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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해외 원전 수출 올스톱 위기 … 60년 키운 기술 어쩌나

아랍에미리트(UAE)에 짓고 있는 바라카 원전 1, 2호기의 모습. 3세대 한국표준형원전(APR1400) 기술을 적용했다. 한국은 2009년 UAE에 원전 4기를 짓는 계약을 맺고 세계 5번째 원전 수출국이 됐다. [중앙포토]

아랍에미리트(UAE)에 짓고 있는 바라카 원전 1, 2호기의 모습. 3세대 한국표준형원전(APR1400) 기술을 적용했다. 한국은 2009년 UAE에 원전 4기를 짓는 계약을 맺고 세계 5번째 원전 수출국이 됐다. [중앙포토]

#한국의 원자력 발전 연구는 1956년 문화교육부 기술교육국에 원자력과가 생기며 시작됐다. 같은 해 영국은 세계 최초로 상업 원자력발전소를 운행했다. 출발은 늦었지만 한국은 비교적 이른 시간에 원전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도움으로 최초의 상업 원전인 고리 1호기 운행에 나선 지 27년 만인 2005년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을 완성했다. 2009년엔 세계에서 5번째로 원전 수출국이 됐다. 아랍에미리트(UAE)에 3세대 한국표준형원전(APR1400) 4기를 총 186억 달러(약 21조원) 규모로 짓는 계약을 따낸 것이다. 2004년 1951만 달러이던 원자력 산업 관련 수출은 2015년 1억 5063만 달러로 뛰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APR1400의 후속 원전 기술인 APR+를 2014년 개발했다. 발전용량을 1500㎿까지 늘리고 기술도 모두 국산화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교훈 삼아 해일에 대비하는 등 안전 대책도 강화했다. 하지만 APR+는 개발 3년 만에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잠정 중단됐기 때문이다. APR+은 당초 경북 영덕에 지으려던 천지 1, 2호기에 도입될 예정이었다. 지난해 한수원이 개발을 시작한 4세대 한국표준형원전(IPower) 연구도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원자력은 ‘제3의 불’로 불린다. 우라늄은 나무와 화석연료(석탄·석유 등)와 비교할 수 없는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우라늄 1g은 석유 9드럼 또는 석탄 3t에 맞먹는 에너지를 생산한다.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오래전부터 원자력 발전에 매달린 이유다. 문제는 방사선이 유출되면 인간과 자연에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원자력의 딜레마’다.
 
그럼에도 한국은 60년 넘게 원자력 기술을 쌓아 왔다. 이런 원전 기술이 위기를 맞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탈(脫) 원전’을 선언하면서 개발 동력이 사그라들고 있어서다. 정부는 같은달 27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짓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일시중단했다. 향후 건설 여부는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조사로 결정하기로 했다. 검토 중이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백지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3일 ‘신재생에너지 전환, 탈 원전’을 주장해온 백운규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원전 제로 국가’로 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한국이 탈 원전으로 정책 방향을 잡는 사이, 세계 주요 국가들은 멈춘 원전을 재가동하거나, 신규 원전 건설에 나서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 원전을 시도했지만 원자력을 대체할 에너지원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국과 인도는 2030년까지 각각 16기와 30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한다. 미국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5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허가했다.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했던 일본도 2015년부터 재가동에 나섰다.
 
탈 원전에 적극적인 국가도 있다. 독일은 2022년까지 17기의 원전을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독일은 부족한 전력을 프랑스 등 인접국에서 쉽게 수입할 수 있다”며 “원자력 발전 비중도 주변국 보다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세계 2위 원전 운영국인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한 후 원자력 발전 비중 축소를 천명했다. 현재 75%인 비중을 2026년까지 50%로 낮추는 게 목표다. 이를 이뤄도 한국의 지난해 원자력 발전 비중인 약 30%보다 높다.
 
현재 한국과 경쟁하던 원전 수출 업체는 위기를 겪고 있다. 일본 도시바가 인수한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는 2006년 개발한 원전 신기술 AP1000에서 안전상 결함이 발견됐다. 이로 인해 미국에 짓던 원전 공사가 지연돼 큰 손실을 입고 있다. 도시바는 웨스팅하우스 매각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 업체 아레바도 핀란드 원전 건설이 표류하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의 GE도 원전 건설을 포기했다”며 “원전 수출의 큰 손들이 겪는 위기가 한국엔 기회”라고 말했다.
 
정작 한국에서는 정부의 탈 원전 선언으로 진행하던 해외 진출 사업이 주춤한 상태다. 한국전력은 도시바의 원자력발전사업 자회사인 뉴젠의 지분 인수를 추진해왔다. 뉴젠이 짓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한전 측은 최근 도시바와 지분 인수를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전 업계는 국내에서 원전을 짓지 않으면 수출 명분이 약해진다고 본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을 수주한 UAE에서 원자로 부품 공급이 제대로 될 지 걱정하고 있다”며 “원자로 부품은 다품종 소량 생산 구조인데 신규 원전 건설이 취소되면 부품 업체가 사업을 접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탈 원전이 가시화하면 국내 인재가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국이 이들을 노린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국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수출 가능성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며 “인공지능·전기차 시대에 전기 수요가 폭증할텐데 섣불리 탈 원전에 나섰다간 에너지 인재난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은 “안전을 위해선 정부가 지향하는 탈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개발도 필요하지만 그동안 쌓은 원전 기술 성과를 활용하는 지혜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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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