해 기준으로 1만7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고령화와 핵가족화, 자녀의 경제난 등이 진행되면서 사회적 입원은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역할에 명확한 선을 긋지 않으면서 '요양병원 쏠림'이 심해졌다. 요양시설은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지 못하면 들어갈 수 없다. 또 일반 병원은 높은 의료비용과 강제 퇴원 때문에 오래 머물기 어렵다. 
 
  이용재 교수가 인터뷰한 한 기초생활 수급자(48)는 "원래 입원한 병원서 계속 퇴원하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저렴한 요양병원으로 연결해줬다"고 했다. 또 요양시설(요양원)은 '죽으러 가는 곳'이란 거부감 때문에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요양시설에 의료진이 적어 원하는 처치를 받기 어렵다는 두려움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29일 경북의 한 요양병원에서 사회적 입원 환자 이상진(59)씨가 물리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씨는 병원에서 물리·재활·한방 치료를 하루 2시간 씩 받고 노래부르기 등 프로그램도 빠짐없이 참여한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달 29일 경북의 한 요양병원에서 사회적 입원 환자 이상진(59)씨가 물리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씨는 병원에서 물리·재활·한방 치료를 하루 2시간 씩 받고 노래부르기 등 프로그램도 빠짐없이 참여한다. 프리랜서 공정식

  이처럼 집에서 안정적으로 외래 진료를 받거나 가사를 챙겨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점이 사회적 입원을 초래한다. 송현종 상지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사회적 입원 환자는 의료적 필요가 있다기보단 다른 요구를 의료로 풀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8년간 요양병원에서 근무한 간호사 A씨(49)는 "집을 다 정리해서 갈 곳이 없는 분들이 몇 명 있죠. 아예 집이 없는 거예요. 옷이며 뭐며 다 트럭에 싣고 다녀요"라고 말했다. 기평석 대한요양병원협회 부회장은 "사회적 입원 환자는 갈 곳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길거리에 내쫓을 수도 없는 아니냐"고 반문한다. 요양병원이 사회복지 기능을 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일부 요양병원이 불법적으로 환자 부담을 경감하거나 받지 않고 환자 유치에 나서기도 한다. 사회적 입원 환자 1명당 약 200만원이 나온다. 물론 여기서 인건비 등을 지출한다. 요양병원 간호사 B씨(62)는 "병원 오픈 때는 무조건 환자를 까는(입원시키는) 거죠. 새로 개원하는 요양병원은 병실을 채우는 게 우선이거든요"라고 말했다. 
 
  이윤환 대한요양병원협회 기획위원장은 "사회적 입원 환자는 낮은 치료 비용이나 장기 입원시 수가 삭감 등으로 요양병원으로선 부담스런 존재"라면서도 "아픈 환자를 밖으로 내보내기 어려운데다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일부에선 이들이라도 데려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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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의료급여를 받는 저소득층은 입원비가 사실상 무료라는 점, 본인 부담 상한제(연간 의료비 부담을 120만~500만원으로 제한하는 제도)가 적용된다는 점도 사회적 입원에 한몫한다. 
요양병원 병실은 주로 환자 6~8명이 함께 쓰는 다인실이다.고령화와 핵가족화, 자녀의 경제난 등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사회적 입원 환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중앙포토]

요양병원 병실은 주로 환자 6~8명이 함께 쓰는 다인실이다.고령화와 핵가족화, 자녀의 경제난 등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사회적 입원 환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중앙포토]

  전문가들은 사회적 입원 환자에 대한 1대1 관리를 강화해 병원 대신 집이나 공동생활가정에서 꾸준히 돌봄을 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용재 교수는 "요양보호사가 환자 가정을 몇 시간 방문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종합복지관이나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의료·가사·영양 서비스를 환자에게 적극 제공해야 한다"며 "일본처럼 어르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연계해주는 통합사례관리사를 두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요양등급 기준을 완화해 집에서 요양 서비스를 받도록 유도하거나 의료·주거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교수는 "사회적 입원을 줄이려면 주거와 의료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의료형 주거시설이 있어야 한다. 환자 유형에 따라 치매형·재활형·간호형 등으로 세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박정렬·백수진 기자 ssshin@joongang.co.kr
요양병원·요양시설은?
요양원 등 요양시설은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따라 신체활동지수를 측정해 1~5등급을 받는다. 1·2등급을 받은 중증 치매 노인 등이 요양시설에 입소한다. 요양병원은 장기 입원치료를 위한 의료시설이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요양보호사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간병인을 쓰면 간병비를 따로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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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