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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벽·철조망·감시탑 없다, 통념 깬 고층 교정시설

[국내 언론 최초 공개] 최순실 이감된 동부구치소, 4시간 수감 체험
서울동부구치소는 지상 12층 규모 고층빌딩 형태의 교정시설이다. 높은 벽 대신 개방형 울타리로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사진 교정본부]

서울동부구치소는 지상 12층 규모 고층빌딩 형태의 교정시설이다. 높은 벽 대신 개방형 울타리로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사진 교정본부]

간판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주변엔 테라타워·엠스테이트 등 독특한 디자인의 현대식 건축물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고 거리는 노천 카페와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한 식당에 줄 선 이들로 붐볐다. 사원증을 목에 건 젊은 직장인들이 커피잔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산책하는 풍경 너머로 하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국내 유일의 도심 속 고층 교정시설인 서울동부구치소였다.

주변과 이질감 없는 시설로 설계
보안정문 안으로 들어서자 서늘
쇠창살문 ‘철컹’ 닫히며 고립감

점심엔 콩나물국·불고기 반찬도
30분 운동시간 외엔 온종일 방에
CCTV 840개, 법원과 지하로 연결

 
5개 동이 한 건물로 연결되는 ‘ㅌ’ 형태의 특이한 건물 외관과 주변 풍경만으론 이곳이 2000명을 수용 중인 구치소라고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넓은 부지의 저층 건물이라는 교정시설의 통상적인 모습에서 크게 벗어났기 때문이다. 높은 벽과 철조망이 있어야 할 자리엔 성인 남자의 키보다 낮은 개방형 울타리가 자리 잡았다. 주변 도심 풍경과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원래 성동구치소였던 동부구치소는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이곳 문정동 법조타운 자리로 이전하면서 이름을 바꿨다. 중앙SUNDAY가 지난 6일 법무부 교정본부의 협조를 얻어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내부 시설을 취재하고 수감생활을 체험했다. 현재 이곳엔 최순실씨가 수감 중이다.
 
세상과 나 사이 7개의 철문
건물 정면으로 난 보안정문 안으로 들어서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물리적으론 몇 걸음 더 들어간 데 불과했지만 철컹 소리를 내며 쇠창살 문이 닫히자 세상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느낌이었다. 휴대전화를 끄고 투명비닐에 담은 뒤 교도관 인솔에 따라 신입실로 향했다. 신입실은 이곳에 드나드는 모든 수용자가 거쳐가는 곳이다. 교도관 앞에 앉아 인적 사항을 수용기록부에 적었다.
 
사진을 찍은 뒤 신입실 한쪽에 마련된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황토색 미결수용 수의를 입는 과정에 교도관이 벗은 몸을 체크했다. 수의를 다 입고 전자영상 신체검사를 받았다. 검사기에 올라가 용변을 보는 자세로 쪼그려 앉자 교도관이 모니터로 항문에 뭐가 숨겨졌는지 확인했다. 구치소 관계자는 “몸에 붙인 파스 안에 담배를 숨기거나 항문에 마약 등을 넣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지갑을 특별영치품으로 맡긴 다음 수건·세면도구·휴지·양말 등 생필품을 지급받았다. 신발도 고무신으로 갈아 신었다. 수인번호는 2106번. 11층에 있는 3인용 혼거실에 배정됐다. 구치소 관계자는 “다른 수용자와 접촉을 금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3인용 혹은 5인용 혼거실에 수용한다”고 설명했다.
 
교도관을 따라 11층 수용동으로 이동했다. 고층형 교정시설인 이곳에서 층간 이동은 엘리베이터로만 이뤄진다. 엘리베이터는 교도관이 지문을 찍어야 작동한다. 수용동 철문이 열리자 복도를 따라 10여 개의 혼거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보안카드를 갖다 대자 방문이 열렸다. 입구인 보안정문부터 이곳에 오기까지 총 7개의 철문을 지나야 했다.
 
콩밥 대신 흰 쌀밥 식사
서울동부구치소 내 3인용 혼거실. 모니터와 선풍기, 사물함과 분리수거용 쓰레기통이 구비돼 있다.

서울동부구치소 내 3인용 혼거실. 모니터와 선풍기, 사물함과 분리수거용 쓰레기통이 구비돼 있다.

3인용 혼거실의 크기는 10.33㎡(3.21평)였다. 크기가 작고 창문에 쇠창살이 설치돼 있다는 점을 빼고는 여느 온돌방과 같은 느낌이었다. 내부엔 선풍기, 분리수거용 쓰레기통, 14인치 모니터가 설치돼 있었다. 모니터엔 일일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지만 리모컨은 없었다. 채널이 한 개로 고정돼 있고, 교정본부 교화방송센터에서 지정한 시간에만 나온다고 한다. 영치금으로 필요 물품을 살 수도 있다. 방에 비치된 목록엔 생수가 480원, 빵이 620원, 고추장이 1550원으로 돼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방마다 식사가 배식됐다. 싱크대 밑에 락앤락 플라스틱 통을 꺼내 복도 쪽 창문 왼쪽 끝에 있는 공간으로 내밀자 배식담당이 3인분의 밥과 국·반찬을 퍼줬다. 이를 받아서 각자의 식판에 나눴다. 이날 점심엔 콩나물국과 불고기·깍두기와 김치가 나왔다. 밥은 콩밥이 아닌 흰 쌀밥이었다. 구치소 관계자는 “설거지와 청소는 매일 돌아가면서 당번을 정해서 한다. 소위 범털이라 불리는 돈 많고 힘 센 수용자가 같은 방 사람들에게 일을 미루는 일이 많아서다. 잠자리 위치도 순번대로 바꾼다. 복도 쪽으로 난 창문 바로 아래가 눈에 잘 안 띈다고 생각해 범털들이 독점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치소는 형이 확정되기 전인 미결수들이 주로 수용되는 공간이다. 따로 노역을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법원과 검찰에 가는 일정이 없으면 수용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방 안에서 보낸다. 오전 6시30분에 일어나 오후 9시에 취침하는 일정이다. 이들에겐 하루 한 번 30분씩 주어지는 운동시간이 가장 큰 낙이다. 햇빛을 보고 몸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부구치소엔 층마다 농구대가 설치된 소규모 운동장이 있다. 간단한 세면과 생리현상은 방 내부의 화장실에서 해결한다.
 
혐오시설 구치소, 호감형으로 탈바꿈
동부구치소의 전신인 성동구치소는 1977년 지어졌다. 3m 이상의 높은 벽으로 주변을 둘러쌓았고 그마저도 넘을 수 없게 철조망까지 설치했다.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였다. 주변 주민들은 구치소를 혐오시설로 여겼다. 20여 년간 인근에 살았다는 주민 배모(33)씨는 “고교 시절 등굣길에 성동구치소 앞을 지나야 했는데 조금 멀어도 다른 길로 돌아갔다. 딱히 이유는 없지만 왠지 꺼림칙하고 무서워서였다. 어른들도 그 주변에 가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성동구치소는 설치 30년이 넘어가면서 다른 교정시설과 마찬가지로 과밀화에 시달렸다. 흔히 말하는 ‘콩나물 시루 같은 감방’ 그 자체였다. 수용밀도가 160% 안팎을 오갔다. 100명이 있어야 할 공간에 160명이 있었단 얘기다. 결국 새로운 구치소 자리를 찾기 시작했고 서울동부지법과 동부지검이 이전하는 문정동 법조타운 옆 자리로 정해졌다. 교정본부는 새로운 구치소를 도심 속 12층 규모 고층빌딩 형태로 기획했다. 권익광 동부구치소 이전팀장은 “주변 지역과 이질감이 없는 교정시설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빌딩 숲 속에 2층짜리 구치소가 들어가면 누구라도 싫어할 수밖에 없다. 또 땅값이 과거와는 다르게 치솟은 만큼 예산 문제도 컸다. 고층 형태의 구치소가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었다”고 설명했다.
 
2014년 8월 공사를 시작한 뒤 지난달 26일 이전을 완료하기까지 주민 반대는 거의 없었다. 타 지역에선 교정시설이 들어선다는 얘기만 나와도 극렬한 반대 운동이 벌어졌지만 동부구치소는 달랐다. 법원과 검찰청이 함께 들어선 데다 주변 지역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문정동 아파트 가격은 15.66% 올랐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법원과 검찰청, 편의시설과 비즈니스 업무단지가 같이 조성된 점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고층빌딩으로 수용 인원 늘려 과밀화 해소
법조타운 내 고층빌딩형 구치소 조성은 수용자와 구치소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지하로 법원과 검찰청이 연결된 덕분에 외부 노출 및 도망 우려가 사라졌다. 동부구치소 지하 2층에는 서울동부지검·동부지법에 갈 수 있는 300m 길이의 연결통로가 있다. 성동구치소 시절엔 수용자를 포박한 뒤 버스에 태워 이동한 후 다시 내려서 법원 재판에 출석시켰다. 버스 이동거리만 40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두르면 10분 만에 이동이 가능하다.
 
대지 면적은 줄었지만 수용 정원은 1200명에서 2000여 명으로 늘었다. 수용거실 수도 400여 개 증가했다. 이 덕분에 160%였던 수용밀도는 현재 90% 안팎으로 떨어졌다. 이정호 동부구치소 교위는 “5인실에 7~8명씩 들어가던 문제가 해결된 점이 가장 큰 성과다. 지하로 이동이 가능하게 되면서 도주 우려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새로 지은 만큼 첨단 보안장비도 갖췄다. 교도소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TV (CCTV) 수만 840개다. 중앙통제실에서 전 구역 CCTV와 출입문 통제가 가능하며 이상 행동이 발생할 때엔 즉시 근무자에게 통보하는 알람시스템도 갖췄다. 승강기도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중앙에서 바로 조작해 필요한 층으로 운행할 수 있다. 고층빌딩인 만큼 화재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다. 화재 시 계획된 동선에 따라 피난 지역에 수용자들이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갖춰 놨다.
 
하지만 교도관 수가 부족한 점은 문제다. 현재 이 구치소 교정공무원은 470명, 수용자는 1900여 명으로 비율이 1대 4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대 2)은 물론 전국 평균(1대 3.7)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 법무부에 속해 있는 교정본부를 독립청으로 바꾸자는 주장도 나온다. 부족한 정원 문제를 보다 체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다. 김영대 동부구치소 총무과장은 “동선이 복잡하고 고층 구조인 탓에 일반 교정시설보다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 현재 인원보다 80여 명은 더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4시간가량의 수감 체험을 끝낸 뒤 7개의 철문을 다시 되돌아 나갔다. 처음 머물렀던 신입실에 다시 가 석방통지서를 받았다. 사복으로 갈아입고 지갑과 휴대전화까지 돌려받았다. 마지막 문인 보안정문은 구치소 안과 밖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다. 두꺼운 철문이 열리자 다시 세상과 연결된 느낌이었다.
 
 
박민제 기자 letma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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