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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사드 배치 결정 1년…배치는 갈 길 멀고 주민은 둘로 쪼개지고 성주는 보수-진보 격전지로

"사드 들어온다 카고 1년이 우째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더. 조용하던 마을에 군인·경찰이 떼로 몰려오질 않나 마을회관 앞에선 맨날 싸움이 벌어지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습니더."
 

마을회관 앞선 연일 충돌 벌어져
둘 쪼개진 성주…보수·진보 갈등

발표 후 긴박하게 돌아갔던 1년
정권 교체되고 더뎌진 배치 속도

정부 "절차 밟겠지만 철회 없어"
앞으로도 당분간 갈등 지속될 듯

경북 성주군 초전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송경선(68·여)씨는 성주의 지난 1년을 이렇게 회고했다. 송씨는 지난해 7월 13일 주민들과 함께 성주읍 성밖숲에서 열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가 사드 배치 뉴스를 들었다.
 
지난달 27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인근에서 사드배치 찬성·반대 단체가 경찰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인근에서 사드배치 찬성·반대 단체가 경찰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오는 13일이면 국방부가 성주군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한 지 정확히 1년이다. 배치 발표 후 1년. 조용했던 성주는 어떻게 변했는가, 사드 배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사드는 제대로 배치조차 되지 못했고 주민들은 둘로 쪼개졌다. 그 사이 정권이 바뀌었고 사드 배치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보수·진보세력이 충돌하고 있다. 
 
최근엔 날마다 서북청년단을 비롯한 여러 보수단체 회원들이 최소 10여 명에서 최대 수백 명 규모로 집회를 열고 있다. 경찰은 마을회관에 머무르는 주민·시민단체 회원 20여 명과 이들이 충돌하지 않도록 매번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진 보수단체가 마을회관 앞까지 접근한 적은 없었다. 지난달 22일에는 500여 명이 몰려들어 사드 배치 찬성 집회를 하기도 했다.
 
마을회관 주변은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들로 가득했다. 현수막엔 '사드 가고 평화 오라' '평화의 성지 소성리 사드로부터 지켜내자' 등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 박모(67·여)씨는 이런 상황을 두고 "사드 때문에 마을이 망가졌다. 그냥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예전처럼 평화롭게 살길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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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에 의한 불법적인 차량 검문도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사드배치 반대 측 주민·시민단체 회원들은 마을회관 앞 도로에 임시 검문소를 만들어 출입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사드 운용에 필요한 유류나 장비 반입이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경북경찰청은 경찰관 2명을 임시 검문소 인근에 배치하고 차량 통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 시민이 도로에 시설물을 만들어 차량 검문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면서도 "임시 검문소를 강제 철거하면 자칫 주민과 큰 충돌로 이어질 수 있어 필요한 경우에만 개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 사드 배치 철회를 염원하는 돌탑이 쌓여 있다. 뒤로는 주민들이 통행 차량을 검문하는 임시 검문소가보인다. 성주=김정석기자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 사드 배치 철회를 염원하는 돌탑이 쌓여 있다. 뒤로는 주민들이 통행 차량을 검문하는 임시 검문소가보인다. 성주=김정석기자

 
강현욱 소성리종합상황실 대변인은 "차량 검문이 불법이란 걸 우리가 모르겠느냐"며 "하지만 정부가 주민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주민 스스로 생존권과 재산권을 지킬 수밖에 없어 사드 운용을 막아서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방부는 헬기를 통해 사드기지에 장비 운용에 필요한 유류 등을 반입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기름을 수송하던 헬기가 기계 고장으로 고무 유류통을 야산에 떨어뜨리는 일도 있었다. 1872L의 기름이 산에 쏟아지면서 군인을 동원해 방제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불가피하게 유류를 헬기로 이송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생긴 사고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사드 배치 계획 발표 후 지난 1년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발표 직후엔 주민 대다수가 반발했다. 사드가 들어선다는 성산리의 성산포대가 성주읍에서 불과 1.5㎞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였다. 레이더가 뿜는 전자파가 최대 반경 5㎞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주된 반대 이유였다.
 
경북 성주군에 사드를 배치할 것이란 공식 발표가 나온 지난해 7월 13일 성주읍 성밖숲에서 군민 5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사드배치 반대 군민 궐기대회'가 열렸다. 김항곤 군수를 비롯해 성주군민을 대표하는 범군민비상대책위원들이 사드 배치 문제의 원흉인 북한 무수단 미사일 모형을 불태우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성주군에 사드를 배치할 것이란 공식 발표가 나온 지난해 7월 13일 성주읍 성밖숲에서 군민 5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사드배치 반대 군민 궐기대회'가 열렸다. 김항곤 군수를 비롯해 성주군민을 대표하는 범군민비상대책위원들이 사드 배치 문제의 원흉인 북한 무수단 미사일 모형을 불태우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정부 발표 이틀 뒤인 15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성주군청을 방문했을 때 주민 반발은 극에 달했다. 황 전 총리는 물병·계란 세례를 맞고 물러서야 했다.
 
당시 상황을 지켜봤던 전모(62·여·성주읍)씨는 "주민들에겐 한 마디 상의 없이 사드 배치를 결정해 놓고 따르라는 식이어서 화가 났다"고 했다.
 
지난해 7월 15일 경북 성주군청을 방문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한민구 국방장관 일행이 계란을 맞고 있다. [사진 매일신문]

지난해 7월 15일 경북 성주군청을 방문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한민구 국방장관 일행이 계란을 맞고 있다. [사진 매일신문]

 
같은 해 8월 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드 부지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발언하면서 새 국면이 시작됐다. 김 군수는 같은 달 22일 군청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3부지'에 사드를 배치해 달라고 국방부에 요청했다. 반대 측 주민들이 대강당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 채였다.  
 
국방부는 9월 30일 성주읍 성산리 성산포대에서 초전면 소성리에 있는 롯데 스카이힐 성주골프장으로 배치 부지로 확정했다. 사드 부지가 성주읍내에서 떨어진 성주골프장으로 확정되자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 주민의 수는 줄었다. 하지만 인접 지역에 사는 김천시민, 사드 부지 안에 성지를 두고 있는 원불교 신자들이 새로이 반대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4월 26일 새벽엔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주민과 경찰이 크게 충돌했다. 국방부가 기습적으로 사드 일부를 기습 배치하면서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제19대 대선을 2주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사드 배치 발표 1년이 지나도 당분간 갈등은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지난해 7월 12일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오는 12일이 1년째다. 김천에서도 지난 8일 321번째 촛불집회가 열렸다. 
 
사드 반대 시민단체들은 국방부·외교부·환경부를 대상으로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사드 배치 합의부터 장비 반입·가동까지의 과정에서 제기됐던 문제에 대해 즉각적인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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