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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실수하면 안아준다, 호랑이 춤추게 한 ‘김·동’ 리더십

김기태 KIA 감독(오른쪽)은 선수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 외국인 투수 헥터가 이길 땐 손가락을 하늘로 치켜올리는 세리머리를 함께 한다. [중앙포토]

김기태 KIA 감독(오른쪽)은 선수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 외국인 투수 헥터가 이길 땐 손가락을 하늘로 치켜올리는 세리머리를 함께 한다. [중앙포토]

KIA는 지난 8일 수원 kt전에서 20-8로 대승을 거뒀다. 3회 초 8번 김민식(28)과 9번 최원준(20)이 연속타자 홈런을 터뜨렸다. 타순을 가리지 않고 폭발하는 KIA는 팀 타율 0.309(1위)를 기록 중이다. 7월 팀 타율은 0.393다.
 
김 감독의 신뢰를 받고 활약 중인 최원준. [중앙포토]

김 감독의 신뢰를 받고 활약 중인 최원준. [중앙포토]

최원준은 “경기에 빠질 것 같은 날에도 믿고 내보내주시는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원준은 발목 부상 중인 김선빈(28)을 대신해 이날 유격수로 뛰었다. 타격 1위(0.379)를 달리고 있는 선배의 자리에서 최원준은 한뼘 더 성장했다. 최원준은 5월 28일 광주 롯데전에선 연장 11회 끝내기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롯데는 김선빈을 세 차례나 고의볼넷으로 거르고 최원준을 선택했다가 네 번째 만루 위기에서 대포를 맞았다.
 
김기태(48) KIA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수시로 말을 건다. “넌 올해 1군에서 30경기 정도 뛸 거야. 내년엔 50경기 이상 나가야 해.” 담당 코치가 “A 선수는 아직 준비가 덜 됐다”며 걱정하면 김 감독은 “그래도 도전해야 한다. 안 되면 내가 책임진다”고 말한다. 김 감독의 믿음 덕분에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KIA 선수단 곳곳에 퍼졌다.
 
지난 4월 외야수 이명기(30)는 SK에서 KIA로 오자마자 치명적인 수비 실수를 했다. 그러나 이명기는 라인업에서 제외되지 않았고, 현재 타격 8위(0.347)를 달리고 있다. 이명기는 “실수한 다음 날 당연히 경기에서 빠질 줄 알았다. 그런데 감독님이 ‘실수를 두려워 말라’고 격려해 주셨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야구를 잘하는 선수보다 슬럼프에 빠진 선수를 찾아 꼭 안아준다.
 
김 감독의 신뢰를 받고 활약 중인 버나디나. [연합뉴스]

김 감독의 신뢰를 받고 활약 중인 버나디나. [연합뉴스]

이명기에 앞서 1번을 쳤던 외국인 선수 버나디나(33)는 시즌 초 타격 부진 때문에 퇴출설에 시달렸다. 김 감독은 모바일 메신저로 버나디나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을 때의 영상를 보냈다. 그리고 ‘너는 이렇게 훌륭한 선수’라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버나디나는 6월부터 장타를 펑펑 터뜨렸다. 그가 3번타자로 자리잡자 4번 최형우 뒤에 나지완·이범호 등 베테랑이 배치됐다. KIA는 1번부터 9번까지 9개의 엔진을 달고 질주하고 있다.
 
김 감독이 KIA를 처음 맡은 2015년 KIA 전력은 최악이었다. 가뜩이나 타선이 약한데다 김선빈·안치홍이 군 입대로 빠졌다. 김 감독은 구단에 전력 보강을 요청하지 않고 유망주를 최대한 활용했다. 김주찬이 부상으로 빠졌을 땐 “김호령을 김주찬처럼 쓰겠다”고 했다. 지난 2015년 1군 경기에 출전했던 KIA 선수는 50명이 넘었다. 라인업의 절반 이상이 무명이었다.
 
프로야구에서 유행어처럼 퍼지는 ‘리빌딩(재건)’이라는 말을 김 감독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그건 과거의 전통을 부정하는 말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의 구성원을 믿지 못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2015년 팀 타율 최하위(0.251)였을 때도 김 감독은 우승을 목표로 달렸다. 열정적인 유망주와 경험 많은 베테랑의 출전 기회를 골고루 안배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감독의 권한(출전권)을 억지로 행사하는 게 아니라 다수가 납득할 만한 경쟁과 분배의 구도를 만든 것이다.
 
KIA는 2016년엔 5강 와일드카드를 따냈다. 성장통을 겪은 선수들이 도약하고, 확실한 4번타자 최형우가 가세한 2017년 KIA는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마운드에서도 임기영(24)·정용운(27)·임기준(26) 등 이 등장했다.
 
김 감독 리더십의 핵심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LG 시절 그를 보좌했던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김 감독이 야구장에 와서 가장 먼저 인사하는 사람이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다. 용돈을 드리고 간식도 챙겨드린다. 그 분들도 한 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약한 자에겐 한없이 약하지만 강한 자에겐 모든 걸 걸고 싸우는 감독이라는 걸 선수들도 안다”고 말했다.
 
2015년 김 감독은 “선수와 스태프·구단 직원까지 하나가 되어 나아가는 동행(同行)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KIA 홍보팀은 ‘동행’을 3년째 구단의 캐치프레이즈로 활용하고 있다. KIA의 동행 야구는 그래서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떠올리게 만든다.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캠프 때 한 선수가 러닝 훈련에서 뒤처지자 김기태 감독이 달려가 함께 뛰고 있다. 그가 선수단에게 항상 강조하는 '동행'이다. [사진 KIA 타이거즈]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캠프 때 한 선수가 러닝 훈련에서 뒤처지자 김기태 감독이 달려가 함께 뛰고 있다. 그가 선수단에게 항상 강조하는 '동행'이다. [사진 KIA 타이거즈]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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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