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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때 기부채납, 현금도 허용 … 시민 위한 공원·도로 줄어들 우려

서울시에서 재개발·재건축을 할 때 현금으로도 기부채납(寄附採納)할 수 있게 됐다. 기부채납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사유재산을 받는 것을 말한다. 재개발·재건축에서는 사업시행자가 도로나 공원 등의 기반시설을 제공하면 건폐율·용적률·고도 면에서 규제 완화 혜택을 받았다. 그동안은 현금이 아닌 이러한 시설로만 기부채납을 할 수 있었다.
 
현금 기부채납은 근거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 지난해 1월 개정돼 가능해졌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6일 “도정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세부 운영기준이 없어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현금 기부채납과 관련한 자체 세부운영계획이 완성돼 오늘부터 이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현금 기부채납은 정비사업에서 정한 기부용 기반시설 면적의 2분의 1까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아파트 재건축 사업부지가 3만3300㎡(1만 평)이고 그중 3300㎡(1000평)를 기부채납하기로 했다면, 현금 기부채납은 그 절반인 1650㎡(500평)에 해당하는 토지가액 범위 안에서 가능하다. 기부채납 비율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체 사업 면적의 5~15%가 일반적이다.
 
김홍준 서울시 재생공간관리팀장은 “현재 진행 중인 정비사업 구역 중 현금 기부채납이 가능한 곳은 342곳으로 현금 기부채납 예상액은 4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현금 기부채납을 통해 사업시행자는 사업부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서울시 역시 불필요한 기반시설 대신 현금을 받아 다양한 공공기여 재원으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금 기부채납을 통해 거둬들인 돈을 주거환경 정비사업 등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현금 기부채납 제도 도입에는 ‘무늬만 기부채납’을 줄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정비사업이 이뤄진 아파트 단지 대부분 도로나 공원을 기부채납하면서 용적률을 높이는 혜택을 받았지만 정작 공원은 해당 단지 주민 말고는 이용하기 어려운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았다. 도로 역시 해당 단지 주민의 진출입로로 주로 쓰이고 도로 관리비는 시와 구청이 내는 일이 생겨났다. 사용자는 해당 단지 주민이지만, 도로 소유주는 시나 구청이기 때문이다. 시는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2015년 ‘기부채납 공공시설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도서관·어린이집·노인 요양시설 등 공공성이 강한 시설까지 기부채납 대상으로 확대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
 
이러한 현실이 반영된 것이지만 현금 기부채납 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도로나 공원 등 공공성 강한 기반시설의 확충이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윤건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부채납 제도 자체가 개발이익을 일정 부분 환수해 이를 공적인 목적에 맞춰 쓰도록 하는 것인데 현금 기부채납 제도는 사업자의 이익을 강화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사업자 입장에선 기반시설보단 현금으로 해결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고 그렇게 일이 진행되면 신규 기반시설은 차츰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부채납으로 거둬들인 돈이 서울시가 추진하는 특정 사업에 주로 쓰이게 될지 모른다는 주장도 있다. 이승주 서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시는 기부채납으로 거둔 돈을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과 도시재생기금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하지만 결국엔 임대주택 확대 등 서울시가 추진하는 다른 ‘인기 사업’을 위해 쓰일 가능성이 크다”며 “기부채납 제도 도입의 본래 취지가 기반시설 확대인 만큼 모인 돈을 반드시 도로나 공원을 확충하는 데 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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