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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영화, 극장 가서 보니? 우린 손 안에 가지고 논다

홈 무비 시대 기름 부은 ‘옥자’
‘영화 개봉은 극장에서 이뤄진다’는 상식을 깬 봉준호 감독의 작품 ‘옥자’의 한 장면. 왼쪽 동물이 옥자고, 그 옆의 소녀가 주인공 미자다. [사진 넷플릭스]

‘영화 개봉은 극장에서 이뤄진다’는 상식을 깬 봉준호 감독의 작품 ‘옥자’의 한 장면. 왼쪽 동물이 옥자고, 그 옆의 소녀가 주인공 미자다. [사진 넷플릭스]

영화광 하재선(25)씨는 지난달 28일 밤 영화 볼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맥주와 간식을 준비하고 편하게 자리에 앉았다. 휴대전화를 무음 모드로 바꾸고 화장실도 미리 다녀왔다. 이날 자정 전 세계에서 동시 개봉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보기 위해서였다.

칸 영화제발 상영 방식 논쟁
극장·넷플릭스 동시 개봉 ‘옥자’
국내 멀티플렉스 3사 상영 거부

젊은 세대 중심 장소 파괴
침대에 누워 보며 실시간 감상평
“제값 내면 어디서든 볼 수 있어야”

디지털 기술 품은 ‘홈 무비’
셋톱박스 없어도 스마트폰 시청
단순 감상 넘어 SNS 놀이로 진화

 
하씨는 자취방 침대 위에서 잠옷 차림으로 ‘옥자’를 봤다. 스크린은 태블릿PC였다. 오전 2시가 넘어 감상을 마친 그는 바로 침대에 누워 SNS에 ‘한 줄 평’을 남겼다. 29일 ‘옥자’를 개봉한 영화관들의 첫 상영시간은 하씨가 잠에서 깬 오전 9시쯤이었다.
 
‘옥자’로 인해 집에서 영화를 보는 ‘홈 무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 영화 커뮤니티에서 영화 팬들은 집에서 영화 편하게 보는 ‘꿀팁’, 저렴하게 내 방을 영화관으로 만드는 법, 인터넷 영화감상 플랫폼 ‘넷플릭스’ ‘왓챠’ ‘네이버 영화’ 등에서 놓쳐선 안 되는 혜택 등을 부지런히 묻고 답했다.
 
지난 5월 ‘옥자’가 프랑스의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면서 영화 팬들 사이에선 ‘극장의 외연’은 어디까지인지 논란이 됐다. ‘옥자’는 미국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제작해 일부 영화관과 넷플릭스에서 동시에 관람이 가능하다. 프랑스극장협회는 ‘옥자’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자 “극장 개봉을 위한 영화가 아닌 작품을 초청하면 영화계 질서를 어지럽히게 된다”며 반대 성명을 냈다. 결국 칸영화제는 다음해부터 프랑스 내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만 경쟁 부문에 초청하기로 규정을 바꿨다. 그러자 일부 ‘홈 무비족’은 극장을 영화관으로 보는 전통적 시각을 비판하는 의견을 냈다.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이지현(30)씨의 유일한 취미는 영화 감상이다. 극장이 멀고 상영작도 다양하지 않아 이씨는 주로 영화를 집에서 본다. 이씨는 “나는 내가 영화를 보는 곳이 곧 극장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에서 보든 영화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근현(29)씨는 직장인이 된 뒤로는 극장 가는 횟수를 줄였다. 휴일에 휴식을 만끽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관람 방식에 따라 여러 형태의 극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상영시간에 맞춰 영화관에 가 여러 사람들 속에서 하나의 화면을 2시간 가까이 연속해 보는 ‘관람’은 하지 않는다. 대신 집에서 영화를 본다. 그는 “영화관이 아니면 최신 영화를 볼 수 없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최신 영화도 제값만 내면 어떤 방식으로든 볼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직장인 장석영(31)씨는 웬만하면 영화관에 가 영화를 보려고 한다. 학생 때 영화 동아리 소속이었던 그는 감상실을 빌려 동아리원과 자주 어울려 영화를 봤다. 장씨는 “다양한 감상 방식이 있지만 영화는 극장에 모여 함께 관람하도록 제작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 3사(메가박스·CGV·롯데시네마)는 ‘옥자’ 상영을 거부했다. 이들은 “온라인과 극장에서 영화를 동시에 개봉하는 것은 영화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 때문에 ‘옥자’는 전국 약 100여 개 극장에서만 상영 중이다. 6일 기준으로 ‘옥자’는 예매율 3위, 누적 관객수 16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 측이 말하는 ‘영화 생태계’에서 극장은 전통적 영화관을 의미한다. IPTV나 인터넷 등을 다른 형태의 극장이 아닌 DVD 시장과 유사한 영화 부가판권시장으로 본다. 이 때문에 멀티플렉스들은 자신이 먼저 독점해 상영하는 기간을 두지 않는 영화는 상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영화관의 안과 밖으로 경계를 나누는 전통적인 구도는 이미 허물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김헌식(문화콘텐트 전공) 박사는 “멀티플렉스가 ‘옥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경쟁 플랫폼에서 ‘킬러 콘텐트’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2, 제3의 ‘옥자’가 나올 경우 멀티플렉스가 더 이상 변화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는 이미 예매율이 저조한 영화들은 영화관에서 개봉 중이어도 IPTV를 통해 공개하는 것을 허용해 왔다.
 
한편에선 넷플릭스가 자본력을 바탕으로 영화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교수는 “넷플릭스가 마치 멀티플렉스의 과점을 해체하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거대 자본일 뿐이다. 전통적인 영화관과 온라인 상영관이 서로를 인정하고 상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S BOX] 주말 명화부터 비디오·케이블 거쳐 손바닥 극장으로
‘빠밤~’으로 시작하는 ‘주말의 명화’ 오프닝 곡을 들으면 아직도 설렌다는 사람들이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안방 극장’은 지상파 방송이 책임졌다. ‘명화 극장’ ‘주말의 영화’ ‘토요 명화’는 주말 밤 TV 앞에 사람들을 모았다. 2세대 홈 무비족은 대여점에서 비디오·DVD를 빌려 봤다. 3세대는 케이블TV 채널과 IPTV로 영화를 감상해 왔다. OCN·홈CGV 등 전문채널에서 쉼 없이 영화를 보여준다. IPTV로 원하는 영화를 골라 볼 수 있게도 됐다. IPTV는 현재 디지털 영화 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4세대 홈 무비족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로 영화를 즐긴다. 셋톱박스 등 별도 장치 없이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손바닥 극장’ 시대가 열렸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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