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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인생플랜] ⑥ 머나먼 아프리카서 찾은 또 다른 삶

"아프리카에서 1년을 지내니 자연스레 또 다른 인생이 보였어요. 욕심이 사라진 자리에 꿈과 희망이 움트더군요."
 
지난달 28일 전북 전주에 있는 권영동(57·한국커피문화연구협회 사무총장) 씨 자택을 찾았다. 권 씨의 얼굴에 세월의 나이테가 제법 눈에 띄었지만, 그늘이라곤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그의 손에 이끌려 주택 2층에 올라서니 말 그대로 '아프리카'가 펼쳐져 있었다. 
 
르완다 커피 소개하는 권영동씨 <저작권자 ⓒ 1980-2017 (주)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르완다 커피 소개하는 권영동씨 <저작권자 ⓒ 1980-2017 (주)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직접 사 온 커피 원두가 종류별로 수납장에 가득했다. 커피를 내리는 도구인 이브릭, 모카포트, 싸이폰도 방 한편에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을 온몸으로 표현한 권 씨는 르완다에 다녀왔던 이야기를 풀었다.
 
그는 28년 동안 일했던 KT에서 2014년 6월 13일 짐을 쌌다. 르완다와의 인연은 퇴직 2달 전에 시작됐다.
권 씨는 당시 KT의 정보통신기술 합작회사 설립 차 르완다로 2달 동안 출장을 갔다. 그곳에는 끊이지 않는 총성과 질병, 기아 등으로 수백만 명이 사망한 르완다 대학살의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남루한 차림에 맨발로 도로를 걷는 아이를 보고 권 씨는 배고팠던 우리나라의 1970년대를 떠올렸다. 그는 이 아이에게 꼭 신발을 사주겠노라 다짐했지만, 귀국 일정에 쫓겨 한국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슬리퍼 나눠줄 르완다 아이들과 함께 <저작권자 ⓒ 1980-2017 (주)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슬리퍼 나눠줄 르완다 아이들과 함께 <저작권자 ⓒ 1980-2017 (주)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퇴직 후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퇴직자 자문관 제도를 이용해 다시 르완다로 향했다. 출국 전 만반의 준비를 했다. 지인 수십 명에게 전화를 돌려 한 달에 1만원씩 1년 동안 후원금을 받았다. 르완다 아이들에게 줄 슬리퍼를 사기 위해서다. 고맙게도 지인들은 두말하지 않고 꾸준히 후원금을 보내줬다. 
 
르완다에서 평일에는 자문관 역할을 하고 주말을 이용해 르완다 교회나 보육원 등에 들러 슬리퍼 5천 켤레를 나눠줬다. 자신에게 슬리퍼를 주지 않을까 싶어 신고 있던 낡은 신발을 저 멀리에 숨겨두고 슬리퍼를 받으러 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권 씨는 배곯았던 자신의 유년시절이 떠올라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고급 운동화를 살 수도 있었지만, 이곳 아이들은 운동화를 받으면 식량과 맞바꾸거나 아까워서 신지 않는다.
 
르완다 아이들에게 슬리퍼 나눠주는 권영동씨 <저작권자 ⓒ 1980-2017 (주)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르완다 아이들에게 슬리퍼 나눠주는 권영동씨 <저작권자 ⓒ 1980-2017 (주)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퇴직 후 인생 2막을 열어갈 단서도 르완다에서 얻었다. 르완다 커피는 '어머니의 눈물'로 불린다. 내전에서 남편을 잃은 수많은 여성이 자식을 위해 커피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강한 생활력으로 밭을 일군 탓에 르완다 커피는 뛰어난 맛과 품질로 유명하다.
 
권 씨는 그윽한 커피 향에 매료돼 커피 판매점에서 종류별로 커피를 구매했다. 르완다를 방문한 유승민 사단법인 한국커피문화연구협회 대표와의 인연도 이때 맺었다. 커피에 관심이 많았던 권 씨는 유 대표에게 '질문 세례'를 퍼붓기도 했다.
 
2015년 7월 30일 한국으로 돌아온 권 씨는 직장인 때 꿈도 꿔보지 못했던 여유로운 삶을 즐기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했다. 학원에 다니지 않고 혼자 이론 공부를 하고 실기마저 독학해 자격증을 얻었다. 유 대표와의 인연과 커피에 대한 열정으로 한국커피문화연구협회의 사무총장 자리를 꿰찼다.
 
협회에 등록된 아마추어 바리스타들과 모여 커피메이커로 커피를 내리고 연구하는 일이 유독 즐거웠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자유와 여유였다. 그는 지난해 회원들과 모여 군산시 성산면에 있는 커피 박물관에 모여 '커피 축제'를 열었다. 그를 비롯한 회원들이 직접 내린 커피를 시민에게 선보였다. 커피를 향으로 느끼고 혀로 맛보며 눈을 번쩍 뜨는 사람들을 보고 더없는 보람을 느낀 권씨였다.
 
그는 "퇴직 후에 인생 그래프가 바닥을 칠 줄 알았다. 그런데 커피를 접하고 또 다른 세상이 열렸다. 건강한 커피문화를 조성하려고 애쓰는 순수한 사람들과 많은 시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커피 홀릭' 이외에도 권 씨의 퇴직 후 삶은 눈코 뜰 새가 없다.
 
강단에 선 권영동씨 <저작권자 ⓒ 1980-2017 (주)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강단에 선 권영동씨 <저작권자 ⓒ 1980-2017 (주)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경영지도사 자격증과 자기주도학습지도사, 유통관리사 자격증을 땄다. '미라클인에듀'라는 전문교육기관도 차려 전북지방공무원 연수원, 한국외식업조합에 정기적으로 강의를 나간다. 권 씨는 직장 생활의 경험을 살려 '소통'이라는 주제로 강단에 서고 있다.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서면 보고서를 올릴 때 중요한 상사의 성향 파악법과 대처법 등을 지도한다. 이를테면 사람의 성향을 신체감각형, 시각형, 청각형 등으로 구분해 보고서에 그래프를 주로 활용할지, 글을 상세히 적을지, 언어로 표현할지 등을 결정하도록 돕는다. 이밖에 전북노인복지관과 우석대, 전북대에도 출강을 나가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권 씨의 꿈은 누가 뭐래도 아프리카와 커피다. 그는 서재에 소박하게 꾸며놓은 아프리카를 외부로 옮겨 '아프리카 파크'를 조성할 꿈을 꾼다. 고향인 임실군에 아프리카 미니 박물관과 카페를 만들어 찾아오는 손님에게 이색적인 행복을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권 씨는 "직장에서 나와 벌판으로 나갈 생각에 막막하기도 했지만, 울타리 밖 세상은 더욱 넓었다"며 "승진과 부 축적 등의 욕심을 버리니 나만의 꿈이 생겼고 희망이 움텄다. 내 인생은 지금부터"라고 힘줘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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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