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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 방산 전관예우는 묵인할 건가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장관을 마치면 얼마나 받을까.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말이다.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해군참모총장으로 퇴임한 지 10개월이 지난 2009년 1월 그는 법무법인 율촌에 들어갔다. 주 2일 14시간 근무하고, 33개월 동안 9억9000만원을 받았다. 근무한 날로만 따지면 하루 300만원꼴이다. 법인카드나 다른 지원을 제외한 순수 연봉만 그렇다.
 

총장 지냈다고 3억 연봉
장관 거치면 얼마나 받나
공직자 역차별 안 되지만
로비로 노후 보장도 안 돼
해·공군에 대안 없다면
민간인 국방장관은 어떤가

물론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야 얼마든지 있다. 그렇지만 송 후보자는 스스로 별로 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너무 많은 돈을 줘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전관예우만으로 그 많은 돈을 받았다는 말로 들린다. 그러니 국방부 장관까지 거친다면 얼마나 많이 받을 수 있을까.
 
그는 율촌에서 “우리 원천기술을 가진 방산 수출·수입을 하는 법률적 지원 제도를 만드는 데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2013년 7월부터 30개월간 일한 방산업체 LIG넥스원에서는 국산 방산장비의 수출을 도왔다고 말했다. 여기서도 2억4000만원을 받았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시 율촌이 진행하던 방산업체 대리 소송 18건과 관련이 없느냐고 물었다. 송 후보자는 소송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는 후배 군인들도 방산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그로서는 이런 의혹 제기가 억울하고 모욕감을 느낄 수도 있다.
 
송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의혹에 불과할 수 있다. 사실이라 해도 불법은 아니다. 그를 임명하고 말고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에 달려 있다. 오늘이 청와대가 요청한 2차 시한이다. 문 대통령이 귀국하는 대로 결론이 나게 돼 있다.
 
문제는 송 후보자뿐 아니라는 데 있다. 그동안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자마자 로펌으로 달려간 분들이 많다. 경제, 특히 금융 당국 고위관리들은 대부분 로펌에 둥지를 틀었다. 로펌에서 장관을 발탁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로펌과 내각을 회전문처럼 드나드는 사람도 늘어났다.
 
공직자의 재취업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나. 송 후보자가 로비를 했는지는 차치하고,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로비스트로 일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게 확인됐다. 심지어 로펌은 영수증을 처리하는 정거장 역할만 하고, 사실상 방산업체와 전직 고위관리가 직거래하는 일도 있다고 대형 로펌 소속 한 원로 변호사는 말했다. 로펌은 중개만 한다는 말이다.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후 재취업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17조는 퇴직한 뒤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한 부서의 업무와 관련된 기관에는 취업하지 못하도록 했다. 지난 연말 관보에 게시된 취업 제한기관에는 국내 로펌 28개도 포함됐다. 그 안에 송 후보자가 전역 10개월 만에 취업한 율촌도 들어 있다.
 
그렇지만 재취업 제한기관에 포함시켜 놓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빛 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많다. 재취업 제한기관은 1만6331개다. 관할 공직자윤리위가 해당 퇴직자가 업무 연관성이 없다고 승인하면 상관없이 취업할 수 있다. 신청자의 90% 정도가 승인된다. 로펌이 가장 큰 구멍이다. 더구나 3년이 지나면 업무 연관성이 있어도 취업할 수 있다.
 
재취업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 공직에 있었다는 이유로 역차별한다면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직자로서의 자부심을 세워주기 어렵다. 퇴직 이후 생활이 불안하면 현직 때 부패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나라에 봉사한 만큼 보상을 해주는 게 옳다. 그렇다고 국가 사업을 왜곡하고 국고를 훔치는 특정 기업, 특히 방산 로비스트가 되어 거액을 챙기라고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공약했다. 검찰 개혁과 방산비리 척결이 핵심이다. 본질은 정치 권력의 개입을 막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는 모두 전관예우와 연결돼 있다. 특히 방산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발주는 물론 아주 적은 비용만 조정해도 어마어마한 돈이 좌우된다. 방산 로비에 결사적인 이유다. 정말 방산비리를 척결할 의지가 있다면 로펌을 통한 합법적 접근까지 모두 들여다봐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굳이 의혹을 털어내지 못한 사람에게 방산비리 척결을 맡기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일부에서는 대안이 없다는 말을 한다. 육군이 지배해온 군을 개혁하려면 비(非)육군이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육군이 아닌 사람 중에 다시 찾아봐도 송 후보자만 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군인이 아니라도 되는 것 아닌가. 이 기회에 문민 지배의 원칙을 세우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방부는 정책 위주로 가고, 합참을 군 지휘체계의 실질적인 중심으로 세워줄 때도 됐다.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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