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레인지로버 판사' 뇌물 무죄로 ‘직무관련성’ 논란 재점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타는 레인지로버 [노동신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타는 레인지로버 [노동신문]

서울고법이 지난 6일 ‘레인지로버’ 판사의 형량을 징역 7년에서 징역 5년으로 감형하자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는 정운호(52)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레인지로버 차량 등 1억8000여 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수천(58)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에게 적용됐던 뇌물 혐의를 모두 무죄라고 보고 알선수재 혐의만을 인정해 감형을 결정했다. 금품 수수와 김 전 부장판사 직무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레인지로버+1억' 전달과 관련해 1ㆍ2심이 모두 인정한 사실
 
-2014년 2월 : 김수천 인천지법 제1형사부(항소부) 재판장으로 지적재산권 및 마약 사건 전담 
-2014년 하반기 : 김수천, 정운호와 서울도시철도공사와의 민사분쟁 및 상습도박 사건 법률 조언 
-2014년 12월 : 정운호, 인천지방결찰청에 히트 상품 '수딩젤' 위조 사범 고소
-2014년 2월6일 : 김수천, 정운호의 레인지로버 부인 명의로 등록, 차 값 5000만원 지불
-2015년 2월16일 : 수딩젤 위조사범 구속 기소 
-2015년 2월17일 : '레인지로버 차량 회수금(5000만원)+1억원' 수수
-2015년 2월19일 : 2015년 인천지법 사무분담 확정  
-2015년 9월10일 : 김수천, 수딩젤 위조사범에 대한 항소심 선고
항소심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판단에 따라 "금품수수 당시 이미 '수딩젤 사건' 항소심을 맡을 개연성이 높았다" "수사단계에서부터 정운호 등에게서 위조범 엄벌에 대한 호소를 받아왔다" 등의 1심 판단을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의 논리 전개 과정
 "금품수수 당시 김 전 부장판사는 수딩젤 사건을 맡고 있지 않았다" →"항소를 예상하고 뇌물을 주는 건 이례적이다"→"수사초기부터 김 전 부장판사가 '항소되면 내가 맡는다'고 말했다는 전달자(의사 이영)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다"→"경찰 수사가 진행된 시점에서 금품을 받았다고 직무의 대가라고 단정할 수 없다"→"앞선 민사분쟁에 대한 조언에 대한 감사 표시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같은 논리 전개에는 어떤 판사가 직접 맡고 있는 사건에 관한 구체적 청탁이 금품수수 시점에 이뤄지지 않았다면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문제는 판사나 검사의 뇌물수수 사건에서 직무관련성을 판단하는 법원의 기준이 들쑥날쑥하다는 점이다. 
 
2012년 의정부지법 근무시절의 김수천 전 부장판사.[중앙포토]

2012년 의정부지법 근무시절의 김수천 전 부장판사.[중앙포토]

김 전 부장판사 사건과 대비되는 사건은 2014년 5월 확정판결이 난 김광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사건이다. 당시 대법원은 사기꾼 조희팔의 측근 강태용 등에게서 수억원을 받은 김 전 부장검사의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7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전 부장검사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으로 일하던 2008년 3월~2009년 1월의 금품수수가 문제가 됐다. 그가 금품 제공자가 관련된 사건을 직접 맡아 처리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은 전국적인 기업·금융비리 수사를 담당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현실적으로 관련 사건을 맡고 있지 않았더라도 피고인의 일반적인 직무 권한에 속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은 향후 인사발령이나 사건의 배당에 따라 금품 제공자와 관련된 형사사건을 직접 수사하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판단은 상고심까지 그대로 유지됐다. 
2012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김광준 전 부장검사. [중앙포토]

2012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김광준 전 부장검사. [중앙포토]

 
금품 제공자와 해외 여행을 함께 다니고, 골프도 같이 치는 '지속적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에서 김 전 부장판사와 김 전 부장검사의 행각은 비슷했다. 자기 사건이 아닌 수사 관련 청탁을 받아 기소된 김 전 부장검사와는 달리 김 전 부장판사는 인천지법 유일의 지적재산범죄 전담 항소 재판부장이어서 관내에서 발생한 '수딩젤 사건'의 항소심을 맡게 될 개연성이 높은 시점에서 돈을 받았다. 한 대검 간부는 "들이댄 잣대 자체가 김 전 부장검사 때와는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누가 봐도 팔이 안으로 굽은 결과다"고 꼬집었다.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1심과 2심 사이에 아무런 사정도 변한 게 없는데도 직무관련성의 범위를 좁혀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상고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21일로 예정된 진경준 전 검사장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항소심 선고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진동)는 김정주 NXC 회장으로부터 주식 취득자금 4억여원 등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3년을 구형받은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김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의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고 진 전 검사장이 대한항공 측에 요구해 처남 회사에 일감을 몰아 준 혐의만을 유죄로 본 결과였다. 검찰은 지난달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1심이 뇌물죄의 성립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일반인들의 법 감정과 공무원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시대 상황에도 맞지 않는 판결을 했다”며 1심과 같은 징역 13년을 다시 구형했다. 
 
임장혁·박사라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