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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_this week] 루이비통X슈프림, ‘패션잘알’들의 잔치?

지난 7일 서울 청담동 루이비통x슈프림 팝업 매장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유지연 기자.

지난 7일 서울 청담동 루이비통x슈프림 팝업 매장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유지연 기자.

 
“120번까지 줄 서주세요!”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루이비통 매장 앞은 수백의 인파로 북적였다. 지나는 차량을 제외하면 유동 인구가 적은 청담동 명품 거리의 평소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비도 오는 데다 좁은 인도에 사람이 꽉 들어차 오전 11시 매장 오픈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진행 요원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졌다.  
럭셔리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과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의 전격 만남. 사진은 청담동 팝업 매장 내부. [사진 루이비통]

럭셔리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과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의 전격 만남. 사진은 청담동 팝업 매장 내부. [사진 루이비통]

소란의 이유는 이날이 럭셔리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과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협업) 컬렉션 팝업 스토어의 2차 오픈 날이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은 지난 6월 30일 같은 청담동 매장에서 동일한 제품을 1차 판매 한 바 있다. 이날 공개된 물건은 사흘이 안 돼 모두 ‘완판’되었다. 2차 판매를 앞두고는 3일 전부터 매장 앞에서 밤을 새우는 ‘캠퍼(camper)’도 등장했다.  
지난 6월 30일 1차 판매때의 모습. 매장 앞이 제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 @ginacho_ 인스타그램]

지난 6월 30일 1차 판매때의 모습. 매장 앞이 제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 @ginacho_ 인스타그램]

2차 판매를 앞두고 무려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매장 앞에 진을 치자 루이비통은 안전을 우려해 선착순에서 추첨제로 바꿔 총 900명에게 번호표를 부여했다. 7월 7일부터 3일 동안 하루에 300명씩 매장에 입장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900명 안에 들었다 해도 안심은 이르다. 입장 하루 전날 밤 추첨을 통해 입장 순서를 정하기 때문이다. 앞번호에 속해야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득템’할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간다.  
1차 판매때 제품 구입 후 2차 판매에도 도전한다는 20대 청년. 유지연 기자.

1차 판매때 제품 구입 후 2차 판매에도 도전한다는 20대 청년. 유지연 기자.

“추첨제로 바뀌어서 망했어요.” 164번의 번호표를 손목에 맨 20대 청년이 볼멘소리를 낸다. 익명을 요구한 이 청년은 3일 전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섰다가 첫날 입장 가능한 300번 안에 들었다. 이미 1차 판매 때 손에 넣은 루이비통X슈프림 붉은색 베이스볼 져지를 입은 채였다. 이번에는 데님 재킷이 목표라고 한다. 그가 입고 있는 베이스볼 져지는 136만원이다.  
 
슈프림 매니어가 현상 주도  
인기 브랜드와 인기 브랜드의 만남. 사실 패션 브랜드의 협업은 이미 해묵은 전략이다. 브랜드의 헤리티지(heritage·유산)는 지키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반응도 좋은 편이다. 이번이 아니면 구입 수 없다는 ‘희소성’ 덕분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쉬 열린다. 협업 소식이 들리면 출시 일에 맞춰 매장 앞에 진을 치는 것도 드문 일은 아니다.  
지난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루이비통 2017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에서 최초 공개된 슈프림과의 협업 컬렉션. [사진 루이비통] 

지난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루이비통 2017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에서 최초 공개된 슈프림과의 협업 컬렉션. [사진 루이비통] 

그동안 이런 협업 전략을 잘 구사해왔던 브랜드가 H&M이다. H&M은 스웨덴의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로 발망·겐조·이자벨마랑 등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특히 2015년 11월에 이루어졌던 발망과의 협업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서울 명동 H&M 매장 앞에 1000여명이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지금 아니면 구입할 수 없다는 희소가치와 함께 저렴한 스파 브랜드 가격에 평소에는 구입 기회가 적었던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의 제품을 소유할 수 있어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높았다.  
'H&Mx겐조' 컬래버레이션 의류를 사기 위해 서울 명동 H&M 매장 앞에 줄 선 사람들.[사진 중앙포토]

'H&Mx겐조' 컬래버레이션 의류를 사기 위해 서울 명동 H&M 매장 앞에 줄 선 사람들.[사진 중앙포토]

이번 루이비통X슈프림은 그 양상이 조금 다르다. 일단 가격 메리트가 없다. 기존 루이비통 가격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싼 수준이다. 박스 로고 티셔츠가 67만원, 지갑이 70~80만원, 가죽 재킷이 600만 원대로 책정되었다. 그러다보니 대중들보다는 매니어들이 움직였다. 실제로 청담동 현장에는 각종 ‘한정판’ 운동화를 신은 멋쟁이들로 가득했다. 이른바 '패션잘알(패션을 잘 아는)'들의 잔치였다. 구하기 어렵다는 아디다스 이지부스트부터 발렌시아가의 삭스 슈즈가 흔하게 보였다.    
지난 7일에 포착한 청담동 루이비통 매장 앞. 루이비통 쇼핑백을 든 남성이 신은 신발이 발렌시아가 삭스 슈즈, 사진의 오른쪽 남성이 신은 제품이 아디다스 이지부스트다. 유지연 기자. 

지난 7일에 포착한 청담동 루이비통 매장 앞. 루이비통 쇼핑백을 든 남성이 신은 신발이 발렌시아가 삭스 슈즈, 사진의 오른쪽 남성이 신은 제품이 아디다스 이지부스트다. 유지연 기자. 

“루비비통보다는 슈프림 때문이죠.” 패션 매거진 레옹의 이영표 패션 디렉터는 밤샘까지 불사할 정도로 이번 협업 제품들이 인기였던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슈프림은 1994년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된 패션 브랜드다. 스케이트 보더들을 위한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며 점차 반항적이고 반체제적인 젊음과 자유분방함을 상징하는 스트리트 브랜드로 성장해왔다. 이 디렉터는 “슈프림은 항상 소량의 제품을 풀어 매니어들을 애타게 만드는 브랜드 전략을 구사해왔다”며 “나이키·꼼데가르송·라코스테·챔피온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희소가치를 만들고, 소량 출시하는데다 재발매도 하지 않아 믿고 구입해도 손해 보는 일은 없다는 인식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신제품이 발매되는 매주 목요일이면 뉴욕 맨해튼 슈프림 매장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행렬이 만들어진다.  
스케이트 보더들을 위한 의상과 액세서리를 판매하던 슈프림은 자유분방한 뉴욕의 스트리트 문화 자체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사진 @supremenewyork 인스타그램]

스케이트 보더들을 위한 의상과 액세서리를 판매하던 슈프림은 자유분방한 뉴욕의 스트리트 문화 자체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사진 @supremenewyork 인스타그램]

그러다보니 리셀러(re-seller·재판매자)도 많다. 워낙 핫한 브랜드로, 소위 돈이 되기 때문이다. 루이비통X슈프림 제품은 30일 1차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중고거래 사이트 등 온라인몰에서 두 배 혹은 세배까지 부풀려져 재판매되고 있다.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의 돌파구
역대급 협업이라고 평가받는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만남. [사진 슈프림 공식 홈페이지]

역대급 협업이라고 평가받는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만남. [사진 슈프림 공식 홈페이지]

전문가들은 루이비통X슈프림이 유난히 주목받는 이유로 두 브랜드가 지향하는 세계관이 정 반대라는 점에 주목한다. 주류 문화로 통하는 세계 최대 명품 브랜드와 유스컬처(youth culture·청년문화, 하위문화)계의 종교와도 같은 브랜드가 만났다는 말이다. 각기 나름의 영역에서 ‘정상’을 달리는 두 브랜드의 만남이라는 점에서도 ‘역대급 콜라보’ 라는 평이 나온다. 패션계에서 두고두고 회자될만한 협업이라는 의견도 있다.  
2차 판매까지 모두 마친 지금 이 ‘의외의 만남’의 결과는 역시나 대성공이다. 루이비통은 자칫 정체될 수 있는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에 젊은 감성을 수혈해 여전히 ‘핫’한 브랜드로 세를 과시했음은 물론, 가시적인 매출의 성과도 올렸다.  
지난 7일, 득템에 성공한 후 매장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있는 한 청년. 유지연 기자.  

지난 7일, 득템에 성공한 후 매장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있는 한 청년. 유지연 기자.  

동덕여대 패션디자인과 정재우 교수는 “스트리트 패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을 이번 협업 성공의 주요 배경으로 분석한다. “예전 같으면 절대 접점이 없을, 루이비통의 소비자와 유스컬쳐 소비자의 교집합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는 고가의 명품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시대가 아니라 개성 표출이나 자기만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다. 소수 젊은 층의 하위문화를 상징했던 유스컬쳐가 패션계의 대세로 자리 잡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더 이상 명품 브랜드가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고 고가 전략으로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번 협업을 두고 루이비통이 슈프림 덕을 봤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잠재 고객인 2030의 젊은층을 공략할 무기, 답은 거리에 있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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