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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서 사라지는 ATM, 편의점으로 몰린다

경기도 고양의 새 아파트 단지로 이사한 김 모(39) 씨는 주변에 기존 거래 은행 점포와 자동화기기(ATM)를 찾아볼 수 없어 당황했다. 은행에 문의한 결과, 거래 고객은 인근 편의점에 있는 제휴 ATM을 이용하면 출금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는 “통장 정리는 안 되지만 비싼 편의점 ATM 수수료를 안 내고도 현금을 뽑을 수 있다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ATM 시장의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인터넷·모바일뱅킹이 늘면서 은행은 오프라인 점포와 함께 ATM도 줄여가는 추세다. 하지만 그 빈자리는 편의점을 기반으로 하는 전문 밴(VAN) 사업자의 ATM이 빠르게 메워가고 있다.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에 설치된 CD(현금자동지급기, 출금만 가능)·ATM(현금자동입출금기, 입출금 가능) 수는 12만306대다. CD기를 포함한 ATM 수는 2013년 최고치(12만4236대)를 기록한 뒤 3년 연속 줄었다. 하지만 밴 사업자의 ATM은 오히려 2년 연속 증가해 지난해 말 4만 대를 넘어섰다. 밴 사업자란 노틸러스효성, 롯데피에스넷, BGF핀링크 등 편의점·지하철역 등 공공장소에 설치해 ATM을 운영하는 업체다. 보통 출금을 할 때 수수료가 1300원 정도로 은행 ATM(영업시간 타행 출금 700~800원)보다 비싼 편이다. 이른바 ‘편의점 ATM’이 늘어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편의점 점포 수가 늘어나고 있다.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지난해 말 3만2611개로 전년보다 12.5% 증가했다. 또 다른 이유는 은행이 비용 절감과 점포 폐점 등 이유로 자체 ATM은 줄이고, 편의점 ATM과 ‘브랜드 제휴’하는 것을 선택해서다. 은행 입장에서는 편의점 ATM을 사용하면 기계 구입이나 유지 관리를 직접할 필요가 없어서 30% 정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종종 큰 기업체에서 ‘우리 건물에 ATM을 설치해달라’는 요청이 오는데, 이런 경우 자체 ATM을 설치하기보다는 브랜드 제휴를 하는 게 비용이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부산은행 등 영업점이 많지 않은 은행이 특히 적극적으로 브랜드 제휴 ATM을 이용한다.
 
최근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러한 변화에 불을 붙였다. 오프라인 지점이 아예 없는 인터넷은행은 처음부터 편의점 ATM을 고객 접점으로 삼았다. 4월 출범한 케이뱅크는 체크카드를 이용해 GS25 편의점에 있는 ATM으로 입출금을 할 때 수수료가 없다. 현재 GS25에 있는 자동화기기는 출금만 되는 CD기가 대부분이지만 이를 입금까지 되는 ATM으로 업그레이드해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CD기는 한 대에 300만~400만원, 지폐 감별기능이 있는 ATM은 1500만원 정도로 비싸다.
 
카카오뱅크는 편의점 CU의 ATM을 운영하는 BGF핀링크, 세븐일레븐·롯데마트 등에 ATM을 맡고 있는 롯데피에스넷과 제휴를 맺고 고객들이 공짜로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두 업체가 운영하는 CD·ATM을 합치면 1만6644개로 은행권 1위인 국민은행(1만410개)을 웃돈다. 황은재 카카오뱅크 매니저는 “자체 ATM를 설치할 계획은 없다. 제휴를 통해 편의점 CD·ATM을 이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ATM시장의 이러한 변화는 불과 몇년 전만해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2011년 은행권이 정부 압박에 못 이겨 ATM 수수료를 대폭 인하한 뒤 ATM 밴 사업자들은 고전해왔다. 편의점 ATM의 출금 수수료는 1300원으로 그대로인데 은행권 수수료가 기존에 900~1000원에서 700~800원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수료 인하를 못 견딘 은행들이 2014년부터 ATM을 줄였다. ATM 한대를 운영할 때 보는 적자가 연간 166만원(2013년 금융연구원 연구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금 입출금 수요는 여전했고 그 반사이익이 편의점 ATM으로 돌아갔다. 
 
한애란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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