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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18초에 담긴 위안부 ‘진실’

임선영 사회2부 기자

임선영 사회2부 기자

10대 또는 20대로 보이는 여성 여섯 명이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잔뜩 움츠러든 표정과 몸짓이 보였다. 뭔가를 두려워하는 눈빛을 발하는 이도 있었다. 군복을 입은 남성들은 웃으며 연신 이들을 흘끔거렸다. 한 여성은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렸고, 다른 여성은 한숨을 쉬었다. 5일 공개된 한국인 위안부 피해 여성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은 잠시 호흡을 멈추게 했다. 미·중 연합군이 1944년 9월 중국 윈난(雲南)성 쑹산(松山)에서 촬영한 이 영상은 18초짜리였지만 장편 다큐멘터리 이상의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 공동 연구팀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의 필름 수백 통을 뒤져 이 영상을 찾아냈다. 2000년 사실로 입증된 한국인 위안부 사진(44년 9월 7일 촬영)이 단서가 됐다. 연구팀은 “당시 사진 담당 병사와 영상 담당 병사가 한 조로 움직인 사실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사진과 영상의 등장인물들은 얼굴·옷차림이 일치했다. 하지만 만삭의 모습으로 그 사진에 있었던 고(故) 박영심 할머니는 영상에 나오지 않는다. 사산해 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20대 꽃같은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간 박 할머니는 생전에 쑹산 위안소의 참상을 이렇게 증언했다. “매일 30~40명의 군인을 상대했다. 저항하면 발가벗겨진 채 매를 맞았다.”
73년 전 일본에 의해 동원된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들의 모습. [서울시·서울대 공동 연구팀 영상 캡처]

73년 전 일본에 의해 동원된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들의 모습. [서울시·서울대 공동 연구팀 영상 캡처]

 
서울시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2015년 10월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위안부 연구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끊겨 시 차원에서 기록물을 발굴 중이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생존 위안부 피해자는 38명으로 줄었다. 머지않아 육성 증언을 들을 수 없게 된다. 공개된 영상은 우리가 왜 ‘위안부’를 기록해야 하는지 일깨워준다.
 
7일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한·일 정상회담이 별도로 열린다. 일본 측이 2년 전의 위안부 피해에 대한 외교적 합의를 이행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다 정리됐으며 더 이상의 사과는 있을 수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선 위안부 피해자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다. 15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의 명칭은 ‘하나의 진실, 평화를 향한 약속’이다. 반인륜적 만행의 진실은 하나이고, 살아 있는 역사다. 일본은 전 세계 위안부 20만 명에게 진심어린 사죄를 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그 진심을 받아들이는 날까지.
 
임선영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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