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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들어본 사람이 힘이다

김호정 문화부 기자

김호정 문화부 기자

“어… 잠깐만요.” 통화는 갑자기 끊어졌다. 작곡가 윤이상(1917~95)의 딸 윤정(66)씨는 몇 분 후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아까 어디까지 얘기했죠?”
 
통화를 하며 틀어놨던 TV에서 아버지 관련 뉴스가 나와 반사적으로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화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윤이상의 묘 앞에서 묵념을 하고, 쪼그리고 앉아 꽃을 쓰다듬었다고 했다. 5일(현지시간) 김 여사는 베를린 가토 공원묘지의 윤이상 묘에 들러 동백나무를 심었다. 윤정씨는 “아버지 이름은 그동안 지워지기만 했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라고 했다.
 
윤이상은 묘한 이름이다. 이름 자체가 유명하기로 치면 국내에서 모차르트·베토벤 같은 작곡가 다음 정도 될 법하다. 하지만 그 음악을 들어본 사람을 꼽으면 숫자가 줄어든다. 게다가 윤이상 음악에 대해 주관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이의 숫자는 확 적어질 것이다.
 
윤이상이란 이름은 그동안 신문의 사회면에 주로 등장했다. 1967년 동백림 간첩단 사건 이후로 줄곧 그랬다. 대신 문화면에는 자주 나오지 못했다. 그의 음악에 대해 논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행위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그 음악을 들어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세기 작곡가 중 유럽에서 연주 빈도로 치면 10위 안에도 들어갈 작곡가지만 한국에서는 좀체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대체 윤이상의 음악이 어떤 점 때문에 유럽에서 인정을 받는지, 무엇보다 그 음악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곰곰이 생각해본 청중이 너무 적었다.
 
영부인은 윤이상의 베를린 자택 복원사업에 대해 “노력해 보겠다”고 했다. 윤이상 평화재단이 매입했으나 기념관으로 바꾸지 못한 집이다. 하지만 윤이상을 제 위치에 놓을 가장 큰 힘은 청와대 혹은 영부인에게만 있지 않다. 그 힘은 윤이상 음악을 들어본 사람이 많을 때 생긴다.
 
베를린 자택 재정비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은 1000만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시작했는데 이제 430만원 정도 모였을 뿐이다. 6일 오전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1위에 ‘윤이상’을 올린 사람들이 모두 그의 음악을 들어봤다면 어떨까. 윤이상은 아직도 대부분 알지만 거의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다. 
 
김호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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