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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할 돈 빌려드립니다"…'성형 대출'로 뭉친 대부업체와 의사들

서울 강남 일대 유흥업소 종업원들에게 성형수술을 미끼로 접근해 수십억원 대의 불법 고금리 대출 사업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에게 환자를 소개받고 돈을 건넨 의사들도 함께 입건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무등록 대부업체를 운영하며 수백 명에게 법정 이자율을 웃도는 '성형 대출' 상품을 판매한 혐의로 박모(47)씨 등 2명을 구속하고 23명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현재 법정 최대 금리는 연 27.9%지만 이들은 피해자들에게서 연 34.9%의 이자를 받아냈다.
 
경찰 압수수색 당시 박씨 일당과 결탁한 병원에서 발견된 유흥업소 수술 일정표. [사진 서울경찰청]

경찰 압수수색 당시 박씨 일당과 결탁한 병원에서 발견된 유흥업소 수술 일정표. [사진 서울경찰청]

 
경찰에 따르면 3년 전 무등록 대부업체를 운영해 온 박씨와 이모(37)씨는 새로운 대출 상품을 고민하다 '성형 대출' 아이템을 생각해냈다. 유흥업소 여성 종업원, 성형을 하고 싶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이 주요 대출 타깃이었다.
 
박씨 일당은 먼저 강남 일대 성형외과들을 돌며 '동업자'를 구했다. 병원 수가 늘고 경쟁이 치열해진 강남 성형외과 업계에서 '대출 고객을 해당 병원으로 보내주겠다'는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일당은 병원에 환자를 소개할 때마다 전체 수술비의 30%를 알선료로 받았다. '대출 자금 지원'을 명목으로 남은 수술비의 절반을 빌려가기도 했다. 경찰은 이에 동조한 성형외과 의사 박모(42)씨 등 3명을 입건했다. 의료법상 환자들을 소개하거나 소개받는 목적으로 돈을 주고받는 건 불법이다.
 
피의자들의 범행 방식. [서울경찰청 제공]

피의자들의 범행 방식. [서울경찰청 제공]

 
피의자들은 '대출 고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모집책으로 유흥업소 실장들을 이용했다. 실장들은 자신의 종업원들에게 "성형을 조금만 더 받으면 너도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며 박씨의 대출 상품을 권유했다. 유흥업소 구인구직 사이트에 '성형 지원을 해주겠다' 내용의 홍보글도 올렸다.
 
포털사이트에 '성형 지원'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나오는 박씨 일당의 홍보글들. [인터넷 캡처]

포털사이트에 '성형 지원'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나오는 박씨 일당의 홍보글들. [인터넷 캡처]

 
그렇게 박씨 일당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피해자 378명에게 약 55억 원을 대출해준 뒤 19억 원 상당의 이자·알선료 등을 챙겼다. 대부분 20대 초반인 피해자들은 1인당 1000만~2000만원 정도를 대출받았다. 박씨는 '무조건 우리가 소개해주는 데로 가서 성형을 받아야 한다'며 돈을 대출해준 뒤에도 해당 병원에 동행해 피해자가 수술비를 내는 것까지 확인했다.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피해자들에게 '유흥업소에 다닌다는 사실을 부모나 지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실제로 피해자 부모 집에 찾아가 '딸이 술집 다니는 거 동네방네 떠벌리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박창환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광역2계장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사실이 지인들에게 노출되는 걸 가장 두려워 하는 피해자들의 심리를 노린 것"이라며 "일부 피해자들에게는 '왜 이렇게 돈을 못 갚느냐'며 인터넷 음란방송 출연, 성매매 등을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대부업체와 성형외과 의사들이 결탁해 범행을 저지른 첫 사례라고 밝혔다. 박창환 계장은 "보건복지부에 입건된 의사들의 명단을 넘겨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통보했고 피해자들은 여성단체의 법적 조언·상담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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