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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자 소로의 과격한 목소리 "정부는 불량배의 두목"

헨리 데이비드 소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

“우리는 정부의 성격을 역사적 관점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예제도를 유지하고 노예해방론자들을 압살하는 등 정부가 불의를 편들 때, 그것은 야만적 권력 혹은 더 나아가 악마적 권력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런 정부는 불량배의 두목입니다.”
12일 탄생 200주년을 맞아 출간된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의 정치평론집 『존 브라운을 위한 청원과 시민불복종』(지에이소프트) 중 한 대목이다. 월든 호숫가 오두막집에서 자급자족ㆍ안빈낙도의 삶을 실천했던 그가 세상의 불의 앞에서 얼마나 강한 목소리를 냈는지 엿볼 수 있다.  
『존 브라운을 위한 청원과 시민불복종』

『존 브라운을 위한 청원과 시민불복종』

책 1부에 실린 ‘존 브라운을 위한 청원’은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 번역 출간된 글이다. 노예제도 폐지론자 존 브라운(1800∼1859)의 대의명분을 옹호하는 내용으로, 소로의 대중 연설 원고다. 1860년 『하퍼스 페리의 메아리』란 책의 한 부분으로 출간됐다. 브라운은 1859년 10월 하퍼스 페리의 병기고를 급습, 탈취한 무기로 노예 해방 운동을 펼치려다 실패하고 그해 12월 교수형을 당한 인물이다. 브라운의 처형은 미국 남북전쟁(1861∼64)의 도화선이 됐다. 소로는 브라운의 용기에 깊이 감동 받아 여러 차례 그의 구명을 요구하는 연설을 했다. “인간은 노예들을 구하기 위해 폭력적 수단으로 노예주인과 맞설 수 있는 합당한 권리를 갖고 있다”면서 브라운의 처형을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아 죽인 것과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소로의 야생화 일기』

『소로의 야생화 일기』

‘부당한 국가 권력에 대해 불복종할 시민의 권리’는 소로의 오랜 소신이었다. 미국 정부가 멕시코와 전쟁을 벌이며 전쟁비용 충당을 목적으로 국민에게 인두세를 징수하자 소로는 세금 납부를 거부하고 감옥 신세까지 졌다. 그 경험을 토대로 1849년 펴낸 에세이 '시민불복종'은 책 2부에 실렸다. “전력을 다해 대들 때는 거역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된다”는 그의 사상은 이후 마하트마 간디의 인도 독립운동과 마틴 루터 킹의 흑인 민권운동 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 밖에 『소로의 일기』(갈라파고스), 『소로의 야생화 일기』(위즈덤하우스) 등 소로가 남긴 39권의 일기장에서 발췌해 엮은 책들도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나란히 나왔다. 대표작 『월든』도 사진작가 허버트 웬델 글리슨(1855∼1937)의 월든 호수 주변 사진 66점과 함께 실린 특별판(열림원)으로 출간됐다. 자연주의자이자 철학자, 수필가이자 식물학자인 소로의 여러 얼굴을 보여주는 책들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오두막집을 짓고 살았던 월든 호숫가. 허버트 웬델 글리슨이 찍은 사진이다. [사진 열림원]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오두막집을 짓고 살았던 월든 호숫가. 허버트 웬델 글리슨이 찍은 사진이다. [사진 열림원]

이 중 『소로의 일기』는 소로가 20세부터 34세까지 젊은 시절 쓴 일기를 모은 책이다. 1837년 10월 22일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1803∼1882)의 조언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 첫 날, 스무살의 소로는 독일 속담 “진실이란 나를 더 나아지게 하는 모든 것”을 인용했다. 그리고  “인간은 어떤 폭풍우도 가라앉히지 못하는 코르크 마개와 같다. 갈라진 틈이나 옹이구멍을 통해 세상을 보더라도 그 아름다움엔 변함이 없다”“말의 의미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지 말 자체가 아니다” 등의 사색을 이어간다. 청년 소로가 어떻게 삶의 진실을 찾아가는지 시간 순서대로 따라가는 재미가 깊다.  
『소로의 일기』

『소로의 일기』

소로의 1850∼1860년 일기 중 야생화가 등장하는 부분을 뽑아 정리한 『소로의 야생화 일기』에선 그의 끈질긴 탐구정신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소로는 자신의 고향 미국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 지역의 식물을 표본집까지 만들어가며 연구했다. 표본 최종 번호가 900번을 넘어갔을 만큼 방대한 표본집이었다. 그 스스로 “너무 관찰에만 집중하느라 나 자신이 없어지는 느낌”이라고 하소연했지만, 그의 열정은 지칠 줄 몰랐다.“나뭇가지와 잎만 보고 무슨 종인지 알아야 한다”고 욕심을 냈고, 특정 꽃이 피는 정확한 날짜를 알아내기 위해 30∼50㎞ 떨어진 이웃마을을 하루 만에 가보기도 했다.
그의 생일인 7월 12일(1856년) 야생화 관찰 일기를 들여다보면 이렇다.  
“필라델피아백합이 한창이다. 횃불이 타오르듯 한 송이씩 곧게 뻗었고 화려한 꽃부리에 다채롭게 점이 찍혀 있으며 꽃마다 색조도 점 모양도 저마다 다르다.”
이를 두고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는 “소로는 식물 관찰을 통해 들판의 언어를 배웠고 그렇게 배운 언어로 자신을 포현한 작가였다”고 평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미국의 대표적인 초월주의 사상가.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다. 1845년부터 2년 동안 콩코드 교외에 있는 월든 호숫가에서 오두막집을 직접 짓고 홀로 살았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1854년 발표한 『월든』은 생태문학의 고전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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