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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문재인과 시진핑 첫 만남 결산 분석서

이상렬 국제부장

이상렬 국제부장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관련 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었을 것이다.
 

“북핵 위기 외면하는 중국은 한국의 좋은 친구인가 아닌가
사드 보복 가하는 중국은 자유무역 수호자의 자격 있는가”

북한의 멈추지 않는 핵·미사일 개발을 실질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국가가 중국이고, 그런 중국 최고지도자의 속내를 직접 들어보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 측의 경제 보복을 시정하는 것도 시 주석을 통해야 가능한 일이다. 시 주석을 처음 만나는 문 대통령의 각오는 대단했던 것 같다. 앞서 문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만찬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중국이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 중국이 조금 더 기여해 주기를 기대한다”며 “시진핑 주석을 만나 이 부분에 관해 정말 진솔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 보겠다”고 말했다.
 
으레 그렇듯이 비공개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문 대통령의 ‘진솔한 대화’가 시 주석에게 제대로 먹혀든 것 같지는 않다. 양측의 발표가 그렇다.
 
시 주석은 북한이 더 이상의 위험한 불장난을 하지 못하도록 좀 더 압박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 그는 “중국은 최대한 노력 중”이라고 항변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다는 ‘중국 책임론’을 비판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오히려 중국과 북한의 ‘혈맹 관계’를 언급했다.
 
태평양 건너 미국 본토를 위협할 정도로 고도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를 초긴장상태로 몰고 가는 상황에서 조·중 혈맹을 얘기하는 중국 최고지도자의 인식을 문 대통령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대북 압박에 소극적인 중국의 입장은 시 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회담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시 주석은 “중국은 독자 제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유엔을 통한 국제 제재 강화엔 얼마나 적극적인가.
 
북한이 핵실험을 거듭하고 미사일을 쏘아 올릴 때마다 중국은 유엔 무대에서 북한을 감싸고 돌았다.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이후 지난 10여 년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이 기울인 노력은 얼마나 효과가 있었나.
 
사드 문제에 있어 문 대통령과 시 주석 간에 오간 대화도 실망스럽다. 사드 보복은 몇조원 손해라도 감당할 수 있는 재벌기업만 당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하청 중소기업, 유통·여행업계 종사자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고통을 겪으며 생업 기반을 잃어버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보복 피해를 “양국 간 경제·문화·인적 교류가 위축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우회적인 의사 표명이라고 해서 거기에 담긴 절박함을 중국이 알아채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러나 시 주석은 사드 보복을 중단할 의사를 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은 중국의 정당한 우려를 중시하고 중·한 관계 개선 발전을 위해 장애를 제거하기를 희망한다”는 말로 사드 배치 철회를 정면으로 요구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은 막지 않으면서 미사일 방어용 무기인 사드를 제거하라고 하는 그 순간, 어쩌면 시 주석은 중국과 살지, 미국과 살지를 선택하라고 문 대통령에게 묻고 있었던 건지 모른다.
 
문 대통령은 그때 시 주석에게 더 세게 되물었어야 한다.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한 지 25년, 중국은 한국의 좋은 친구인가 아닌가. 또한 이렇게 버젓이 사드 보복을 가하면서도 중국이 자유무역의 수호자라고 자처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물었어야 한다.
 
지난했던 우리 역사는 이웃 국가와 선린 관계를 원했던 우리의 막연한 바람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지금 우리 처지가 꼭 그렇다. 환상을 접고 현실을 직시할 때다.
 
이상렬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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