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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밥이 방부제 덩어리라고요? 포장 잘해서 유효기간 길어진거랍니다"

밥 소물리에 조성욱 BGF 상품개발팀 팀장 인터뷰가 5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 405 BGF 빌딩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밥 소물리에 조성욱 BGF 상품개발팀 팀장 인터뷰가 5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 405 BGF 빌딩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갓 지은 쌀밥은 어떤 반찬과 함께 먹어도 맛있다. 밥만 꼭꼭 씹어도 단맛이 난다.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는지, 어떤 품종의 쌀이 더 맛있는지 감별하는 이들이 있다. 밥 소믈리에다. 와인을 전문적으로 서비스하거나 관리하고 추천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소믈리에라면 밥 소믈리에는 쌀을 전문으로 다루는 사람이다. 국내에는 50여 명의 밥 소믈리에가 있다. 조성욱씨도 올 2월 밥 소믈리에 자격을 받았다. 조씨는 현재 BGF리테일에서 상품개발팀을 이끌고 있다.
 
밥 소믈리에(ごはんソムリエ)는 일본취반협회에서 발행하는 일종의 자격증이다. 일본취반협회는 농림수산성이 인증한 협회로, 공익을 목적으로 취반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 밥 가공품 HACCP 인증, 일본 쌀 품질 순위 인증, 밥 소믈리에 인증 등의 업무를 맡는다.
 
조씨가 밥 소믈리에 자격을 딴 건 ‘밥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싶어서’다. 조씨는 “2014년 6월부터 도시락 등 간편식을 개발하고 있는데 메인인 쌀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잘 지은 밥의 세 가지 주요 요건으로 수분·찰기·탄력을 꼽았다. 조씨는 “어머니들이 밥을 많이 먹으라는 의미로 그릇에 꾹꾹 눌러 담는데 사실은 밥맛을 떨어뜨리는 행동”이라며 “밥알 하나하나가 수분·찰기·탄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르지 말고 살살 퍼야 밥맛이 좋다”고 말했다. 
 
조씨는 쌀을 선택할 때 도정 시기를 살피라고 조언했다. 과일의 껍질을 깎아두면 색이 변하고 맛이 달라지듯 쌀의 표면을 깎는 도정을 한 지 오래된 쌀일수록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조씨는 “쌀을 떴을 때 가루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도정한 지 오래돼 품질이 변한 것”이라며 “이런 쌀은 헹굼 물이 흰색으로 변하지 않을 때까지 빡빡 씻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재배된 지역과 품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조씨는 “여주쌀·이천쌀·김포쌀처럼 지역만 보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지역의 어떤 품종인지 확인하면 더 맛있는 쌀을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난해 여섯 가지 품종을 '올해의 좋은 쌀'로 선정했다. 일미·신동진미·영호진미·호평미·삼광미·추청미다. 조씨는 이 중에 신동진미를 가장 좋아한다. 조씨는 “흰쌀은 백도(白度)를 보는데 백도가 좋고 신동진미로 밥을 하면 식감이 좋을 뿐 아니라 찰기도 적당해 맛있다”고 말했다.
 
조씨가 개발하는 도시락이나 즉석밥도 신동진미를 사용한다. ‘즉석밥=방부제 덩어리’라는 풍문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쳤다. 조씨는 “일단 유통기한이 길고 갓 지은 밥처럼 밥맛이 좋으니 첨가제가 들어갔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겠지만 물 외에 전혀 첨가하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즉석밥의 유통기한이 긴 비결은 포장에 있다는 게 조씨의 설명이다. 즉석밥은 밥을 짓자마자 무균 상태에서 바로 포장을 한다. 균이 없는 상태로 밀폐하기 때문에 상온에 둬도 부패하거나 변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씨는 “뜸 들이는 시점에 밥을 포장하기 때문에 열을 가하기 전에는 딱딱한 상태로 보이지만 열을 가하면 쌀이 가진 전분의 호화(糊化) 현상이 일어나 맛있게 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물의 양도 비결로 꼽았다. 일반적으로 밥을 지을 때는 쌀과 물의 비율을 1대 1.2 정도로 한다. 하지만 냉장보관했다가 데워 먹는 도시락에 들어가는 밥은 1대 1.5로 물을 더 많이 붓는다. 밥을 짓기 전에 쌀을 물에 불리는 시간도 2시간 정도다. 일반적으로는 30분을 권장한다. 조씨는 “냉장보관을 하면 밥알의 수분이 날아가기 때문에 최대한 물을 많이 머금을 수 있도록 물에 오래 담가두고 물 양도 많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쌀이 ‘탄수화물 덩어리’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조씨는 “흔히 밥이나 빵·국수를 탄수화물 덩어리라고 생각하고 비만이나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생각하는데 오해”라고 말했다.
 
밥은 쌀에 물만 부어 만들지만 빵이나 국수는 밀에 설탕이나 버터·소금 같은 첨가제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3대 영양소(탄수화물·단백질·지방) 중에서 탄수화물은 중요한 역할을 해요. 빠르게 에너지를 낼 수 있고 소화가 잘 됩니다. 마라토너처럼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은 바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일부러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요. 더구나 쌀은 소화 흡수율이 좋은 데다 아미노산·비타민·미네랄 등 영양소가 가득합니다. 밀과는 달라요. 빵이나 국수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꽤 있지만 밥은 그렇지 않잖아요. 탄수화물 덩어리라는 것은 오해죠.”
 
집에서 맛있는 밥을 지으려면 ▶쌀을 30분 정도 물에 불리고 ▶물이 끓을 때까지 중강불을 유지했다가 ▶물이 끓은 시점부터 10분간 중불로 내리고 ▶5분 정도 약불에 뒀다가 ▶불을 끄고 10분 정도 뜸을 들이면 된다.
 
밥을 보관할 때는 냉장고 대신 냉동보관하라고 조언했다. 전분으로 이뤄진 밥을 냉장고에 넣으면 전분이 노화해 딱딱하게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조씨는 “밥을 보관해야 한다면 냉동 용기에 담아 냉동했다가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것이 맛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막 지은 밥을 냉동 보관할 때는 15분 정도 상온에서 식힌 후 냉동실에 넣는 것이 좋다. 열기가 있는 상태에서 냉동 용기의 뚜껑을 닫으면 밥알이 필요 없는 수분을 다시 흡수하기 때문이다. 조씨는 “밥을 다 짓고 밥솥 안에서 섞어주는 것은 불필요한 수분을 날려 밥알이 수분을 적절히 머금게 하기 위해서인데 열기가 있는 상태에서 밀폐하면 밥맛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밥 소물리에 조성욱 BGF 상품개발팀 팀장 인터뷰가 5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 405 BGF 빌딩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밥 소물리에 조성욱 BGF 상품개발팀 팀장 인터뷰가 5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 405 BGF 빌딩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국내 쌀 소비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은 74.9㎏으로, 아시아 평균 소비량(78.1㎏)을 밑돈다. 2015년(77.4㎏), 지난해(76㎏)에 이어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조씨는 “아침을 거르는 사람이 많고 점심·저녁에도 밥 외에 면이나 고기 등 선택할 메뉴가 늘어나면서 쌀 소비가 줄고 있다”며 “가족 구성원이 감소하고 외식이 잦아진 것도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쌀이 주식인 국가지만 품질 유지에 대한 관심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했다. 일본의 경우 도정하기 전의 쌀인 볍씨를 10~15도의 냉장고에 보관한다. 국내에선 부대에 담아 상온에 둔다. 조씨는 “좋은 품종도 많고 쌀 재배 조건도 좋지만 막상 추수 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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