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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와 중기] 얼리고 빨아들이고, 평창올림픽 빙상장 ‘습도 제로’ 도전

박승태 에이티이엔지 대표가 제습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내 처음 개발한 하이브리드 제습기는 성능은 2배 높이고 에너지 사용은 40% 줄였다. [김상선 기자]

박승태 에이티이엔지 대표가 제습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내 처음 개발한 하이브리드 제습기는 성능은 2배 높이고 에너지 사용은 40% 줄였다. [김상선 기자]

지난 5일 경기 시흥 시화공단의 한 회사의 앞마당. 컨테이너처럼 생긴 주황색 기계가 비닐포장에 쌓인채 놓여있었다. 이 회사(에이티이엔지)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산업용 하이브리드 제습기다. 15명이 일하는 작은 회사 내부에는 크기는 작지만 비슷한 모양의 기계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 회사가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기계들이다.
 
에이티이엔지는 산업용 제습기와 공조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다. 산업용 제습기는 선박도장을 할 때 주로 사용되는데, 바닷가의 염분기 높은 습도를 제습기로 제거하면서 작업해야 녹이 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습도 환경이 필요한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공장부터 신선식품을 보관하는 물류센터까지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
 
하이브리드형 제습기 개발 이후 회사 실적은 꾸준히 성장세다. 제품 개발 직후인 2011년에는 8대를 판매해 6억2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시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33대(44억원)를 판매했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3.4%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탁월한 제습능력을 인정받아 평창동계올림픽 빙상장(강릉 하키1 경기장)에 제품을 납품하기도 했다.
 
이 회사 박승태 대표(59)는 40년 넘게 공조 분야의 엔지니어로 살아왔다. 고교 졸업과 동시에 신성엔지니어링에서 일하다 2004년 퇴사한 후 에이티이엔지를 창업했다. 그는 “제습기는 산업 현장에서 꼭 필요한 필수장비고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제습 성능은 더 좋으면서도 효율이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냉각제습기’와 ‘데시칸트 제습기’를 합친 형태의 하이브리드 제습기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습기의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냉각 제습은 차가운 물컵 표면에 수증기가 달라붙는 ‘응축현상’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물컵의 역할을 하는 냉각판에 공기가 닿으면 공기 중의 습도가 물방울로 바뀌는 것이다. 온도가 높고 수분이 많은 경우에는 탁월하지만 산업용으로는 사용이 제한적이다.
 
데시칸트 제습은 흡착제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공기가 일정한 속도로 회전하는 제습로터를 통과하면서 수분이 여기에 흡착되는 방식이다. 제습용량이 크고 저습도 제습이 가능하지만 냉각제습과 비교하면 효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박 대표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제습은 두 가지 방식을 결합, 장점만 뽑아낸 방식이다. 증발기에 의한 1차 제습을 한 후 데시칸트에 의한 2차 제습을 한다. 1차 제습시 응축기에서 발생하는 응축폐열을 데시칸트 재생용 에너지원으로 사용, 별도의 열원이 필요없다. 제습 성능은 2배 이상 올리고 에너지 사용은 40% 이상 줄였다. 이런 독자적인 방식을 인정받아 특허도 4건이나 등록됐다.
 
이 같은 성과는 중소기업기술혁신 개발사업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사업은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 제고를 위해 1997년부터 중소기업청이 시행하고 있다. 기술개발 능력이 있는 중소기업에게 신제품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총 개발비의 65% 이내에서 최대 2년간 4억~6억원 이내에서 지원한다.
 
에이티이엔지는 2010년 하이브리드 제습기 개발에 1억7700만원을 지원받았다. 박 대표는 “아이디어와 능력은 있지만 자금력이 넉넉지 않은 중소기업에게 개발지원 사업은 큰 도움이 된다”면서 “지금도 아이디어가 생길 때마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 사업을 이용하기 위해 눈여겨 보고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다음 목표는 건조기 분야. 그는 “기본적으로는 제습기와 건조기의 원리가 거의 꼭 같다”면서 “하이브리드 방식의 수산물 건조기를 개발했고 미국과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관련 특허도 2014~15년에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취득했다.
 
중소기업인으로서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박 대표에게 ‘실력의 비결’을 물었다. 혁신과 도전 같은 그럴듯한 답을 기대했지만 돌아온 답은 소박했다. 그는 “버틸 수 있는 힘이 실력”이라고 말했다. “버티기 위해 안간 힘을 쓰다보면 남들이 안하는 제품을 만들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에만 공단 내 1000개 업체가 이곳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긍이 갔다.
 
3.56%
● 한국무역협회가 조사한 한국 벤처기업 수출액(9조3400억원)이 전체 기업 총수출액(262조7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2017년 5월 누적 기준).
 
시흥=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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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