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9) 동생이 치매 어머니 재산 꿀꺽

기자
배인구 사진 배인구
중앙일보 ‘더,오래’가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어쩌면 힘들고, 아픈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웃고 울게 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그간 잊고 지냈던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오랜 판사 경험을 가진 필자가 이 같은 고민을 함께합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부 내용을 재구성·각색해 매주 가족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중앙일보 전략콘텐트팀

사별 후 치매 악화된 어머니
동생이 말없이 집과 상가 소유권 이전
요양병원 모셨다며 병원도 안 알려줘

 
 
[중앙포토]

[중앙포토]

 
 

아버지와 사별 후 어머니 급격히 기억력이 나빠지셨어요. 저는 이혼 후 생활이 여의치 않아 남동생 부부가 어머니를 모셨죠. 가끔 어머니를 보러 고향에 들렀고, 어머니가 동생 내외가 무섭다며 저와 같이 살고 싶다고 했지만 애써 무시했죠.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집과 상가가 동생에게 이전된 사실을 알게 됐고,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동생은 저에게 알려주지 않았어요.

 
어머니는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30년간 재직하고 퇴직하셨어요. 퇴직 후 고향에서 텃밭을 일구며 아버지와 행복하게 사셨는데, 아버지가 병환으로 돌아가시고 1년 뒤부터 기억력이 나빠지셨습니다. 이혼한 후 딸과 같이 서울에서 살고 있었던 저로선 남동생 부부가 고향에서 사업을 하면서 어머니를 정성껏 보살피고 있는 줄로만 알았어요. 사실은 그렇게 믿고 싶었죠. 저 살기도 힘들었으니까요.  
 
딸이 대학생이 되면서 저도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고, 딸에게 의지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비로소 어머니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가끔 고향에 내려가 어머니와 장보고 요리하고 집안을 치우고 바쁘게 올라오다가 하룻밤 어머니와 같이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시간이 갈수록 지난 일은 뚜렷하게 기억하지만 오늘 아침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셨고, 어느 때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말씀을 하시곤 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동생 내외가 무섭다면서 저와 같이 살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어머니가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집과 예전부터 소유하고 있던 상가가 동생에게 이전된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동생 내외를 굳게 믿고 있었는데 동생은 제게 아무 말도 없이 부동산을 이전받고는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셨다면서 병원을 알려주지 않았어요. 치매 증상이 있는 노인들에게 급격한 환경 변화가 치명적이라는 말이 생각나서 고향 인근의 요양병원을 거의 다 가보았지만 어머니를 찾을 수 없어요. 재산 이전도 문제지만 어머니의 안위가 더 걱정이에요.  
 
 

제작=조민아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나이가 들어 판단능력이 쇠약해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아주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사례자 분은 어머니의 안전을 걱정하고 계시지만 재판 과정에서 본 대부분 자녀들은 부모를 모시기 싫어하면서도 재산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본인의 지배하에 두려고 하더군요. 부모를 납치하다시피 몰래 데려가기도 합니다. 다른 형제가 법원에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하기 전에 부모의 의사에 반해 재산을 이전받기도 하죠.

 
제가 경험한 사례 중에는 작은 아들이 아무도 어머니를 못 만나게 해서 큰 아들이 재판을 청구한 경우가 있었어요. 동생은 어머니를 보고 싶다는 형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하더군요. 형도 결국은 재산이 목적이라고 쏘아붙이면서요.  
 
사례자분은 가정법원에 어머니에 대해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가정법원이 후견인으로 누구를 선임할지 모르지만, 재판 절차에서 어머니의 의견을 들어야 하니 어머니의 현재 상태를 알 수 있을 거예요.  
 
어머니의 재산이 제법 많고 동생이 위법하게 재산을 이전받은 정황이 드러나면 어쩌면 법원은 복수의 후견인을 선임할 지 모릅니다. 어머니의 신상보호는 사례자분 같은 친족이 하도록 하고, 재산관리는 제3자인 전문가(예를 들어 변호사)가 하도록 할 수도 있거든요.  
 
만약 말씀드린 것처럼 남동생이 어머니를 협박하거나 속여서 재산을 이전받은 정황이 드러나면 후견인이 남동생을 상대로 소유권 이전이 잘못됐다는 소송을 할 수도 있겠죠. 예전에는 후견인에게 재산관리 권한만 있어서 만약 사례자분 같이 딸이 후견인으로 선임된다고 하더라도 동생이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게 하면 동생이 어머니를 학대하거나 유기하는 등 형사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신상에 관한 사항을 법에 호소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성년후견제도가 민법에 도입되고 후견인이 신상보호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후견인이 어머니의 거처를 정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만약 사례자분이 후견인으로 선임돼 어머니의 신상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게 된 뒤에 동생이 어머니 만나는 것을 이유 없이 방해하면 동생이 후견인 변경신청을 해 사례자분 대신 다른 사람을 후견인으로 정해달라는 신청을 할 수도 있답니다. 성년후견제도는 정신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제도지만 이렇게 어머니를 볼 수 없어 애태우는 분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