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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물결 버텨온 진천 ‘농다리’ … 물 흐름 방해않는 유선형 설계 지혜

고려 초에 놓인 충북 진천군 문백면 세금천에 놓여진 농다리는 유선형으로 설계돼 물의 저항을 줄인다. [사진 진천군]

고려 초에 놓인 충북 진천군 문백면 세금천에 놓여진 농다리는 유선형으로 설계돼 물의 저항을 줄인다. [사진 진천군]

-고려 초기에 놓인 뒤 1000년의 세월을 꿋꿋이 버텨온 돌다리가 있다. 충북 진천군 문백면 굴티마을 앞 세금천에 가면 지네가 물을 건너는 형상의 다리를 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돌무더기를 쌓은 징검다리에 길쭉한 덮개돌을 얹은 모습이다.=
 
투박하게 보이는 이 다리는 폭우에도 끄떡없이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예부터 굴티마을 사람들은 이 돌다리를 ‘농교(籠橋)’ 또는 ‘농다리’라 부른다.
 
지난 4일 굴티마을 세금천을 찾았다. 이날 새벽부터 진천 지역에 57.5㎜의 장맛비가 쏟아지면서 강물이 크게 불었다. 거센 물살 사이로 상판을 겨우 드러낸 농다리가 세금천을 가로질러 있었다.
 
강물은 농다리 교각 사이 사이를 빠져나가 꽁무니에서 부채꼴 모양의 물보라를 일으켰다. 상판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교각 몸통에서는 물이 줄줄 새어 나왔다.
 
주민들이 농다리를 건너고 있다. [사진 진천군]

주민들이 농다리를 건너고 있다. [사진 진천군]

유선순(50) 농다리전시관 해설사는 “농다리 교각은 유선형으로 설계돼 돌을 겹겹이 쌓아 올린 형태를 갖고 있다”며 “강물 흐름에 영향을 덜 받도록 한 것인데 교각 돌틈 사이사이로 물이 흘러나가도록 설계돼 마찰력을 더 감소시킨다. 이는 소쿠리 구멍 사이로 물이 빠지는 원리”라고 말했다.
 
유 해설사의 말처럼 농다리는 ‘대나무로 짠 바구니(대바구니·籠)’처럼 돌들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작은 돌과 큰 돌, 넓적한 돌과 가는 돌이 바구니의 날실과 씨실처럼 잡고 있었다.
 
이 다리는 1976년 지방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됐다. 93.6m 길이에 높이는 1.2m 정도다. 교각 너비는 3.6m 안팎이다. 다리는 모두 28칸으로 만들어졌다. 모든 돌은 가공하지 않은 자연석을 사용한다. 다리 축조 시기는 고려 초로 추정된다.
 
32년 발간된 『상산지』에는 “농교는 세금천과 가리천이 합류하는 굴치(屈峙)에 있는 다리이며 고려초 임씨의 선조인 임 장군이 처음 건축한 것”이라고 기록돼 있다. 여기서 언급한 임 장군은 고려 2대 왕인 혜종(943∼945년) 때 병부령을 지낸 진천지역 호족인 임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굴치는 굴티마을의 옛 이름이다.
 
농다리가 1000년 넘게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건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지혜와 과학적 원리 덕분이다. 이 다리는 세금천 변에 있는 사력 암질의 붉은색 돌을 모아 돌 뿌리가 서로 엇물려지도록 쌓고 틈새는 작은 돌로 메웠다. 이 위에 길이 1.3m 크기의 장대석을 얹는다. 교각은 유선형으로 만들어 저항을 최소화 했다. 교각 상단으로 올라갈수록 폭과 두께를 좁혀 물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장마 때는 물이 다리를 넘쳐 흐르도록 교각 높이를 세금천 수위를 고려해 정했다.
 
임영은(55) 농다리지킴이 회장은 “장마 때 상판과 교각 1~2개가 유실돼 복구한 적은 있지만 전체가 휩쓸려 나가거나 무너진 적은 없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이어 “농다리가 올해 장마도 무사히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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