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가스 왕국' 카타르의 외교위기, 아시아 경제위기 부르나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카타르의 타밈 빈하마드 알사니 국왕. 37세로 세계 최연수 국왕인 그는 이번 사태에 자신의 명예는 물론 자리까리 걸려 있다. [중앙포토]

카타르의 타밈 빈하마드 알사니 국왕. 37세로 세계 최연수 국왕인 그는 이번 사태에 자신의 명예는 물론 자리까리 걸려 있다. [중앙포토]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 등 아랍권 4개국은 지난 5일 이집트 카이로에 모여 대책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5일  카타르에 단교를 선언하고 육해공 수송로까지 봉쇄한 아랍권 국가들이 전달한 13개항의 요구를 카타르가 거절했기 때문이다. 아랍권 언론에는 경제제재 강화, 걸프협력회의(GCC) 퇴출, 카타르 침공, 카타르 왕실 교체 등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사우디의 왕세자이자 국방장관인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힘으로 왕실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강경 보수파로 알려졌다.[중앙포토]

사우디의 왕세자이자 국방장관인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힘으로 왕실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강경 보수파로 알려졌다.[중앙포토]

 
사우디는 필사적으로 카타르를 압박해왔다. BBC에 따르면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몰디브·코모로에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인 모리타니·세네갈·에리트레아는 물론 국제적으로 승인받지 못한 리비아 동부의 토브룩 지역정권, 소말리아 북부의 소말릴랜드 지역정권, 심지어 내전 중인 예멘의 반쪽짜리 정부까지 그러모아 단교 선언에 동참시켰다.  
 
표면적인 이유는 카타르가 테러리즘과 극단주의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우디의 진짜 의도는 사뭇 달라 보인다. 이는 '카타르 외교위기'의 중재자로 나선 쿠웨이트를 통해 카타르에 전달했다는 13개 요구사항을 살펴보면 단박에 드러난다. A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의 1호 요구는 중동 패권을 두고  경쟁해온 이란과 국교는 물론 인적·물적 교류까지 끊으라는 것이었다. 주권국가의 외교에 간섭하는 행위는 ‘을사보호조약’ 강요나 다름 없다. 카타르는 페르시아만 해저의 가스전을 이란과 공유해 이란과 단교하면 서로 타격이 불가피하다. 결국 카타르 외교위기 사태의 본질은 사우디와 이란 간의 갈등에서 찾을 수 있다. 사우디는 숙적 이란에 타격을 주려고 약소국 카타르를 제물로 삼으려 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사우디의 속내를 드러낸 또 다른 억지는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과 아랍어 온라인 매체들에 대한 폐쇄 요구다. 1996년 카타르 왕실에 의해 설립된 아랍어 및 영어 위성방송 채널인 알자지라는 중동에서 거의 유일하게 편집권이 정치에서 독립된 방송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에는 다양한 채널을 운영하면서 여러 언어로 방송과 인터넷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아랍 세계의 유일한 글로벌 주류 매체로 인정받는다.  2011년 튀니지·이집트·리비아·바레인 등에서 벌어졌던 '아랍의 봄' 현장을 생생하게 보도했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세습왕가나 군부독재자에 대한 비난 여론도 가감 없이 전해왔다. 이에 반감을 품은 세력은 알자지라가 카타르 왕실의 정치적 선전도구라고 공격해왔다. 물론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나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이슬람주의자들의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해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알자지라는 서구도 비판하면서 나름대로 객관적인 보도를 해왔다고 항변한다. 따라서 알자지라 방송과 인터넷 폐쇄 요구는 자유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는 지적이다.  
 
 
 
카타르군의 열병 모습. 병력 1만6800명의 30%만 카타르 국민이고 나머지는 25개국 출신의 외국인이다. [중앙포토]

카타르군의 열병 모습. 병력 1만6800명의 30%만 카타르 국민이고 나머지는 25개국 출신의 외국인이다. [중앙포토]

사우디의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카타르에 주둔하고 있는 터키 병력과 군 기지를 철수하고 군사 협력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카타르는 260만 인구 중 자국민이 약 31만3000명에 지나지 않는다. 1만6800명 정도의 군병력 중 자국민은 30%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25개국 출신의 잡다한 계약군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의 터키군 철수 요구는 무장해제 권유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을사보호조약에 이어 군대해산까지 강요하는 셈이다. 주권을 포기하고 사우디의 속국이 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더욱 황당한 것은 무슬림형제단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요구다. 사우디는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2011년 빈라덴 사망으로 힘이 빠진 알카에다, 지난 2월 해체된 시리아의 알카에다 분파인 알누스라 전선,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와 관계를 정리하라고 요구하면서 무슬림형제단도 슬쩍 끼워 넣었다. 사우디는 이들을 테러단체로 규정하지만 다른 데는 몰라도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엇갈린다. 1928년 이집트에서 결성된 범아랍권 이슬람주의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 경전인 쿠란과 이슬람 규범인 순나를 개인과 가족, 공동체 및 국가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자는 운동을 펼쳐왔다. ‘알라(유일신)는 우리의 목적이며 쿠란은 헌법, 예언자(이슬람 창시자 모하메드)는 지도자, 지하드(성전)는 길, 알라를 위한 죽음은 소원’이라는 구호로 유명하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에서 정치력을 확대해 2012년 무함마드 무르시를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데 기여했다. 무르시는 1년 뒤 시위와 군사쿠데타로 쫓겨났는데 이 과정에서 이집트 군부가 사우디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이집트의 군사정권이 사우디를 지지하고 무슬림형제단을 뱀처럼 여기는 이유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무슬림형제단은 그 뒤 이집트는 물론 사우디·바레인·UAE는 물론 내전 중인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와 러시아 등에서 불법화되고 테러조직으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수단·팔레스타인 의회에서 무슬림형제단은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당당한 집권세력이다. 튀니지·인도네시아·예멘·아프가니스탄 등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의석을 차지 중이다. 세계 최대 인구의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나 아랍의 봄 이후 민주정부가 들어선 튀니지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단체의 불법화를 주권국가인 카타르에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인다. 결국 사우디는 카타르를 테러국가로 몰기 위한 프로파간다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서로 자존심을 건 이런 상황에서 사태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매장량 세계 3위, 생산량 5위의 카타르 천연가스의 65.3%가 아시아 국가로 향한다. [중앙포토]

매장량 세계 3위, 생산량 5위의 카타르 천연가스의 65.3%가 아시아 국가로 향한다. [중앙포토]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불똥이 아시아와 한국으로 튀는 일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석유와 가스 수송선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은 잊으라”며 사우디와 카타르가 진짜 일합을 겨룰 장소는 그곳에서 동남쪽으로 5500km 떨어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의 말라카 해협”이라고 지적했다. 이 통신은 “최근 글로벌 경제는 물론 석유시장의 무게중심이 아시아가 옮겨진 지 오래”라며 “과거 중동 에너지 수출을 절반을 차지하던 미국·유럽의 비중이 이제는 3분의 1 정도로 떨어졌으며 한국·일본·인도·중국·대만·필리핀·태국의 수입이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의 65.3%를 차지하는 이들 아시아 국가가 사우디가 주도하는 카타르 경제봉쇄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지적이다.  카타르 사태가 자칫 아시아에 경제위기를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일본은 호주·말레이시아 등으로 가스 공급선을 다변화해 전체 17%만 카타르에서 사온다. 카타르 가스의 공급이 끊겨도 큰 타격은 입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원유 수입의 40%를 사우디에 의존하고 있어 중동이 불안정해지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인도와 대만은 전체 LNG수입의 50% 정도를 카타르에 의존해 사태가 악화하면 화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36%로 중간에 해당한다.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질 경우에 대비해 공급선 다변화를 포함한 다양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사우디와 이란·카타르의 대결이 쉽게 끝나지 않는 것은 물론 수시로 반복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원유 수출을 재개한 미국 등에서 에너지 수입을 늘리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미흑자를 효과적으로 줄여 미국의 무역보복을 피하는 일석이조 효과도 있다는 지적이다. 준국산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카타르 사태는 닌자처럼 소리없이 다가와 타격을 줄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