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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탈리 칼럼] 정당 되살리기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유럽과 미국 도처에서 민주국가의 정치 재생을 향한 본질적인 열망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열망은 비록 저마다 내건 이름은 다를지언정 거의 모든 곳에서 통치자들을 훨씬 근본적인 일신의 길로 이끌었다. 많은 기대를 모은 새로운 사람과 능력 있는 인재들의 출현이 그 길을 함께했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정당의 진정한 쇄신은 찾아볼 수 없다. 정당들은 어디에서건 한 세기도 더 전부터 그랬듯, 심지어 신생 정당들마저도 무엇보다 후보자 공천 기계로 기능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가장 열성적으로 참여한 당원에게 의회 보직이나 공공기관의 이런저런 명예직을 제공하는 역할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기껏 정치를 화제 삼을 때라도 피상적 시각과 과장하는 태도로 지엽적인 이야기만 늘어놓거나 대립할 뿐이다. 구체적인 알맹이라고는 단 한 개도 없다. 국가에 득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는 안중에 없고 그저 자신에게 무엇이 유리한가 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때라고는 거의 없다시피, 당파를 막론한 국회 안건을 수립하는 일에도 관심 없이 복지부동이다.
 
선거가 비례대표 방식으로 진행될 때는 정당 사무실에서 유력 인사들을 보좌하면서 경력을 쌓은 정치 낭인들만이 당선된다. 또 결선투표제 과반 득표로 당선된 사람들은 거의 모든 시간을 자신이 속한 지역구의 이익에만 할애한다. 그것이 나라 전체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을 때조차도 그렇다.
 
이럴진대 의회 업무가 대체로 행정부의 요구에 그대로 순응한다 해도, 입안 법률들이 하나같이 소극적인 성향이라 해도, 또한 실제 개혁이 사람들의 기대와 많이 어긋난다고 해서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닌 것이다. 어째서 어디를 가봐도 시민들이 총선보다 대선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갖는지 이제는 다들 납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은 극도로 위험하다. 민주주의라는 것은 어떤 지도자가 제 아무리 출중한 능력을 지녔다 해도 그의 인기에 근거한 정당성만으로 수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력한 의회의 존재 없이 국민의 존경과 자신의 열정·역량을 갖춘 의원이 부재하며, 개별 국민과의 직접적인 유대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민주주의는 머지않아 포퓰리즘의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와 포퓰리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간주됐음에도 그렇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는 길은 정당의 본질 이해와 더 가깝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있고, 수많은 의견이 하나로 통합되지 않고 난립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 특정 사안과 관계된 정치적인 합의 형성과 엄격하고도 효과적인 대정부 감독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18세기 말 고안된 조직에 기대한다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이다.
 
21세기의 본질적인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이라면 기계적인 후보자 공천 기능에 만족해선 안 된다. 다음은 이를 위해 각 정당이 완수해야 할 7대 책무다.
 
1.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바라보며 시민들에게 지정학적 쟁점, 새롭게 등장한 가치, 사회 변동, 기술 발전, 노동과 문화의 이해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2. 세계적 관점에서 국가를 생각하고 국가의 역량과 약점을 유념한다.
 
3. 수호해야 할 가치들을 명시한다.
 
4. 상기 가치에 합치하는 공동체 안건을 기획한다.
 
5. 상기 기획의 실행을 위한 확고한 정치 공약을 이끌어낸다.
 
6. 상기 공약 수행을 의회에서만큼 현장에서도 입법 권력으로 감독한다.
 
7. 마지막으로 각 정당이 특히 유념해야 할 새로운 역할이다. 정당은 자기 변호에 안주해선 안 되며 실제로 나서서 일을 해야 한다. 실업·주택난·관료주의·교육에 대해 말로만 떠들어서는 안 된다. 구체적으로 행동할 책임을 언제까지 비정부 기구의 소관으로만 미뤄둘 것인가. 정당은 스스로 내건 공약의 핵심 주제에 대한 실제적 행동을 개시함으로써 사회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
 
정당은 그 활동에 실제적인 행동이 수반될 때 당원들의 마음을 살 수 있고 유권자의 관심을 되찾을 것이다. 비로소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국가에도 소용이 될 것이다. 되살려 놓은 정치가 인간 존중의 포퓰리즘이라는 술수로 돌변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정당은 절대 멈추지 말았어야 할 정치 역정을 다시 한번 일구어 낼 것이다. 그리고 이 역정은 인간의 자유를 향한 지고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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