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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한국 강타한 H. H. H.

7월의 한국엔 세 가지 ‘H’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햄버거(Hamburger)와 고속도로(Highway), 폭우(Heavy rain)다. 한 아이가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린 사실이 드러난 뒤 불거진 햄버거병 논란은 불매운동으로 확산하는 중이다. 경부고속도로에서는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승용차 탑승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주말엔 낙뢰를 동반한 폭우로 지방 곳곳에선 도로가 유실되고, 많은 사람이 밤잠을 설쳤다.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하기엔 사안이 가볍지 않다. 햄버거는 먹거리 안전, 반복된 고속도로 사고는 교통 안전, 폭우는 자연재해와 관련된 것이다. 하나같이 시민의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다.
 
'맥도날드 햄버거병' 논란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7일 서울 시내 한 맥도날드 매장 앞.   고기패티가 덜 익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가 일명 '햄버거병'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렸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2017.7.7  pdj6635@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맥도날드 햄버거병' 논란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7일 서울 시내 한 맥도날드 매장 앞. 고기패티가 덜 익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가 일명 '햄버거병'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렸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2017.7.7 pdj6635@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①불매운동으로 번지는 햄버거(Hamburger)병 논란  


검찰이 ‘아이가 햄버거를 먹고 심각한 질환에 걸려 신장장애 판정을 받았다’며 한국 맥도날드를 고소한 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경찰로 보내지 않고 직접 수사를 하겠다며 나선 건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사건을 형사2부에 배당했다. 지난해 논란이 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한 부서다. 검찰은 우선 고소인인 최은주씨의 주장을 검토하고, 맥도날드 매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피해자의 어머니인 최씨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경기도 평택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은 A양(4)은 2~3시간 후 복통을 호소했다. 병원을 찾은 지 3일 후에는 중환자실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두 달 뒤 퇴원했지만 이미 신장이 90% 가까이 손상된 상태였다. A양의 병명은 용혈성요독증후군(HUS). HUS는 1980년대 미국에서 햄버거 속 덜 익은 패티를 먹고 난 후 집단 발병이 보고된 적이 있어 ‘햄버거병’으로도 불린다. 대장균 O-157이 주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지 일주일가량 지났지만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한국 맥도날드 측은 ‘공정상 덜 익은 패티가 제공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는 건 막겠다며 연일 해명에 나서고 있다. 한국 맥도날드 측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의 패티는 쇠고기가 아닌 국산 돈육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며 “정부가 인증한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프로그램이 적용된 생산시설에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햄버거병'으로 복막투석 중인 아이  (서울=연합뉴스) 5일 최은주 씨는 자신의 딸이 덜 익은 고기패티가 든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를 먹고 HUS에 걸려 신장장애를 갖게 됐다며 맥도날드 한국지사를 식품안전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사진은 올해 2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진단을 받은 최은주 씨의 딸이 배에 복막관 삽입수술을 받은 후 혈액투석을 하는 모습. 2017.7.5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황다연 변호사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햄버거병'으로 복막투석 중인 아이 (서울=연합뉴스) 5일 최은주 씨는 자신의 딸이 덜 익은 고기패티가 든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를 먹고 HUS에 걸려 신장장애를 갖게 됐다며 맥도날드 한국지사를 식품안전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사진은 올해 2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진단을 받은 최은주 씨의 딸이 배에 복막관 삽입수술을 받은 후 혈액투석을 하는 모습. 2017.7.5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황다연 변호사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패티가 내장을 섞어 만든 분쇄육이라는 주장도 일축했다. 맥도날드 측은 “자사의 어느 패티에도 내장을 섞어 사용하지 않는다”며 “HUS를 일으키는 원인은 수없이 다양하고, 특정 음식에 한정 지을 수는 없기 때문에 HUS를 햄버거병으로 통칭하는 것 역시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의 해명과 달리 전·현직 직원들은 “체크리스트에 조리 상태가 정상으로 기록되고 수백개가 정상이더라도 일부 패티는 덜 익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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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업체의 한 직원은 “지난 주말 매출이 평균의 70% 정도 수준이었다”며 “패티가 제대로 구워졌는지 확인해 달라는 고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3세, 5세 아이를 키우는 이주아(39)씨는 “아이 키우는 마음은 다 똑같지 않겠느냐”며 “안전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당분간 먹이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②‘내 잘못 없는데…’ 고속도로(Highway) 포비아
 
9일 오후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만남의 광장 인근에서 광역버스와 승용차 등이 엉킨 8중 추돌사고가 났다. 2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친 대형사고였다. 사고를 낸 광역버스는 버스전용차로가 아닌 2차로를 달리고 있었다. 정체로 앞선 차들이 줄줄이 서 있는데 버스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그대로 바로 앞 승용차를 덮친 뒤 6대와 연쇄 추돌했다. 가장 먼저 부딪힌 승용차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구겨졌고, 승용차에 탄 부부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지병을 앓는 남편의 기분전환을 위해 나들이를 다녀오다 당한 참변이었다.
 
경부고속도로 8중추돌 사고. [독자제공]

경부고속도로 8중추돌 사고. [독자제공]

 
경찰은 광역버스 운전사 김모(51)씨가 버스전용차로(1차로)가 아닌 2차로를 달리던 중 앞에 정체된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으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급제동 흔적인 스키드 마크(skid mark·타이어 자국)가 없는 걸로 볼 때, 전형적인 졸음운전 사고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추돌사고를 낸 김모씨는 이틀 일하고 하루 쉰 뒤 다시 이틀을 일하는 방식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낸 날은 연속 운행 둘째 날이었다. 첫날엔 오전 5시 첫 차부터 오후 9시 5분 마지막 차까지 여섯 번을 왕복했다. 산술적으로 15시간을 운전한 셈이다. 그는 오후 11시 40분쯤 퇴근해 자정을 넘겨 귀가했다. 사고 당일엔 오전 7시 15분 첫 차를 몰기 위해 오전 6시쯤 집을 나섰다. 수면 시간이 5시간에 불과했던 것이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고속도로 버스 추돌사고는 최근 들어 부쩍 자주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일어난 관광버스 추돌사고 때는 앞 승용차에 타고 있던 20대 여대생 4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네덜란드·이스라엘과 같이 차로이탈경보장치와 자동긴급제동장치(AEB) 등 첨단 운전보조장치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차로이탈경보장치는 차로를 운전자 의도와 무관하게 벗어날 경우 운전자에게 경고해 주는 장치, 자동긴급제동장치는 전방 충돌 위험상황이 발생하면 자동차 스스로 감속 또는 정지하는 장치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이와 관련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12월 본회의도 통과했다. 그러나 차로이탈경보장치만 의무화하는 선에서 정리됐다. AEB는 비싸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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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비도 복불복?’ 일상이 된 폭우(Heavy rain)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째 이어진 폭우에 중부지역은 한 마디로 쑥대밭이 됐다. 서울(도봉) 266㎜, 광명 235㎜, 부천 218㎜, 고양 206㎜, 가평(조종) 203㎜, 남양주(오남) 199㎜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남양주와 양평에서는 한 시간 사이 50㎜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서울 한강 잠수교와 청계천 산책로, 고양 행신교차로 6개 차로 중 2개 차로, 충북 청주 무심천 하상도로 등 도로 5곳, 국립공원 3곳 129개 탐방로가 통제됐다. 
 
장마철이라고 지역별로 균일하게 비가 내리는 건 옛말이다. 특정 지역에만 쏟아 붓는 국지성 호우가 일상이 됐다. 한쪽에선 ‘물폭탄’이 쏟아지는데 얼마 떨어지지 않은 다른 지역에선 햇볕이 쨍쨍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역별 강수량 차이만 봐도 알 수 있다. 10일 하루 동안 한강 이북 쪽엔 비가 많이 왔다. 남양주엔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는데 안산의 강우량은 3㎜였다. 두 지역의 거리는 40㎞에 불과하다.
 
세종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10일 오후 게릴라성 폭우로 세종시 부강면의 한 교각이 붕괴직전에 놓여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김성태/2017.07.10

세종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10일 오후 게릴라성 폭우로 세종시 부강면의 한 교각이 붕괴직전에 놓여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김성태/2017.07.10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는 건 한국의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장마라고 하면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더운 공기’가 만나 장마전선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요즘은 다르다. 북쪽의 ‘더운 공기’와 남쪽의 ‘더 더운’ 공기가 만나 비구름이 좁은 지역에서 강하게 발달하고, 수증기의 양도 많아지게 됐다. 이미 기상청은 향후 20년간 연평균 강수량이 2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지성 호우는 무섭다. 단시간에 쏟아지는 폭우는 특성상 산사태 등 재해를 수반한다. 이런 형태의 폭우형 장마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예측이 쉽지 않다. 기상청은 수도권에 발령했던 호우주의보를 10일 새벽 4시 해제했다. 그러나 3시간 뒤 서울과 경기 지역엔 갑자기 많은 비가 쏟아졌다. 비가 한참 쏟아진 후인 11시 30분 다시 호우주의보를 발령했지만, 이미 광명에 50.5㎜, 시흥에 47.5㎜의 비가 쏟아진 뒤였다. 기상청은 6시간 동안 70㎜ 이상, 또는 12시간 동안 110㎜ 이상의 비가 예상될 때 발령하는 게 호우주의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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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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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