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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투자수익에 세금 27.5%, 복권보다 높다니 …

‘27.5%’.
 

정부선 핀테크 산업 육성한다지만
대부업으로 분류돼 초고율 세금
영국선 수익 150만원까지 비과세

P2P(Peer to Peer, 개인 간 거래)대출에 투자할 때 내는 세금이다. 예금 이자나 배당 소득에 내는 이자(15.4%, 주민세 포함)의 두 배에 가깝다. 국내 주식을 사고팔아 얻은 이익에는 아예 세금이 없다. 팔 때 거래 대금의 0.3%만 거래세로 낸다. 해외 주식을 매매해 얻은 이익에 붙는 세금도 수익의 22%다. 우리나라 직장인(임금근로자)들을 연봉 순으로 줄을 세웠을 때 딱 가운데 있는 사람(중위소득 월 241만원, 연 2892만원)이 내는 세금도 16.5%다.  
 
심지어 3억원 이하의 복권에 당첨됐을 때에도 내야 할 세금은 당첨금의 22%에 그친다. 당첨금이 3억원을 초과할 경우(세율 33%)에만, P2P대출 투자 때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낸다. 세금만 놓고 보자면 P2P대출 투자로 얻는 수익은 ‘투자의 대가’가 아니라 ‘불로소득’에 가까운 셈이다.
 
P2P대출은 대출을 해야 하는 개인, 혹은 사업자와 투자자를 플랫폼을 통해서 연결해주는 금융 서비스다. 이때 대출금리는 연 10% 안팎으로 책정된다. 일명 ‘중금리’다. 그간 제1금융권(은행)에 가기 힘든 4~7등급의 중ㆍ저신용자는 곧바로 연 20% 안팎의 고금리 대출을 해주는 제2금융권을 찾아야 했다. 국내 중금리 대출 시장이 전무했던 탓이다.  
 
이 틈을 P2P대출이 파고들면서 시장이 급성장했다. 저금리 시대, 투자자들도 선호했다. 각종 비용을 제하고도 예금의 몇 배에 이르는 수익을 벌 수 있어서다.
 
6일 P2P 금융 관련 연구회사인 클라우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P2P 누적대출액은 1조3890억원을 기록했다. 1인당 투자 한도를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이 5월 29일 시행됐는데도 6월 한 달간 취급 대출액은 1056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6월 말(누적대출액 1930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7배 넘게 성장했다. 한국P2P 금융협회 회원사 기준으로도, 지난 달 말 기준 누적 대출액은 1조1630억원으로 1년 새 10배 넘게 커졌다.
 
투자자가 몰리고 정부도 적극 육성 정책을 펴는 ‘핀테크’ 산업의 대표 주자인데도 P2P대출 투자에 이렇게 많은 세금을 물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P2P대출이 현행 금융업법상 대부업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2~3년 전 관련 업체들이 속속 생겨날 즈음 P2P대출을 관리ㆍ감독할 근거가 없었던 금융당국은 P2P대출을 금융업이 아닌 ‘중개업’으로 규정해, 여신 등의 업무가 가능한 대부 자회사를 두도록 했다. 금융위원회는 P2P대출 업체를 차입자와 투자자 간 정보를 온라인에서 중개하는 ‘온라인대출정보중개업자’로, P2P 대출을 시행하기 위해 연계하는 대부 자회사를 ‘온라인대출정보연계대부업자’로 정의했다. P2P대출과 연계된 대부 자회사는 금융위에 의무 등록하도록 했다.  
 
곧, 큰 틀에서 P2P대출을 ‘대부업’으로 규정한 셈이다. 결국 당국의 규제로 중금리 시장의 P2P대출과 일반적인 대부업이 한 바구니에 담겨지게 됐다.
 
P2P대출이 대부업과 한 바구니에 담기면서, P2P대출 투자로 얻은 이익에는 대부업법의 ‘비영업대금 소득세율’(27.5%)이 적용됐다. 비영업대금 소득은 ‘대부업으로 등록되어있지 않으면서 자금을 빌려주고 받은 이자’라는 뜻이다. 개인 간의 무분별한 대출을 막기 위해 이 소득에는 불로소득에 버금가는 높은 세율을 매겼다.
 
P2P대출 투자에 대한 세금으로 이런 세목을 적용하는 게 과세 철학에 맞는지는 의문이다. P2P대출 투자자가 집에 현금을 쌓아두고 대부업 등록도 안 한 채 ‘이자놀이’를 하는 이들이 아니라서다. 대부분은 저금리에 실망해 리스크를 지고서라도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내주는 곳에 투자하는, 펀드 투자자와 다를 바 없는 이들이다.
 
외국과 비교해도 국내 P2P대출 투자에 대한 세율이 과도하게 높다. 영국에서는 P2P대출 투자가 저축으로 인정돼 1000파운드(약 150만원)까지의 이자수익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연체나 부실이 난 P2P대출에 투자해 원금을 손실 봤다면 아예 세금을 내지 않는다. 세금을 원천징수하는 것이 아니라 P2P대출에 투자해 얻은 수익과 부실로 손해본 경우를 감안해 실질 총 수익을 따진 후 이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린다.
 
게다가 지난해 4월부터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해서도 P2P대출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P2P대출에 투자할 수 있는 혁신금융ISA(IFISA, Innovative Finance ISA)가 새로 출시됐다. 연간 투자원금 2만 파운드(약 3000만원) 한도 내에서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영국 P2P대출 업체인 렌딩크라우드가 출시한 혁신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FISA) 상품. 연간 2만 파운드 한도 내에서 투자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영국 P2P대출 업체인 렌딩크라우드가 출시한 혁신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FISA) 상품. 연간 2만 파운드 한도 내에서 투자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미국은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에 따라 세율이 달라진다. 대략 보통의 소득세와 유사한 방식으로 세금을 낸다고 보면 된다. P2P대출 투자라고 세금을 더 물리지 않는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원천징수가 아니라 연간 벌어들인 실제 수익에 대해서만 과세당국에 신고하고 세금을 낸다.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는 “해외에서는 P2P대출을 금융상품의 하나로 취급하고 그에 준하는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대부업의 틀이 아니라 금융상품 측면에서 P2P대출을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징벌적’ 성격으로 과도한 세금을 내다보니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대부업 등록을 하는 게 낫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대부업 등록을 통해 개인사업자가 되는 순간 P2P투자를 통해 얻는 소득은 ‘사업소득’이 된다. 과세 표준 소득이 8800만원만 넘지 않으면(세율 26.4%), 그냥 P2P대출에 투자할 때보다 세금을 덜 낸다. 대부업 등록을 위한 예탁금 1000만원을 제외하면, 24만5000원만 있으면 대부업자 등록이 가능하다(유효기간 3년, 만기 3개월 전에 갱신).  
 
일부 업체는 세금을 덜 내는 ‘꼼수’로 익명투자조합이라는 틀을 들고 나왔다. P2P대출 투자자들이 익명투자조합에 투자를 하고 조합이 투자(P2P대출)해 얻은 수익을 조합원(투자자)들에게 배당해 주는 방식이다. 비영업대금에 대한 이자소득이 아니기 때문에 세율이 15.4%로 낮다.  
 
대신 이런 형태의 익명투자조합은 금융당국의 규제ㆍ감독 사각지대에 있다. 금융당국이 P2P대출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만든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가이드라인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상법 79조에 따르면 익명조합원이 영업을 위해 출자(투자)한 재산은 영업자의 재산으로 취급해 영업자가 영업이익금 등을 임의로 소비했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익명투자조합을 만든 P2P대출 업체가 투자금을 갖고 ‘먹튀’해도 이를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최소한의 규제책인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지 한 달여 지난 시점에서 훨씬 더 복잡한 문제인 ‘세율’을 논의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세율은 과세당국과의 협의도 필요한 문제라 당분간 조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P2P대출과 같은 신금융 상품을 기존 틀에 끼워맞추다보니 이런(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P2P대출에 대한 정의를 새로 해서 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는 과세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미나 크라우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세율이 낮아지면 P2P대출 시장은 더 활성화될 것”이라며 “개인들이 P2P대출 투자를 통해 수익을 높이고, 이 돈이 소비로 이어지면 궁극적으로는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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