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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훈의 시시각각] ‘교수님 정부’의 그늘

고대훈 논설위원

고대훈 논설위원

“왜 교수님들은 유독 허물이 많느냐”고 물어 왔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문재인 정부의 고위직 검증 과정에서 교수들의 결함은 두드러졌다. 고매한 선비의 이미지가 졸지에 망신의 나락으로 추락했다. 검증은 한 인간의 지나온 삶을 관찰하는 과정이다. 미디어는 뉴스 가치를 따질 때 도덕이나 규범에 어긋나는 일탈성(deviance), 사회적 반감을 유발하는 부정성(negativity), 불평등과 박탈감을 조장하는 갈등성(conflict)에 주목한다.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 온 교수가 덜컥 감투를 쓸 때면 일탈적이고 부정적이며 갈등적인 이슈에 곧잘 노출된다. 숨겨진 치부가 벗겨지면서 조명을 받기 때문이다.
 

기대에 못 미친 도덕적 허물
‘입진보’란 비판 새겨 들어야

1기 문재인 정권은 ‘교수님 정부’라고 부른다. 내각과 청와대에 교수들이 넘쳐난다. 장관 또는 후보자 17명 중 6명(35.3%)이,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보좌관 15명 중 6명(40%)이 교수 출신이다.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교육 혁신(김상곤 교육장관)도, 검찰 개혁(박상기 법무장관 후보)도, 탈(脫)원전(백운규 산업장관 후보)도, 재벌 개혁(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언론 개혁(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도 죄다 교수에게 맡겼다. 명실상부한 정권의 실세들이다. 폴리페서 논란이 있지만 교수의 공직 진출을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는 없다. 전문적 식견을 현실에 접목시킬 적임자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과거를 들춰보면 벼슬을 꿈이라도 꿨는지 의심스럽다. 미셸 푸코의 지적처럼 오늘날은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는 판옵티콘(panopticon) 사회다.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면 행적과 발언이 고스란히 나온다. 음주운전·위장전입·논문 표절·세금 탈루는 이미 식상한 레퍼토리가 됐다. 여성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책을 출간하고, 제자로부터 향응을 받은 의혹이 제기되고, 교육장관을 하겠다는 사람이 비교육적인 표절 의혹을 사고, 임금체불 회사의 대주주가 노동정책을 책임지겠다고 한다. 큰 벼슬을 할 요량이 있었다면 범할 수 없는 도덕적 해이다. 그러고도 고관대작이 되겠다니 참으로 염치가 없다.
 
인터넷에선 이들을 ‘입진보’에 빗댄다. 행동은 하지 않고 말로만 진보 행세를 하는, 즉 입만 산 진보라는 뜻이다. 보수의 기득권을 비판하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정의·공정·소수자를 외치는 겉멋 든 패션좌파, 서울의 고급 아파트에 살며 자식들은 외국어고에 보내는 강남좌파, 수십억원의 현금과 주식을 보유한 리무진좌파라며 그 민낯을 조롱한다. 관료나 정치인과 달리 교수에게만 거는 사회적 기대치란 게 있다. 평등과 진보를 지향하는 지식인이라면 탐욕을 절제하고 특권과 편법을 거부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공동체 정신을 갖춘 인물이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기회의 균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강조한 문 대통령의 철학을 구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실상은 그들이 질색하는 보수 기득권층의 폐습을 그대로 빼닮았으니 허탈할 뿐이다.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있냐는 변명은 구차하다. 수많은 교수를 부패집단으로 매도하는 모독이다.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교수가 훨씬 많고, 그러기에 사회는 굴러 왔다. 부적격 교수들이 그동안 벌인 비행과 비리를 관행이란 이름으로 묵인해 주자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비정상과 정상의 차이를 모르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능력이 아깝더라도 불순물이 많이 끼어 있으면 솎아내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를 잘 살리면 무자격자가 청와대 담장 안을 기웃거리며 관직을 함부로 탐하는 폐단을 끊을 수 있다. 대신 공직에 뜻을 둔 교수들이 자기관리하는 문화를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썩은 피로 수혈해 봐야 명(命)만 위태로워진다. 
 
고대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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