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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호의 이나불?] 유세윤 막말과 상처 없는 개그

※[노진호의 이나불?]은 누군가는 불편해할지 모르는 대중문화 속 논란거리를 짚어내 생각해보는 기사입니다. 이나불은 ‘이거 나만 불편해?’의 줄임말 입니다. 메일, 댓글 혹은 중앙일보 홈페이지 내 ‘노진호’ 기자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주시면 고민해보겠습니다. 이 코너는 중앙일보 문화부 페이스북 계정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개그맨 유세윤 [사진 일간스포츠]

개그맨 유세윤 [사진 일간스포츠]

개그맨 유세윤이 ‘또’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8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에서 한 발언이 화근이 됐다. 유세윤은 UV의 곡 ‘이태원 프리덤’의 춤 동작을 설명하며 “팔을 반만 올리면 병신 같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곧장 '장애인 비하' 논란이 일었다.
 
‘병신’이라는 말에는 애초 몸이 불편한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많은 이들이 일상에서 자주 쓰는 욕설이다 보니 ‘병신’이란 말 자체에서 장애인 비하의 의미를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유세윤의 경우 팔을 반만 올린 행동을 지칭하고 거기에 “병신같이 보일 수 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달았으니, 이건 비하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소속사도 이를 아는지 즉각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애드리브를 하는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차별적' 언행을 했다”며 사과했다.
 
여기서 질문. 사과의 진정성을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뭘까.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은, 사과 이후에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느냐다. 이 지점에서 보면 유세윤은 정말 할 말이 없다. 유세윤은 유상무ㆍ장동민과 함께 개그 트리오 ‘옹달샘’으로 활동하며 이미 수차례 거친 말들을 쏟아내 논란을 불렀고, 사과해왔다. 옹달샘은 팟캐스트를 통해 “개 같은 X, 여자들은 멍청해서 머리가 남자한테 안 된다”거나 건강 동호회 얘기를 하던 중 “삼풍백화점 무너졌을 때 21일 만에 구출된 여자도 다 오줌 먹고 살았잖아”라며 막말을 하기도 했다. 모든 사례를 나열해 쓰자면, 보는 눈이 지저분해질 정도니 이쯤 하자.
장동민, 유상무, 유세윤이 과거 인터넷 팟개스트 방송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 막말논란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일간스포츠]

장동민, 유상무, 유세윤이 과거 인터넷 팟개스트 방송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 막말논란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일간스포츠]

 
좋은 개그란 뭘까. 지금은 '폴리테이너(politainer·정치+연예인)'로 꽤 영향력 있게 사회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 방송인은 MC를 볼 때면 꼭 관객 한 명을 타깃으로 삼아 그를 놀리고 다른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과연 특정 대상을 제물로 만들어야 뽑아낼 수 있는 웃음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제러미 벤담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양적 공리주의 철학을 끌어와 '전체 웃음 - 한 명의 불행 = 다수의 행복'으로 보고, 다수가 행복했으니 그걸로 됐다고 할 것인가.
 
최근 만난 개그 퍼포먼스팀 ‘옹알스’는 좋은 개그에 대한 힌트를 줬다. 옹알스는 제대로 된 대사 없이 마임, 마술, 비트박스, 저글링으로 구성된 상황극으로 관객을 웃긴다. 브로드웨이와 함께 세계 공연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한다기에 그들을 만나 “옹알스가 추구하는 개그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7명이 마치 짠 듯이 답이 돌아왔다. ‘상처 없는 개그’라고. 자신들의 목표는 몸이 불편한 사람이든 아니든, 그리고 외국인이든 아니든 관계 없이 최대한 많은 이들을 웃기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리고 그를 위해선 상처 없는 개그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넌버벌 개그팀 옹알스[사진 옹알스]

넌버벌 개그팀 옹알스[사진 옹알스]

 
물론 옹알스야 넌버벌 코미디 팀이니 애초부터 말로 주는 상처가 적다고 할 수도 있다. 또 누군가를 공격하고 비틀고 풍자하는 데서 웃음이 발생하는 만큼 표현의 자유도 억눌러선 안 될 일이다. 다만, 말로 누군가를 웃기고자 할 땐 그 말이 가진 힘을 인식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음악광대 ‘퍼들스(Puddles pity party)’는, 말은 누군가에게 쉽게 상처를 준다며 분장 이후에는 대기실에서도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말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연예인이 공인인지, 유명인인지는 바라보는 기준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그들의 사회적 영향이 작지 않은 건 자명하다. 무심코 내뱉는 연예인들의 말을 듣고 좇아하다 무비판적으로 그에 물드는 경우가 많다. 유세윤을 감싸면서 “'병신같이 보일 수 있다'는 말이 장애인 비하인지 모르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 이를 아프게 증명하고 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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