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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레드라인 없다' 강조하고 나선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안드레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회견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대해 '상당히 엄중한 조치'를 다짐하면서도 "우리가 꼭 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레드라인을 그리진 않겠다"고 말했다. 레드라인이란 그 기준을 넘으면 군사행동 등 극단적인 조치라도 취할 수 있다는 일종의 '마지노선'을 뜻한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오후(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에서 한미일 정상만찬을 계기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오후(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에서 한미일 정상만찬을 계기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발언 후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이러한 능력(ICBM 시험발사 성공)이 그 자체로 우리를 전쟁으로 더 가깝게 가게 했다고 믿지 않는다"며 "우리는 경제와 외교적 노력들로 (북한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는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 전체가 관여하는 '외교적 노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의 ICBM 성공 이후 워싱턴의 싱크탱크 및 전직 고위관료 대다수가 "드디어 미국의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있는 것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5일 "경우에 따라선 군사적 수단도 동원할 수 있다"고 강조하긴 했지만 실제 방점은 "그럼에도 우리는 외교적으로 해결한다"에 있었다.   
트럼프의 트위터를 이를 엿볼 수 있다. 그는 ICBM 시험발사 이후 "중국과 북한 간 무역이 1분기 40%나 늘었다. 중국과 함께 일하는 게 참 어렵다" "이 자(김정은)는 할 일이 그리 없나"등 긴박함이나 비장함과는 거리가 먼 표현을 반복했다. 그동안의 북한 미사일 도발 때 보였던 느슨한 반응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ICBM 현실화라고 하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레드라인에 굳이 거리를 두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의 분석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레드라인을 설정하기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능력이 이미 너무 나갔다는 것이다. USA투데이는 이날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재임 중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건 미국이 정한 레드라인을 넘는 행위"라며 강력 대응을 못박았지만 실제 시리아 정권이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뒤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아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북한의 개발속도로 미뤄 볼 때 섣불리 "6차 핵실험을 하면 진짜 가만있지 않는다"는 식의 레드라인을 설정할 경우 바로 북한이 핵실험에 나서는 사태가 충분히 예상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레드라인을 어길 경우 그에 상응하는 보복조치가 뛰따라야 하는 데, 미국이 취할 카드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는 한계다. 호주 국제안보프로그램(ISP)의 유안 그레이엄 이사는 "결국 미국은 당분간 핵을 지닌 공격적인 북한과 더불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즉, 군사 옵션은 한반도 전쟁이란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 뻔해 선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레드라인을 어겼다며 세컨더리 보이콧 등으로 중국을 매우 강하게 압박한다고 해도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지 않을 게 뻔할 뿐 아니라 오히려 '중국을 통한 북한 압박'이란 미국이 갖고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를 모두 소진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설명이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6일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대한 보복조치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 이야기가 재부상하고 있지만 ICBM으로 인정 않는 중국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결국 미국은 뚜렷한 레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은 채 일단 한국에 북한과의 대화를 맡기는 소극적 전략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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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