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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투자 권하며 펀드매니저 수시로 바꿔 불신 자초

‘국내 주식형 펀드로 돈을 벌 수 없다’는 투자자의 불신은 결국 국내 자산운용 시장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6일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보면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수는 2008년 6월 47개에서 올 6월 55개로 늘었다. 이 기간 펀드매니저 수도 404명에서 604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정작 이들 운용사와 펀드매니저가 맡고 있는 공모펀드 순자산 총액은 이 기간 242조8989억원에서 235조141억원으로 감소했다.
펀드 시장은 10년째 뒷걸음

펀드 시장은 10년째 뒷걸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아진 증시 변동성과 저조한 수익률에 공모펀드 규모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사모펀드 시장이 현재 200조원대(순자산)로 불어나긴 했지만 기관 투자자, 고액 자산가 위주로 가입하는 ‘그들만의 리그’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사모펀드에 재투자하는 공모펀드를 출시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쪼그라든 국내 자산운용 업계의 위상은 다른 통계로도 드러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6월 말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대비 펀드 비중은 3.9%로 역대 최저(동월 기준)를 기록했다. 펀드에 담겨있는 국내 주식 액수가 이 정도 비율에 그쳤단 의미다. 8년 전인 2009년 8.8%의 반 토막도 안 된다.
 
한국 펀드 시장이 ‘잃어버린 10년’에 갇혀있는 동안 국내 투자자는 대안을 찾아 나갔다. 해외 펀드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6조6100억원 자금이 빠져나갔다. 6년가량 이어진 박스피(박스권+코스피)를 뚫고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오히려 자금이 빠져나갔다. 반면 해외 주식형 펀드엔 700억원이 유입됐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외 주식형 펀드 숫자도 5일 현재 696개로 국내 주식형펀드(808개)에 맞먹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국내 증시에선 펀드로 돈을 벌기 어렵다는 인식에 투자자가 해외로 눈을 돌린 탓이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선 ‘좁은 물’ 한국 대신 해외로 투자 대상을 넓혀나가는 합리적 선택이다. 하지만 국내 증시와 펀드시장을 놓고보면 다른 문제다.
 
송명찬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 책임연구원은 한국 펀드 시장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송 연구원은 “1990년대 일본 거품 경제가 무너지면서 닛케이지수가 3만에서 1만 아래로 떨어졌는데 그 과정에서 두드러졌던 현상이 일본 주식형 펀드 자금이 대거 해외 펀드로 빠져나간 것”이라며 “지금 닛케이가 2만대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이전의 전성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은 일본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국내 주식형 펀드 투자가 줄어들고 코스피 상승에도 환매가 이어지는 근본적 원인은 또 있다. 펀드 투자 핵심 계층으로 꼽히는 중산층이 부동산 대출 부담에, 늘지 않는 소득 탓에 여윳돈이 없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5.0% 늘었는데 대출 증가율은 이를 웃도는 연평균 5.6%였다.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서비스본부장은 “그동안 펀드가 많은 투자자를 언짢게 한 건 사실이지만 예금 같은 전통적 투자 수단에서 거둘 수 있는 기대 수익은 현저히 낮아졌다”며 “시간이 부족하고 정보가 부족한 투자자에게 미우나 고우나 펀드 투자가 유력한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국내 자산운용시장의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가계 자산의 부동산 쏠림, 외국 자산운용시장으로의 자본 유출 등도 더 가속화할 수 있다. ‘국내 펀드의 경쟁력=주식시장 경쟁력’이란 점에서도 방치할 수 없는 위험이다. 신 본부장은 “국내 주가가 박스피를 탈피해서 활력을 찾고 이것이 펀드로 확산되려면 시차가 필요하다”며 “지금이 국내 펀드의 경쟁력과 관련 제도 개편에 관심을 가질 만한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고칠 점은 여러 가지다.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는 “국내 자산운용사나 증권사는 수익률 부진 같은 위기에 봉착하면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고 이를 고객에게 권하는 방법을 써왔다”며 “가입 고객에겐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권해놓고 펀드 내 포트폴리오(투자 대상)나 담당 펀드매니저를 2~3년 주기로 바꾸면서 정작 단기로 운용하는 데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말로만 투자자에게 장기투자, 가치투자하라고 하지 말고 구조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며 “연기금과 금융 당국 주도로 펀드매니저를 지나치게 자주 교체하면 벌칙을 주고 평가 기간도 늘리는 등 방식으로 시장 개편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 부사장은 “‘우린 가치주만 한다’ ‘성장주만 한다’는 식으로 한우물을 파지 않고 그때그때 유행을 쫓는 국내 운용사가 많은데 각자 정체성이 뚜렷한 운용사가 나와야 한다”며 “고객에게 좋은 상품이 아니라 회사에 좋은 상품을 파는 고질적 문제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모펀드와 사모펀드
공모펀드는 공개적으로 다수의 투자자를 모으는 펀드를 말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 위험 설명, 투자설명서 교부 의무 등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사모펀드는 기관 투자자나 개인 자산가 같은 소수의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모아 운용한다. 가입 금액 문턱이 높고 공모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용 규제가 느슨한 편이다.
 
조현숙·이새누리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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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