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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제갈량’ 왕후닝의 직계 제자 중난하이 신예 책사로 데뷔

중국 최고 지도부의 집단 거주지인 중난하이(中南海)에서 활약 중인 제2의 책사가 공개됐다.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시진핑(習近平) 3명의 총서기를 보좌해 ‘살아 있는 제갈량(諸葛亮)’으로 불리는 왕후닝(王滬寧·62)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의 대학 직계 제자인 린상리(林尙立·54·사진) 중앙정책연구실 비서장이다. 
6일 중국 국무원(정부)은 린상리 전 상하이 푸단(復旦)대 부총장이 왕후닝이 주임을 맡은 중앙정책연구실의 비서장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의 초·중·고·대학의 교과서 내용을 심사·관리할 국가 교과서위원회 설립 문건을 공개하면서 린 비서장을 27명의 전문가 위원에 포함하면서다. 왕 주임보다 8살 어린 린상리 비서장은 지난해 5월 24일 교육부가 그의 푸단대 부총장 면직을 발표하자 왕후닝 주임이 베이징으로 불러들였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린상리 중앙정책연구실 비서장 [사진=바이두]

린상리 중앙정책연구실 비서장 [사진=바이두]

시진핑 집권 2기 지도부를 결정하는 19차 중국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8944만7000명의 공산당원 중 25명에 불과한 정치국원인 왕후닝의 후계자가 공개되면서 그의 상무위원 승진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6일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교과서위원회 설립 통지에 린상리 중앙정책연구실 비서장이 전문위원으로 포함됐다. [사진=국무원웹사이트]

6일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교과서위원회 설립 통지에 린상리 중앙정책연구실 비서장이 전문위원으로 포함됐다. [사진=국무원웹사이트]

린 비서장은 1963년 푸젠(福建)성 출신으로 왕후닝 주임과 같은 푸단대 국제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30여 년간 줄곧 대학 강단에서 연구 활동을 펼쳐왔다. 왕후닝이 1995년 장쩌민 주석의 추천으로 베이징 정계에 투신한 지 20여 년 만에 그의 제자도 같은 길로 들어섰다. 저명한 중국 정치 이론가인 린상리는 1981년 푸단대 국제정치학과에 입학했다. 왕후닝은 그해에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강단에 섰다. 1988년 석사를 졸업한 린상리 역시 푸단대에 남았다. 왕후닝은 이듬해 학과 주임으로 승진하면서 선후배 교수로 학계에서 활약했다. 왕후닝이 푸단대를 떠난 뒤에도 린상리는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97년 교수로 파격 승진한 데 이어 국제정치학과 주임을 거쳐 2011년 부총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늦은 봄 학계를 떠나 스승과 같은 책사의 길로 들어섰다.
 
왕후닝은 푸단대 시절부터 린상리를 전적으로 지지했다. 왕후닝 주임은 1984년 같은 과 원로교수 리유펀(李幼芬) 교수로부터 학생 두 명의 추천 요청을 받자 주저없이 린상리를 추천했다고 싱가포르 연합조보가 전했다. 2004년 왕 주임이 펴낸 마르크스주의 정치학 원리라는 부제의 『정치적 논리』의 부편집자도 린상리였다. 1993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 대학생 변론대회에 왕후닝-린상리는 팀장과 부팀장으로 푸단대 팀을 이끌고 참가해 우승을 차지했다. 
 
린상리 중앙정책연구실 비서장 [사진=상하이인민정부 웹사이트]

린상리 중앙정책연구실 비서장 [사진=상하이인민정부 웹사이트]

린상리는 차세대 중국 공산당 정치 구조를 그리고 있다. 인민민주, 협상정치 등 중국 특유의 공산당 정치 체제를 연구해 온 린샹리는 중국의 정당 제도는 지도자가 이끄는 당파의 연합 집권 정치로 다원적인 협상과 협력 거버넌스로 이뤄진 정치 체제라는 이론을 제시한다. 일당제나 다당제가 아닌 구조화된 당파들이 협상과 협력해 나가는 제도라는 주장이다. 린상리는 홍콩 중문대, 일본 게이오대, 미국 조지타운대, 독일 뮌헨대 방문교수 등을 거치며 중국과 서양의 정치이론을 연구했다. 푸단대 공식 자료에 따르면 그는 『선거정치』,『정당정치와 현대화』,『당내민주』,『정치건설과 국가성장』등 학술저서 12권과 각종 논문 100여 편을 저술했다.
 
중국 국무원이 교과서위원회 설립 문건을 통해 린상리의 신분을 공개한 것은 그가 스승인 왕후닝 주임을 따라 중국 공산당의 차세대 핵심 책사가 됐음을 의미한다. 중국 공산당의 핵심 정책 싱크탱크인 중앙정책연구실은 중국의 국정 분석, 정책 제정, 당 중앙 핵심 문건·초안·보고·이론의 작성을 책임진다. 과거 중국 공산당 핵심 이론가였던 덩리췬(鄧力群)이 주임을 맡은 바 있으며 왕후닝은 6일 문재인 정부의 첫 한·중 정상회담을 비롯 핵심 외교 회담에 배석해왔다.
왕후닝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사진=중국정부망]

왕후닝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사진=중국정부망]

 
왕후닝은 장쩌민 주석에게 ‘3개 대표론’을, 후진타오 주석에게 ‘과학발전관’과 ‘조화(和諧) 사회론’을, 시진핑에게 ‘중국의 꿈(中國夢)’을 제시했다. 미국을 향해 충돌하지 말고, 대항하지 않고, 상호존중하자는 ‘신형대국관계’를 주장한 이도 왕후닝으로 알려진다.
 
왕후닝이 발탁한 린상리는 이미 지난해 18기 6중전회 문건 작성팀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19차 당대회 개막일 시진핑 주석이 읽어내려갈 정치보고 문건의 정치개혁과 공산당 건설 부분에 린상리의 정치 개혁 청사진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린상리의 이론과 같이 중국이 공산당 일당독재를 다당제의 새로운 변증법적 발전 형태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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