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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미군 4만여명 이사 시작된 첫날 평택은? 기대반우려반 반응 엇갈리는 주민들

11일 오전 찾아간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로데오거리의 간판은 온통 영어로 쓰여 있었다. 분식집 등 간혹 보이는 우리말 간판 밑에도 'snack(스낵)'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사진관 진열대에 놓인 가족사진 속 인물들도 외국인이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권이혁(73)씨는 "지금은 평일 낮이라 미군이 나오지 않아 한산하지만, 주말이나 월급날이면 외출을 나온 미군들로 거리가 가득 찬다"며 "미 8군 사령부도 오늘 입주했으니 손님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기지인 평택 캠프 험프리스 인근에 위치한 안정리 로데오거리. 영어로 된 간판이 즐비하다. 낮시간이라 미군들이 부대 밖으로 외출하지 않아 한산하다.평택=최모란 기자

주한미군 기지인 평택 캠프 험프리스 인근에 위치한 안정리 로데오거리. 영어로 된 간판이 즐비하다. 낮시간이라 미군들이 부대 밖으로 외출하지 않아 한산하다.평택=최모란 기자

 
주한미군 지상군을 지휘하는 미8군사령부가 이날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내부 신청사에 공식 입주했다. 팽성읍 안정리 일대에 들어선 이 주한미군 기지는 1488만㎡(444만여 평) 규모로 동북아 최대 미 육군 기지다. 의의도 면적(290만㎡)의 5배, 판교신도시 면적의 1.6배나 된다.
2020년까지 군인과 가족, 군 관계자 등 4만2700여명이 이곳으로 이전한다.
 
주한미군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평택 지역에선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지 인근에 있는 안정리 로데오거리는 이미 미군 손님 맞을 준비를 끝낸 상태다. 간판은 물론 음식점의 메뉴, 병원 진료 과목도 모두 영어로 표기했다.
일부 상점은 미군을 상대하기 위해 영어를 잘하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고 한다.
 
김정훈(58) 팽성상인연합회 회장은 "이제 거리가 막 조성되는 과정이라 어수선한 상태"라면서도 "가족과 함께 평택으로 이전한 미군도 많다고 해서 미군들이 자주 찾는 서울 이태원의 음식점을 유치하고 주말엔 다양한 문화 행사를 마련해 유흥가가 아닌 '문화의 거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기지인 평택 캠프 험프리스 인근에 위치한 안정리 로데오거리 입구에 있는 환전소. 최모란 기자

주한미군 기지인 평택 캠프 험프리스 인근에 위치한 안정리 로데오거리 입구에 있는 환전소. 최모란 기자

상인연합회는 거리 입구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걸거나 '미군 이주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곳곳에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평택시도 미군들을 맞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미군기지 주변 활성화를 위해 인근 안성천에 수변공원을 만들고 주택개량, 상가 활성화 사업 등을 추진했다. '마토예술제' 등 지역 주민과의 상생 문화 콘텐트는 물론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미군과 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이 일대 땅값도 무섭게 오르고 있다. 기지 인근에 있는 팽성읍 내리의 경우 2012년 17만7000원이던 공시지가가 올해는 26만1600원으로 47.8%나 올랐다.   
안정리 로데오거리의 중심 상가는 3.3㎡당 호가가 1500만원을 훌쩍 넘길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평택시의 올해 공시지가는 미군기지 이전에 대한 기대와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지역 개발 등으로 지난해보다 5.2% 올랐다.
이훈희 한미문화예술교류위원회 위원장은 "미군이 늘면 그만큼 소비가 늘어나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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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2014년 주한미군 평택기지 이전 사업이 향후 견인할 경제효과는 약 18조 원, 고용유발효과는 약 11만여 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경제효과가 미진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군기지 안에 들어선 513동의 시설에 학교·쇼핑센터·은행 등 생활편의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팽성읍 캠프 험프리스 주변에는 미군을 위한 3000여 가구의 렌트하우스가 지어졌지만 아직 상당수가 빈집이라고 한다.
주한미군 기지인 평택 캠프 험프리스 인근에 위치한 안정리 로데오거리의 한 부동산 앞에 붙어있는 렌트하우스 매물. 최모란 기자

주한미군 기지인 평택 캠프 험프리스 인근에 위치한 안정리 로데오거리의 한 부동산 앞에 붙어있는 렌트하우스 매물. 최모란 기자

옷가게를 운영하는 최모(64)씨는 "기지 안에 쇼핑센터 등이 있는데다 미군의 상당수가 쉬는 날 등엔 서울 이태원 등 다른 지역으로 나가기 때문에 유흥업소 등을 제외하면 실제 지역 상인들이 얻는 이득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소음이 가장 큰 복병이다. 경기도가 지난해 1~8월 평택지역 미군부대 인근 16개 지역의 소음 정도를 조사했더니 청력손상·수면방해 등을 일으킬 수 있는 75웨클(WECPNL , 항공기소음 평가 단위) 이상인 지역이 8개 곳이나 됐다. 
이에 경기도의회는 군사시설이나 군사훈련으로 인한 소음 등의 피해를 구제하는 내용의 '경기도 군사시설로 인한 소음피해 등 지원 조례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의정부시가 마련한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는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파행을 빚었다. 이날 공연 예정이었던 가수 인순이씨는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를 수 없을 것 같아 죄송하다"며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사진제공=공연기획사]

지난달 10일 의정부시가 마련한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는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파행을 빚었다. 이날 공연 예정이었던 가수 인순이씨는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를 수 없을 것 같아 죄송하다"며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사진제공=공연기획사]

 
잊을만 하면 터지는 주한미군 범죄도 시민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경기도 의정부시와 충청남도 천안시는 최근 미군을 떠나보내는 송별행사와 환영잔치를 열려다 '혈세 낭비'라는 시민단체의 반발 등으로 파행을 맞았다.   
 
이은우 평택사회경제발전소 대표는 "일각에선 경제활성화 측면에서 미군기지 이전을 환영하지만 아직 관련 문화·관광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라 오히려 수원·아산·천안 등 인접지역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충돌과 갈등이 발생할 여지도 있는만큼 범죄 예방교육 등 관련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재광 평택시장은 "이전한 미군기지가 지역 경제·문화·사회·환경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예상되는 문제점 등을 파악·해소하고 주민과 미군이 상생협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평택=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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