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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 대통령에게 90도 인사받은 노병 “생존한 참전용사 1200명에게 한 것”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 양복 옷깃에 ‘고토리의 별’ 배지를 달아주는 옴스테드씨. [콴티코=김성룡 기자]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 양복 옷깃에 ‘고토리의 별’ 배지를 달아주는 옴스테드씨. [콴티코=김성룡 기자]

“여기 (이름이 새겨진) 세 분이 우리 소대였다. 시터 대위가 여기 있네. 우리 소대장이었지.”
 
한국전쟁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던 1950년 겨울 장진호 전투의 참전용사였던 스티브 옴스테드 예비역 중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67년 전을 되새기며 회고에 잠겼다.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의 해병대박물관 내에 만들어진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새겨진 ‘명예훈장’ 수상자 이름 앞에서 그는 전우들을 떠올렸다. 88세의 노병은 “장진호 전투 참전용사는 이젠 1200명이 생존해 있다”며 “우리 연배는 금방 사라진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방미 일정으로 이곳을 가장 먼저 찾았다. 그때 문 대통령이 90도 가까운 인사를 했던 상대가 옴스테드 전 중장이다. 문 대통령의 양복 옷깃에 장진호 전투의 상징인 ‘고토리의 별’ 배지를 달아준 이도 그다. 기념비를 한 바퀴 돌아본 그는 한국 대통령에게서 받은 인사에 대해 “내가 문 대통령에게 그때 고개 숙여 인사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인사가 화제가 됐다.
“당시 내가 대통령의 인사를 받은 것으로 보였을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내게 인사를 한 게 아니다. 그는 이 기념비로 대표되는 참전용사들에게 인사를 한 것이다. 나는 문 대통령이 특히 장진호 전투를 치른 생존 참전용사 1200명에게 인사한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그분들을 대표했을 뿐이다.”
 
당시 어떤 느낌이었나.
“문 대통령의 기념비 방문은 우리에겐 영광이었다. ‘와! 대단한 일이다’라고 생각했다. 기념비를 돌아보며 내가 문 대통령에게 조목조목 설명했다. 지금도 상기돼 있다”
 
옴스테드 전 중장은 그간 기념비 건립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그가 지난 5월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던 기념비 제막식의 사회를 본 건 이같은 그의 노력을 모두가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기념비가 세워지는 장소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이 자리를 택한 건 아주 눈에 잘 띄기 때문”이라며 “저 위쪽의 도로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첫눈에 보이는 게 우리 기념비”라고 설명했다.
 
장진호 전투는 어땠는가.
“기념비에 새겨져 있는 이 건물이 발전소다. 이곳에서 우리는 엄청난 전투를 치렀다. 장진호 전투는 승산이 거의 없었다. 날씨는 혹독했고 중공군과 우리는 8대 1로 싸웠다. 하지만 우리는 싸워서 길(퇴각로)을 뚫었다. 장진호 전투의 의미는 10만명의 민간인을 함께 데리고 나온 데 있다. 우리 손주 세대와 손주의 자녀 세대에게 우리가 그때 무엇을 겪어야 했는지, 그럼에도 우리가 이에 성공했음을 기억하도록 하는 게 이 기념비다.”
 
옴스테드 전 중장은 문 대통령에게 달아줬던 배지에 대해서도 말했다. 기념비 상단에 만들어져 있는 ‘고토리의 별’이다.
 
“눈보라가 며칠간 계속됐다. 유담리를 거쳐서 하갈우리로 넘어갔다. 전투를 치르며 고토리로 진로를 뚫었는데 눈보라 때문에 우리를 지원할 공습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고토리에서 새벽 1시께 갑자기 눈 구름이 사라지며 밝은 별이 펑하며 나타났다. 우리는 ‘살았다’ 싶었다. 그 별이 장진호 전투의 상징이다.”
 
문 대통령의 기념비 방문은 한·미동맹에 어떤 의미인가.
“나는 40여 년간 군인이었다. 우리는 한국 국민, 더 정확하게는 한국군과 대단한 관계를 가져왔다. 우리는 한국군과 함께 훈련했고 훈련 차 포항에도 수차례 갔다. 동맹은 언제나 강했고 항상 더욱 강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알고 있음을 보여줬다.” 
 
콴티코=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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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