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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쉬운 것부터 하자” 이산 상봉 등 4대 제안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옛 베를린시청 내 베어홀에서 ‘7·6 베를린 구상’을 밝히고 있다. 쾨르버 재단 초청으로 연단에 선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등 한반도 정책 5대 원칙을 제시했다.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도발에도 수위를 낮추지 않았다고 한다. [베를린=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옛 베를린시청 내 베어홀에서 ‘7·6 베를린 구상’을 밝히고 있다. 쾨르버 재단 초청으로 연단에 선 문 대통령은 한반도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등 한반도 정책 5대 원칙을 제시했다.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도발에도 수위를 낮추지 않았다고 한다. [베를린=연합뉴스]

독일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북한을 향해 승부수를 띄웠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사실상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베를린 구상’이 그것이다.
 
2000년 3월 베를린을 방문한 고(故) 김대중 대통령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 화해·협력 선언(베를린 선언)’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집권 3년차에 나왔다. 반면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집권 2개월 채 안 돼서 나왔다. 그만큼 한반도 상황이 긴박해졌음을 보여준다.
 
실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상황은 17년 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당시 북핵과 미사일은 개발 초기였다. 1994년 체결된 북·미 기본합의서 체제하에서 일정 정도 통제도 이뤄졌다. 하지만 2017년의 북핵과 미사일은 완성 임박단계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도발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감행했다. 김정은은 “앞으로 심심치 않게 크고 작은 (핵·미사일) 선물보따리들을 자주 보내주자”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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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북한이 6차 핵실험까지 감행할 경우 운전석에 앉아 한반도 문제의 주도적 해결을 추진하려던 한국의 입지는 물론이고 남북대화 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부에서 정상회담을 포함한 대화 얘기를 꺼내는 것에 대해 입장이 엇갈렸지만, 지금 시점을 잘못 넘기면 남북 문제가 풀릴 확률이 도저히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2000년 베를린 선언의 확장판이다. 김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의 골자는 ▶남북 당국 간 대화를 통한 경제협력 ▶한반도 냉전 종식과 남북 평화공존 ▶이산가족 문제의 조속한 해결 ▶남북 당국 간 대화 개최 등이었다. 남북 당국 간 대화 개최는 남북 비밀접촉과 맞물리면서 그해 6월 첫 정상회담으로 결실을 맺었다.
 
문 대통령도 이날 선언에서 ▶북한 붕괴, 흡수통일, 인위적 통일을 배제한 평화 추구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남북 철도연결, 남·북·러 가스관 연결 등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민간교류 협력추진 등 5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토대로 먼저 쉬운 일부터 시작하자며 ▶이산가족 상봉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단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대화 재개 등 4대 제안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에 관한 언급을 하면서 원고에 없던 내용을 즉석에서 추가했다.
 
“지금처럼 당국자 간 아무런 접촉이 없는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 상황관리를 위한 접촉으로 시작해 의미 있는 대화를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이어 문 대통령은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연설 뒤 문 대통령은 청중과의 문답에서 “제가 말씀드린 내용은 특별할 것이 없는 평소부터 늘 해왔던 주장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어떻게 보면 늘 해왔던 이야기지만 G20을 앞둔 이 시기에, 이 특별한 장소에서 다시 한번 평화구상을 밝히는 것은 새로운 (대북)제재와 압박 수단이 국제적 공조 속에 강구되면서 그와 함께 대화의 필요성도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정상회담을 당장 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도 ‘여건이 갖춰지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단 것처럼 이산가족 상봉 같은 인도적인 일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세현·위문희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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