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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직업이 막막한 정년 공황 극복하는 ‘약’

“아침에 일어나서 갈 곳이 없다. 마음이 움츠러들고 갑자기 실업자가 된 느낌에 사람들과 부딪치는 것이 불편해지기도 한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가지’라는 생각에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최재식(61·사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은 최근 펴낸 저서 『은퇴 후에도 나는 더 일하고 싶다』에서 자신의 퇴직 경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른바 ‘정년 공황’이다.
 
1977년 총무처(현 인사혁신처)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1982년 공무원연금공단이 설립될 때 처음 연금 업무와 인연을 맺었다. 공단에서만 32년 근무한 뒤 2014년 1월 첫 퇴직을 했다. 운 좋게도 그해 9월 이사장으로 다시 복귀했지만, 처음 접했던 퇴직 이후 8개월 간의 삶은 글처럼 먹먹했다.
 
“나름대로 퇴직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데 연금 등 재무적인 영역만 챙겼을 뿐 심리적인 부분이나 시간 관리와 같은 비재무적인 영역에 대한 준비가 더 절실하다는 걸 깨달았죠.” 그가 이사장으로 복귀한 뒤 공무원들을 위한 퇴직교육에 더욱 힘을 쏟게 된 계기다.
 
8개월 만에 다시 친정으로 복귀한 그는 공무원의 퇴직교육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해에는 은퇴교육 전담부서인 은퇴설계지원실을 출범시키고 전담 인원을 늘렸다. 교육 내용과 방식도 개선했다. 미래설계과정(건강, 재무, 법무, 여가, 대인관계 등 소양 함양)과 전직설계과정(재취업, 창업, 사회공헌, 귀농귀촌 등 전직 지원)을 나눴다. 연간 4만명 안팎의 공무원이 퇴직을 하는데 기존에는 퇴직교육을 받는 비율이 15%선에 그쳤지만 올해는 이 비율이 40%를 넘길 전망이다.
 
“‘닥치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낙관주의부터 버려야 합니다.” 그는 무엇보다 ‘가교직업(bridge job)’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퇴직 시스템은 아직까지도 대체로 ‘완전 근무’에서 ‘완전 퇴직’으로 바로 넘어가는 ‘절벽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돈을 벌기 위해 할 일만 고려했다면 앞으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또는 하고 싶은 것, 나눌 수 있는 일 등을 찾아야 합니다.”
 
9월 두 번째 퇴직을 앞두고 있는 그는 퇴직 이후 연금 관련 책을 집필할 계획도 세워뒀다. 대중들이 연금에 갖는 불신과 오해를 풀고 연금을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최 이사장은 공무원연금공단이 지난 2015년 제주도 서귀포로 터를 옮긴 뒤부터 매일 아침 서귀포 고근산에 오른다. 여전히 인생의 마지막 3분의 1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한 번 퇴직해 봤으니 두 번째는 좀 낫겠지요.”
 
◆최재식 이사장
57년 경북 경주 출생. 성균관대 행정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무원연금공단에서 공무원연금연구센터장, 전략기획실장, 연금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01년 근정포장, 2012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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