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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재료 구하려고 코스트코 쓰레기통도 뒤졌죠”

10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자신의 작품 ‘Adam’s Image’와 함께 한 나얼. [사진 파라다이스 ZIP]

10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자신의 작품 ‘Adam’s Image’와 함께 한 나얼. [사진 파라다이스 ZIP]

“어려서부터 화가가 꿈이었고 잘하는 게 그림 그리는 것밖에 없었거든요. 음악을 하게 되는 바람에 인생이 바뀌게 됐죠. 감사하지만 돌아보면 아쉽기도 해요. 집중해야 될 나이에 미술에 좀 더 집중을 못한 게.”
 
뛰어난 가창력의 싱어송라이터 나얼, 아니 서울 장충동 복합문화공간 파라다이스 ZIP에서 미술전을 여는 작가 유나얼(39)의 말이다. 벌써 10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는 콜라주, 실크스크린, 드로잉, 설치 등 24점을 선보이는 중이다. 특히 ‘디지털 콜라주’, 즉 인물사진이나 그림·종이조각·깃털 등을 모아 만든 원본을 고해상도로 스캔해 확대, 마치 큼직한 사진처럼 보이는 작품이 여럿 눈에 띈다.
 
“제가 사용하는 재료는 아무한테도 주목 받지 않는 이미지, 버려진 것, 길거리나 쓰레기통에서 줍기도 한 것인데 이걸 모아 확대하면 반응이 재미있어요. 멋있다고도 하고 좋다고도 하고.”
 
서랍마다 다양한 재료를 넣어 둔 ‘콜라지얼’.

서랍마다 다양한 재료를 넣어 둔 ‘콜라지얼’.

그는 “이국적인 이미지를 원하다보니 예전에는 코스트코 같은 데서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했다”며 “여행가는 친구들에게 ‘쓰레기’ 좀 가져다 달라고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입체 콜라주라고 할 큼직한 작품도 주 재료는 일종의 재활용품이다. 예컨대 ‘Collagearl’(콜라지얼, 콜라주+나얼)은 이태원에서 산 오래된 가구의 서랍마다 소형음반 등을 넣은 작품이다. 10여년 전부터 개인전마다 전시장에 두는 ‘뮤직박스’도 “명동에서 쓰레기 모으는 분이 가져가는 걸 달라고 해서 샀다”고 했다. “처음엔 몰랐는데 금속공예 작가들이 쓰는 기구에요. 구멍 안에 손넣고 작업하는 거죠.” 그 구멍 안에 흑인 인물사진 등을 넣고 음악이 흘러나오게 만들었다.
 
대학과 대학원까지 줄곧 미술을 전공한 그는 콜라주 작업의 계기로 “고교시절 동네 화실 선생님”을 꼽았다. “깨어있는 분이었어요. 자유로운 작업을 격려하는 분이라 큰 영향을 받았죠. 제가 텍스트와 이미지가 함께 있는 이미지를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레 콜라주를 하게 됐는데 돌아보면 결과물을 빨리 보고 싶어하는 급한 성격이나 충동적 기질과 다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작품의 또다른 특징인 이국적 분위기는 더 어린 시절의 영향으로 설명했다. “어렸을 때부터 의정부에 살았는데 미국문화에 대한, 아니 이국적인 이미지를 좋아했어요. 과자 하나를 먹더라도 영어가 써있으면 더 맛있어 보이는 것 같은 마음이었죠.”
 
그는 “미군들이 지나갈 때 손 흔들면 씨레이션을 던져주고 그랬다”며 “북한 삐라도 많아 경찰서에 주워가면 공책을 주곤 했다”고 성장기의 분위기를 돌이켰다.
 
디지털 콜라주 ‘500’(2017). 작품 속 우표의 인물은 500년 전 종교개혁을 주도한 마틴 루터.

디지털 콜라주 ‘500’(2017). 작품 속 우표의 인물은 500년 전 종교개혁을 주도한 마틴 루터.

“사춘기 때 한창 미국음악에 빠졌던 것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마침 90년대가 흑인음악 제2 전성기였거든요. 베이비 페이스가 다 잡고 있던 시절이라 팝적인 흑인음악이 대세였는데 제가 빠져든 건 화성, 화음, 그리고 흑인들의 보컬 스킬 같은 거였어요.” 자라면서 ‘노래 잘한다’ 소리는 전혀 못들었다고 했다. "좋아하는 가수 노래를 노래방에서 자꾸 부르다보니 좀 늘었고, 제일 중요한 건 음반 콜렉션이죠. 워낙 음악듣는 걸 좋아했어요.”
 
기독교 신앙도 빼놓을 수 없다. 음악에는 가끔 드러날 뿐이지만 미술작품은 훨씬 뚜렷하다. 영문 성경구절을 작품마다 주제처럼 적어넣는가 하면 이런 구절만을 조형요소로 활용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미술은 제가 남의 눈치 안 보고 하고픈 거를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잖아요. 결국 제가 할 일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고. 성경을 읽다보면 너무 재미있어요. 빼낼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죠.”
 
신앙이 한결 의미를 더한 시기를 묻자 가수 데뷔 이후인 ‘20대 중반쯤’이라고 했다. 소주 다섯 병까지 마시던 술 역시 그 무렵 아예 끊었단다. 혹 너무 일찍 성공을 맛본 게 싫었던 건 아닐까. "그런 건 전혀 아니에요. 저는 성공 전에 실패부터 했기 때문에.”
 
가수로서 첫 그룹 ‘앤섬’이 크게 성공 못한 걸 가리키는 얘기만은 아니다. "이미 중학교 입시부터 실패했어요. 예원학교에 가려다가. 그래서 예고는 아예 안 갔죠. 대학도 다 떨어지다 붙은 거고. 저는 뭘 하면 항상 실패부터 해요. 너무 일찍 성공했다기보다 오히려 성공을 했음에도 불안했죠.”
 
요즘 그는 그림을 다시 그린다. 요한계시록에서 제목을 따온 ‘For Thy Pleasure’(2017)는 "갑자기 그림이 그리고 싶어져”그렸다. "조금씩 다시 그림을 그려보니 굉장히 소중한 걸 잃어버렸다 찾은 느낌이 들어요. 그림에 좀 더 집중해보고 싶어요.”
 
가수로서 그는 세련된 매너와 소울풀한 목소리, TV 활동 등을 멀리하는 신비로운 이미지로 탄탄한 팬덤을 구축한 ‘음원강자’로도 불린다. 가수 정엽 등과 함께 브라운 아이드 소울로 활동하며 2012년 솔로 데뷔 이후에는 ‘나얼표 가창력’의 진수로 꼽히는 ‘바람기억’ 등을 히트시켰다. 올 가을 새 솔로 앨범 발매 예정이다. "무대에서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비춰지는 게 싫어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저 자신이 너무 잘 아니까요. 팬들이 동네 형, 옆집 형처럼 봐줬으면 좋겠어요.” 전시는 9월 9일까지.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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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