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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현 모어댄 대표 폐자동차로 가방·지갑 만들어요

모어댄은 독특한 스타트업이다. 폐자동차에서 재활용하지 못하고 버리는 가죽시트와 안전벨트, 에어백 등을 사용해 가방과 지갑을 만든다.


최이현 모어댄 대표는 자동차 페기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폐기 처분하는 가죽시트·에어백· 안전밸트를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이다.

최이현 모어댄 대표는 자동차 페기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폐기 처분하는 가죽시트·에어백· 안전밸트를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이다.

지난 6월13일, 최이현 모어댄 대표는 대전으로 향했다. 폐차장에서 수거한 가죽을 챙기기 위해서다. 모어댄 본사는 경기도 고양시 토당동에 있다. 가죽 운반은 계약을 맺은 용달차로 한다. 도착한 폐차장에서 가죽을 싣는 일은 최 대표의 몫이다. 사업 초기 가죽을 모으러 다닐 때, 산더미 같은 가죽을 보고 용달차 운전사가 “집에 가겠다”며 화를 낸 일이 있다. 이후 상·하차 업무는 직접 한다. 그는 이날도 1t 분량의 자동차 시트용 가죽을 용달에 싣고 내렸다. 고된 일이지만 표정은 밝았다. 최 대표는 “2년 전 사업 초기엔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는데, 요즘엔 소문 덕에 폐차장에서 먼저 연락이 올 때도 있다”며 밝게 웃었다.
 
모어댄은 독특한 스타트업이다. 폐자동차에서 재활용하지 못하고 버리는 가죽시트와 안전벨트, 에어백 등을 사용해 가방과 지갑을 만든다. 미국과 영국, 독일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했고 지금은 국내에도 제품을 공급 중이다. 최 대표는 “자동차용 가죽은 고온 다습에 강하고, 사람들이 수만번 앉았다 일어나는 단련을 거친 좋은 소재”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뒷좌석 등부분 가장 쓸만
모어댄의 브랜드 컨티뉴는 다양한 형식의 가방을 만들고 있다. [사진·모어댄 제공]

모어댄의 브랜드 컨티뉴는 다양한 형식의 가방을 만들고 있다. [사진·모어댄 제공]

그는 시트에서 자동차 뒷좌석 등부분을 선호한다. 가장 쓸 만한 가죽이라고 한다. 상태가 좋고 수거도 쉽다. 앞좌석은 마모가 심한 편이고 상태가 좋은 좌석은 폐차장에서도 따로 떼어 중고로 판다. 하지만 폐차장 업주도 뒷좌석에선 건질 것이 없다. 그냥 폐기해왔다. 최 대표는 “자동차 강국인 한국에선 매년 차량 60만대가 폐차장을 향한다”며 “버려지는 폐기물을 재활용하면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영국 리즈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논문 주제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놓고 고민했다. 자료를 모으던 중 자동차 폐기물이 눈에 들어왔다. 가죽시트와 에어백, 안전벨트는 재활용이 어렵다. 대부분 그대로 땅에 매립된다. “사람들은 자동차 배기가스 문제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자동차 폐기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공론화해서 효율적인 재활용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사업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간편하게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이다. 버리지 않고 활용해 생활용품으로 만들어 팔면 된다. 이를 위해 모어댄을 설립했다. 최 대표는 귀국해 서울과 경기도의 폐차장을 찾아 다녔다. 상대도 해주지 않는 폐차장 업주를 설득하는 데 1년 넘게 걸렸다. 최 대표는 “자동차 시트 수명은 40년인데, 불과 5년 만에 폐차장에서 사라진다”며 “시트용 가죽은 이대로 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가방 재료”라고 강조했다.
 
시트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가죽도 최 대표의 타깃이다. 그동안 업체에선 자투리 가죽을 폐기처분해왔다. 역시 따로 비용도 지불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최 대표에게 전화 한 통 넣으면 직접 찾아와 무료로 자투리 가죽을 처리해 준다. 최 대표는 사용하지 않은 양질의 시트용 가죽을 수거할 수 있고, 업체는 비용 없이 폐기물을 처리한다. 일종의 상부상조인 셈이다. 모어댄에선 사용하지 않은 시트 가죽으로 고급 제품을 만들고 있다.
 
수거한 가죽은 세척과 코팅 작업에 들어간다. 모두 7단계를 거친다. 베이킹 파우더를 사용해 세척한다. 이어 왁스와 클리너로 냄새를 없애준다. 냉풍기로 가죽을 말린 다음엔 열로 코팅한 후 가죽 크림을 바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가죽의 질감이 살아나며 고유의 광택이 돌아온다. 살아난 가죽을 장인에게 보낸다. 최 대표는 “핸드메이드 제품이다 보니 시간은 많이 들지만 질도 우수하고 자신있게 고객들에게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모어댄에선 에어백을 사용한 가방도 만든다. 에어백도 재활용도가 굉장히 낮은 부품이다. 안전 관련 장비라 사람들이 신제품을 선호한다. 폐차장으로 향한 중고 에어백은 폐기 처분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최 대표에겐 에어백도 버릴 것 하나 없는 귀중한 소재다. 에어백은 충돌 시 0.03초 만에 부풀어 오른다. 팽창한 질소 기체의 압력을 견디기 위해 충격과 열에 강한 소재로 만든다. 최 대표는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에 사용했던 에어백을 활용한 가방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페라리·포르쉐 시트 가죽 제품도
 
모어댄은 해외에서 먼저 제품을 팔았다. 런던의 지인을 통해 제품을 판매했다. 국내 판매는 카카오의 요청으로 시작했다. 카카오에서 사회적 의미를 가진 제품을 공급하기 원했다. 최 대표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작은 공방에서 만드는 제품을 카카오 같은 곳에서 소개해 준다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한국 판매가 크게 늘어 지금은 해외보다 국내 판매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모어댄은 지금 사회적 기업 사이에서는 높은 인지도를 가진 기업이다. 지난해에는 중소기업청장상만 두 번 수상했다. 그중 하나는 스타트업 서바이벌 대회였다. 모두 6600개 업체가 경쟁을 벌인 대회다. 미션을 통과하며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 ‘슈퍼스타 K’ 형식의 대회였다. 교육·사회·문화·정보기술(IT)·국방 분야 스타트업이 참가했는데, 모어댄은 톱10까지 진출했다. 최 대표는 “혁신·기계·IT 플랫폼 스타트업이 상위권을 차지했는데, 우리만 피혁 디자인 업체였다”며 “재료 덕을 많이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꾸준히 성장 중인 모어댄은 지난해 오프라인 매장도 새로 늘렸다. 서울숲의 첫 매장에 이어 하남 스타필드에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서울대와 홍대 인근 가방 전문점엔 숍인숍 형태로 제품을 공급 중이다. 오는 9월에는 업사이클링하는 회사만 모이는 장안평의 새활용플라자에 입점한다.
 
명차 가죽을 사용한 특별판도 만들고 있다. 재규어 시트를 이용해 만든 가방 곳곳엔 재규어 로고가 들어 있다. 최근엔 테슬라 가방 디자인을 놓고 협의 중이다. 테슬라와는 2015년 함께 일한 경험도 있다. “실리콘밸리를 방문했을 당시, 지인의 소개로 테슬라 관계자를 만나 가방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때 테슬라에서 사용하는 가죽을 받아서 특별판 가방을 만들었습니다. 반응이 좋았기에 다음 프로젝트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중입니다.”
 
모어댄에서 만드는 가방의 평균 가격은 10만원 후반, 지갑은 5만원대다. 가죽 제품으론 합리적인 가격이다. 최 대표는 “비슷한 품질의 제품보다는 30%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주소비층은 30대 남성이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이 있고, 멋도 부릴 줄 아는 젊은 남성이다. 지금 회사 창고엔 가죽 10t이 쌓여 있다. 이들은 더 이상 폐기물이 아니다. 가방 1000개를 만들 수 있는 품질 좋은 재료다. 쌓인 재료를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최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전세계 폐기물 가죽을 관리·유통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사진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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