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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교보 창립자 대산 ‘오뚝이 인생’ 파노라마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정인영 지음, 교보문고
 
책 제목에서부터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고은 시인의 ‘길’에 나오는 대목이다. 2000년 새해를 맞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사옥에 걸린 시구이기도 하다. 이 시는 이렇게 시작된다. ‘길이 없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그렇다. 희망은 ‘없음’에서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유행어 ‘이생망’(이번 생에선 망했다)처럼 낙담과 좌절이 팽배한 요즘 분위기에서 또 한 편의 성공 스토리를 내세우는 것 같지만 노력 없는 성취는 있을 수 없을 터다.
 
여기서 ‘길’은 사업가의 길이다. 올해 탄생 100년을 맞은 교보생명 창립자 신용호(1917~2003) 회장의 일대기다. 지난 세기 식민지-전쟁-산업화-민주화를 거치며 실패와 재기를 거듭해온 한 경영인의 ‘오뚝이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전남 영암 월출산 자락의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세계가 인정하는 보험인으로 성장하기까지의 86년 세월이 주는 울림이 크다.
 
신 회장은 불굴의 인간형이었다. ‘맨손가락으로 아름드리 참나무에 구멍을 뚫어라’라는 명구도 남겼다. 하지만 사업이란 게 의지로만 될까. 그의 무기는 책과 현장이었다. 학교 교육은 전무했지만 스스로 공부하고, 자료를 뒤지고, 또 시장을 점검하면서 기업을 키워나갔다. 이력서 학력란에 ‘배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배운다’라고 썼을 정도다. 학력(學歷)을 넘는 학력(學力)의 힘을 믿었다. 목구멍에 풀칠하기도 힘든 시절, 인재양성을 위해 세계 최초로 교육보험을 만들고, 서울 한복판 금싸라기 땅에 호텔 대신 교보문고를 세운 배경이 됐다.
 
이 책은 기업가의 존재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사람을, 사회를, 국가를 떠난 기업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신 회장이 ‘광야’의 시인 이육사(1904~44)와 맺은 인연도 각별하다. 성공을 꿈꾸던 젊은 시절 그는 육사를 만나고 ‘민족자본’에 눈을 떴다. 책으로선 아쉬운 측면도 있다. 신 회장 관련 인물을 좀더 넓게 취재했으면 보다 입체감 있는 전기(傳記)가 됐을 것 같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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