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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북핵 : 극점에서 원점으로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비롯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극점을 향해 가고 있다. “최후 저지선을 넘지 말라”고 반복하던 국제사회의 대응은 북한의 연속적인 ‘최후 저지선’ 위반에도 계속 후퇴하더니 끝내 실질적인 최후 저지선에 다다르고야 말았다. 그리하여 한반도 위기는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의 최대 위협이 되고 있다.
 
북핵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단계에 다다르니 4반세기 동안 우리와 세계의 모든 방법과 대책이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런가? 아니다. 반드시 길이 있다. 단기적 무기 경쟁과 세계 위협은 북한의 편이지만 장기적 체제 경쟁과 세계 평화는 남한의 편이다.
 
게다가 우리는 아직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맞지 않았다. 모든 것에 앞서 우선 전쟁을 막아야 한다. 그 절대적 정언명령의 전제 위에 모든 궁구(窮究)를 다해야 한다. 위기의 크기는 지혜의 크기에 따라 기회의 크기로 연결된다. 즉, 북핵체제와 정전체제는 함께 끝내야 한다. 이 땅에서 정전체제와 북핵체제의 종언은 세계 냉전의 완전 종식을 의미한다. 최대 위기인 북핵 위기를 정전체제의 종식과 영구평화체제를 향한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때 북핵과 미사일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국제사회의 최대관여와 최대압박의 결합 자체가 아니다. 국익을 위해 각각 절반을 배제해 온 미국과 중국을 끌어내 ‘미국의 최대관여’와 ‘중국의 최대압박’을 결합해 내는 우리 자신의 능력이다. 북핵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아닌 한국 주도의 미·중 협조체제라면 북핵 위기는 끝낼 수 있다.
 
냉전시대처럼 오늘의 제국들 역시 자신들끼리 싸우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변경국가·전방국가·초소국가들의 대결을 억지·조장·확대·향유하는 선택지 중의 하나를 택해 국익을 극대화한다.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지금 남한과 북한은 두 제국 및 대륙과 해양의 변경국가이자 초소국가이다. 세계 대결을 선도·악화·주도하는 천하의 몽매 대신 교량국가와 가교국가로 변신해 한반도발 영구평화의 초석을 놓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이 거꾸로 가기에 두 제국에 한목소리를 전달할 우리의 절대지혜는 더욱 절실하다.
 
우선 성공한 두 사례인 쿠바 미사일 위기 극복과 유럽의 SS-20 및 퍼싱 II 미사일 위기 극복 경로로부터 깊이 배우자. 그럴 때 북핵과 사드는 미국과 중국의 동시 책임과 동시 교환의 세계문제다. 정녕 깊은 독법이 필요하다. 따라서 (북핵의 산물인)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설득 책임과 무역 보복은 한국이 아닌 미국이 감당해야 한다. 중국 또한 사드 반대와 보복을 한국이 아닌 미국에 제기해야 마땅하다.
 
사드를 둘러싼 한국에 대한 압력과 보복에 앞서 미국과 중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북·미 수교를 포함한 ‘최대관여’와 유류공급 중단을 포함한 ‘최대압박’은 시도하지 않았다. 상호 견제를 위해 북핵 문제를 활용해 온 두 제국의 엄중한 책임이다. 냉전의 형성 시점에 ‘냉전의 최초 진앙’으로 반친미(反親美)를 통한 전친미(全親美)로 한·미 동맹 구축에 성공한 첫 지혜를, 지금 탈냉전 시점에 ‘냉전의 최후 잔기’로서 중국과 미국에 동시 구사하는 이중지혜를 우리 스스로 간절히 안출하자. 이는 자신의 통일과 세계 평화에 기여한 핀란드와 오스트리아, 독일과 아일랜드가 앞서 간 길이기도 하다.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 회담의 시도는 필수적이다. 북핵 해결을 위해 한·미, 한·중 정상회담처럼 남북 정상회담은 반드시 필요하다. 대한민국 원점 시대의 최초 대통령은 북한 출신 이승만이었다. 문재인 역시 원점 시대 북한 피란민 출신의 자녀로서 최초 대통령이다. 고향과 일가친척을 상실한 부모의 절대 염원을 보며 자란 그의 가슴은 평화와 통일에 대한 비원으로 가득 차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냉전시대 최초·최대의 인류 구출 작전이었던 흥남탈출을 통해 구사일생 살아난 피란민 자녀로서 그는 정치인으로서는 유일하게 흥남철수의 민간 영웅 현봉학 동상 제막식에 참석하고, 대통령으로서 미국 방문의 첫 일정을 장진호 전투 기념비 방문과 감동적인 연설로 시작할 만큼 인간애와 전쟁 반대, 평화와 통일에의 비원을 안고 있다. 그의 비원은 이제 남북 주민 모두와 세계의 비원이 돼야 한다.
 
최후의 궁극적 해법은 북한 세습체제의 종식과 민주화지만 그 길은 아직 멀다. 위기의 극점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한 이순신의 단심이 떠오른다. “오직 한 번 죽는 것만 남았노라!” 단 한 번만 사는 인간으로서 절대각오가 아닐 수 없다. 절대각오는 절대지혜를 낳는다. 그와 같은 각오라면 우리 또한 비핵 평화를 달성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우리에게 과연 그런 각오가 있느냐, 그것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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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