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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직장서 살아남으려면 ‘호렌소 원칙’ 지켜라

일본의 내년 대졸 ‘구인배율(求人倍率)’은 1.78배다. 대학 졸업자 100명당 178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일자리가 남아돈다는 말이 과장된 얘기가 아니다. 일본 기업들은 구인난 해소를 위해 한국 등 해외 인재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일본과 반대로 극심한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청년들에게는 희소식이다. 그러나 해외취업은 막연하기만 하다. 연봉은 얼마인지, 휴가는 쓸 수 있는지, 기업문화는 어떤지. 일본 최대의 인재개발(HR) 회사 리크루트홀딩스의 리쿠르트R&D에 이런 궁금증들을 물어봤다.
 
일본 기업들은 정보기술(IT) 분야 인재를 가장 많이 찾는다. 지난해 일본 기업에 취업한 현지 유학생 중 비제조업 취업자의 27.3%가 IT 업종에 입사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IT 인력 수요는 92만 명인데, 22만 명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2020년에는 29만 명, 2030년에는 59만 명 정도가 모자랄 전망이다. 특히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정보·보안, 모바일 등 분야의 인력이 부족하다.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면 취업이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에 비해 문과 출신이 취업하기는 어렵다. 통·번역, 무역 등 업무에서만 일부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 경영·영업 등 분야는 일본인 수준의 어학 능력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취업이 힘들다. 일본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8282달러(약 4406만원)의 선진국이지만 신입사원 연봉은 높지 않다. 리크루트워크스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월급은 20만4000엔(약 205만원)이다. 대기업은 22만 엔. 월급의 3~4배 정도의 상여금은 별도로 지급한다.
 
일본은 하위직의 급여가 낮고 위로 갈수록 임금이 오르는 ‘상후하박’ 구조라 초임이 낮다. 일본의 매출 상위 224개 기업의 평균 연봉은 780만 엔. 일본 최대 회사인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평균 임금은 851만 엔이며, 평균연령은 38.9세, 평균 근속연수는 15.2년이다. 높은 임금을 받으려면 장기근속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급여 차별은 없기 때문에 한국인들도 똑같은 급여를 받는다. 다만 외국인이 임원 등 고위직에 오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본은 업무 전문성만 인정받는다면 한국보다 대기업으로의 이직 기회가 많다. 일본 중소기업에서 파견직으로 근무하다 소프트뱅크나 미쓰비시화학 등 대기업으로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삼성 등 국내 대기업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려면 첫 직장에서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3년의 벽’을 넘어야 한다.
 
리크루트R&D의 여인욱 아시아채용담당은 “경쟁력 있는 인재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한 사례가 적지 않다”며 “타지 생활 등 적응 문제로 3년 내 퇴사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기업들도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은 한국에 비해 상명하복 문화가 덜하다. 일본 특유의 연공서열·종신고용 문화가 옅어지면서 상사의 강압적 업무지시나 폭언 등은 많이 사라졌다. 다만 ‘호렌소(報連相)’ 문화는 여전히 살아 있다. ‘보고’ ‘연락’ ‘상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업무 진행 상황을 빼놓지 않고 상부에 보고함으로써 업무 차질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일본 1만 개 기업을 대상으로 어떤 인재를 바라느냐는 일본 데이터뱅크의 조사에서도 ‘커뮤니케이션 능력’(38.6 %)과 ‘솔직함’(32.2 %)이 2, 3위로 높았다. 1위는 ‘의욕적인 인재’(49.0%)였다.
 
일본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한국 인재들의 장점으로 ‘조직문화 적응력’과 ‘터프함’을 꼽는다. 상사의 업무 지시를 무조건 따르는 태도는 단점으로 들었다. 한국인들이 느끼는 가장 어려운 점은 ‘복잡한 행정절차’와 ‘높은 생활 물가’ ‘외로움’ 등이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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