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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가 목표 … 전주 청년들이 뭉쳤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을 찾은 한 가족이 종이인형 등을 파는 가게를 구경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을 찾은 한 가족이 종이인형 등을 파는 가게를 구경하고 있다.[프리랜서 장정필]

전북 전주에는 최근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생겼다. 전주 남부시장에 있는 ‘청년몰’이다. 꿈은 있지만 창업비용이 넉넉지 않은 청년들이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는 모토로 가게를 연 곳이다.
 
청년몰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문전성시)’으로 시작됐다. 이듬해 5월 상점 12개가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영업을 한다. 주말에는 오후 늦게까지 문을 여는 곳이 많다.
 
청년몰 주인 대부분이 젊다 보니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아이템으로 승부를 건다. ‘잘 키운 청년몰 하나 열 백화점 부럽지 않다’ ‘오장육부 온몸이 환장한다(수제 요거트)’ 등 가게마다 내건 문구도 톡톡 튄다.
 
청년몰이 들어선 건물은 1999년 불이 난 이후 창고로 쓰던 곳이다. 지금은 청년몰이 침체된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평가를 받지만 처음엔 고비도 많았다.
 
청년몰에 있는 상점 지도.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라는 청년몰 슬로건과 함께 가게들의 이름과 위치가 표시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청년몰에 있는 상점 지도.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라는 청년몰 슬로건과 함께 가게들의 이름과 위치가 표시돼 있다.[프리랜서 장정필]

일부 상인들이 “시장의 물만 흐린다” “손님을 빼앗긴다”며 반대해서다. 경험 부족과 시장에 적응하지 못해 스스로 폐업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남부시장 상인들도 청년몰 사장들을 반긴다. 청년몰이 입소문이 나면서 인근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몰리자 기존 상점의 매출도 10~20%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청년몰에는 각종 공방과 소품점·책방·카페·음식점 등 30여 개가 영업 중이다. 가게 주인들 대부분이 19~39세 나이여서 각자의 이력과 창업 동기, 꿈 등도 다양하다. ‘소소한 무역상’을 운영하는 박종현(36)씨는 2015년 1월 이곳에 가게를 열기 전까지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박씨는 “야근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원만한 결혼 생활이 어려울 것 같아 자영업을 택했다”고 말했다. 박씨 가게에서는 인도 면직물을 수입하고 ‘씨앗엽서’를 수출한다. 씨앗을 심은 엽서에 물을 적시면 새싹이 자라는 상품이다.
 
책방 ‘토닥토닥’에는 책 표지마다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무용지용 병맛심리상담소』라는 책에는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들에게 아주 다양하고 재미 있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이겨낼 방법들을 제시한다”고 적혀 있다. 책방 주인 김선경(34·여)씨가 책을 읽고 쓴 감상평이다.
 
김씨는 지난 4월 말 청년몰에 입점한 ‘새내기 사장’이다. 전북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책은 주로 ‘○○책 협동조합’에 소속된 1인 출판사들이 만든 책을 엄선해 가져온다”고 했다.
 
남녀 커플이 청년몰의 한 가게 안에서 인디언인형 등 물건들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남녀 커플이 청년몰의 한 가게 안에서 인디언인형 등 물건들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청년몰은 전주 남부시장 상인회에서 관리한다. 점포는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크기(10~20㎡)에 따라 보증금 25만원에 월세 4만원, 보증금 50만원에 월세 8만원을 받는다. 주변 시세의 절반 값이다 보니 빈 점포가 나면 입점 경쟁률이 20대 1이 넘는다.
 
반려동물을 위한 상점 ‘개in주인’의 노한빈(32·여)씨는 서울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다 내려왔다. 노씨가 직접 만든 개·고양이 인식표와 목걸이, 목도리 등을 판다. 노씨는 “경쟁이 심한 서울과 달리 아이템도 거의 안 겹치고 가게끼리 상생하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현수(57) 전주 남부시장 상인회장은 “처음에는 기존 상인들과 소통이 잘되지 않았는데 서로 물건을 사고팔고 상인대학 등을 통해 많이 친해졌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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