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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인도에 밀려 6위 … “국산차, 가성비 좋지만 브랜드 전략 없다”

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자동차 산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생산량·판매대수 등 각종 지표가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본지는 주요 자동차 경영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한국 자동차 산업의 현황을 분석했다.
 

위기의 한국 자동차 산업
생산량·판매대수 각종 지표 하락세
중국 시장 점유율 등 1년 새 반토막
미국선 SUV 수요 변화 대응 못해
일본·유럽 공략 차종 다변화 시급
연봉은 많은 데 생산성은 절반 수준
경직된 노사관계도 재정립해야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5인은 한 명도 빠지지 않고 “현재 상황은 위기”라고 인식했다. 국가별 자동차 생산대수가 근거다. 한국은 2005년부터 11년 간 단 한 번도 완성차 생산국 순위 ‘톱5’ 자리를 내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422만8536대·6위) 판매대수가 2015년 대비 7% 줄어들면서, 인도(448만8965대·5위)가 한국을 추월했다.
 
올해 상황은 더 나빠졌다. 상반기 완성차 5개사 자동차 생산대수(216만2548대)는 2010년 상반기 이후 7년 만에 최저다. 인도와 한국의 1분기 생산량 격차(20만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6만대)의 세 배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7위 멕시코와 격차(23만대→4만대)는 언제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줄었다.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한국은 멕시코에 6위 자리마저 넘겨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수출 시장에서 한국 차가 덜 팔리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차별화 전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산차가 독일·일본차 대비 브랜드 전략이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예컨대 마츠다자동차는 ‘조작이 편리하다’거나 폴크스바겐은 ‘연비가 좋다’는 식으로 특화한 브랜드가 있다. 이에 비해 한국 자동차 브랜드는 ‘가성비가 좋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기업 합작사 지분 상한(50%)을 규정하고 있다. 규제 도입 24년 동안 기술력을 축적한 중국 자동차 제조사의 최근 타깃이 현대·기아차다. ‘가성비’ 측면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은 촉매가 됐다. 상반기 현대기아차 중국 시장 판매대수(42만8800대·추정치)는 지난해 상반기(80만8300대)보다 반토막(47%)이 났다. 현대기아차 중국 시장 점유율이 9%(2014년)에서 4%(올해 1~5월)까지 추락하는 동안, 38.4%였던 중국 현지 자동차 제조사의 시장 점유율은 43.2%까지 늘었다. “사드는 중국 토종 브랜드에 ‘따라잡히는 빌미’였을 뿐”이라는 게 김수욱 교수의 분석이다.
 
포트폴리오 다변화 시점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충분한 차종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가, 해당 국가 소비자들의 수요가 달라지면서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경기 침체 이후 미국은 세단 수요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픽업트럭으로 이동했다. 미국 시장에서 국산차가 수입차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분야다. “현대기아차 등이 부랴부랴 SUV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지만 이미 한 발 늦었다”고 김수욱 교수는 말한다. 실제로 한국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8.9%(2010년)에서 7.6%(올해 1~5월)로 감소했다.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연구개발(R&D)에 한국 자동차 제조사가 상대적으로 느슨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2013년 일본 아베 정부가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한 이래 일본 자동차 제조사는 환율효과로 거둔 수익을 대거 R&D에 투입했다. 지난해 일본 7개 자동차 제조사의 R&D 투자(2조8120억엔·약 29조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일본 자동차 업체가 주력하는 중형·준중형세단 등이 한국과 겹친다는 점이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의 R&D 투자가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유럽 시장에서 한국차 점유율(5.9%)이 정체하는 동안, 일본(14.8%)은 사상 최초로 미국(14%)을 제치고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경직된 노사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단골 메뉴다. 현대차의 평균연봉(9600만원)은 미국 현대차 앨라배마공장(7700만원) 보다 24.7% 높지만, 생산성(자동차 대당 투입 시간)은 울산공장(26.8시간)이 앨라배마공장(14.7시간)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도 현대차·기아차·한국GM 등 주요 자동차 노조는 임금협상이나 단체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동일 비용을 투입하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노사 분규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경기 주체들의 심리가 악화한다”고 말했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도 “(노사 갈등으로)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에 공격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수시장은 수입차에 내주고 있다. 완성차 5개사의 상반기 자동차 판매대수(77만9685대)는 80만대 이하로 감소했다. 특히 한국GM은 상반기 판매대수가 16.2%나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혼다자동차(73%)·메르세데스-벤츠(54%)·도요타자동차(30.4%)·BMW(25.2%) 등 주요 수입차는 내수시장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부처별로 나뉜 자동차 정책에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예컨대 전기자동차 기술은 산업부·미래부, 인증은 국토부, 보급은 환경부가 담당하는데, 산업부에서 모이자고 하면 국토부 과장은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비협조적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전기차 시장 초기부터 중국 정부가 전기차 정책을 주도한 것처럼, 한국도 미래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는 컨트롤타워 설립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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